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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뷰] '나랏말싸미' 역사왜곡 논란, 제 2의 '군함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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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뷰] '나랏말싸미' 역사왜곡 논란, 제 2의 '군함도' 될까
  • 주한별 기자
  • 승인 2019.07.25 12: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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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주한별 기자] 여름 극장가 대전의 첫 타자인 '나랏말싸미'. 송강호,  박해일 주연으로 기대를 모았던 '나랏말싸미'가 개봉 이후 난관에 부딪혔다. '역사 왜곡' 논란이다. 

'나랏말싸미'는 조선 세종 때 한글 창제를 소재로 한 영화다. 배우 송강호가 세종대왕 역을 맡았고, 박해일은 한글 창제의 도움을 주는 신미 스님 역으로 출연한다. 특히 '나랏말싸미'의 연출을 맡은 조철현 감독은 '사도'의 각본을 담당한 바 있어 '명품 사극'의 기대가 높았다.

그러나 '나랏말싸미'는 진부한 소재,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앞서 개봉한 영화 '군함도', '청연' 등을 떠올리는 듯하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영화의 '불매'를 주장하는 경우도 등장했다. 그렇다면 '나랏말싸미'는 도대체 어떤 영화이길래 논란에 휩싸이게 됐을까?

#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혼자의 힘이 아니었다?

 

[사진 = 영화 '나랏말싸미' 스틸컷]
[사진 = 영화 '나랏말싸미' 스틸컷]

 

'나랏말싸미'가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한글 창제를 둘러싼 부분이다. 세종대왕은 뛰어난 군주일 뿐만 아니라 학자로서도 훌륭한 면모를 보였고, 이는 세종대왕의 대표 업적인 한글창제에서 드러난다. 

그러나 영화 '나랏말싸미'의 세종대왕은 다르다. 제작진은 제작 보고회와 시사회 당시 권위적인 왕 세종이 아닌 인간적인 왕 세종을 묘사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그래서일까. '나랏말싸미'의 세종대왕은 한글 창제에 앞서기보다 신미 스님(박해일 분)의 도움을 받아 한글을 창제하고 반포하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나랏말싸미'의 이러한 세종 캐릭터 묘사가 역사 왜곡이라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신미 스님의 한글 창제 연관 설은 이미 역사학계에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규정되어 있다. 실제 세종대왕은 뛰어난 언어학자로 한글 창제에 있어 대부분을 전담했다. 국민적인 존경을 받는 세종 대왕의 업적을 '나랏말싸미'가 왜곡하고 폄하했다는 몇몇 관객들의 지적이 이어지는 이유다.

극 중 신미 스님은 "주상은 왕의 탈을 쓴 거지요", "그 자리에 앉았으면 왕 노릇 똑바로 하란 말입니다"라며 세종에게 일침을 가한다. 그러나 '나랏말싸미'에 등장하는 세종이 조선 역사 상 최고의 성군이라는 점, 또한 조선 초기에는 왕권이 전례 없이 강한 시절이었다는 점에서 관객들에게 설득력을 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조선 초기는 숭유억불(유학을 숭상하고 불교를 억압하는) 정책이 막 시행되던 시기다. 실제 신미 스님은 세종 시대의 명망 높은 스님이었지만, 유학자의 나라인 조선에서 유학자들도 아닌 스님이 한글 창제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은 납득 되지 않는 설정이다. 영화 '나랏말싸미'는 퓨전 사극이 아닌 정통 사극 영화를 표방하고 나왔으므로 실제 역사 고증에 대한 관객들의 평가는 냉정할 수밖에 없다.

# 권위주의 타파, 그러나 신선하지 못하다

 

[사진 = 영화 '나랏말싸미' 스틸컷]
[사진 = 영화 '나랏말싸미' 스틸컷]

 

영화 '나랏말싸미'는 한국에서 가장 존경 받는 위인 중 하나인 세종을 주요 등장인물로 설정한 영화다. 최근 많은 사극 영화들이 위에서부터가 아닌 아래에서부터의 혁명을 강조하거나 민중의 힘을 강조하며 '탈권위주의' 주제를 담고 있다.

그러나 주제의식이 걸맞은 이야기를 만나지 못하면 길을 잃은 것처럼 표류하기 마련이다. 이미 애민정신으로 유명한 세종대왕을 무능한 임금으로 만들어 기존 역사를 알고 있던 관객들에게 혼란을 주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조철현 감독이 각본을 맡았던 영화 '사도'는 영조와 아들 사도세자의 갈등을 드라마틱하게 담아내며 흥행에 성공하고 좋은 평가를 얻었다. 사극 장르의 '역사적 상상력'은 이와 같이 역사의 빈 공간을 상상력으로 채워넣을 때 가능하다. 이미 밝혀진 역사를 새로운 상상력으로 덧칠하는 것은 정통 사극의 역할이 아닌 퓨전 사극의 역할이다.

세종대왕에게 신미 스님이 일갈하는 모습은 '탈권위주의'라는 영화의 주제를 위한 작위적인 설정이다.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사극 영화 '광해'는 임금과 같은 얼굴을 가진 광대 하선이 임금이 되는 설정으로 탈권위주의를 이야기 속에 녹여냈다. 이처럼 이야기의 당위성이 영화 속 주제의 힘을 더해주는 방식이 '나랏말싸미'에도 필요헀다.

지난 2016년 제작된 영화 '군함도'는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등 쟁쟁한 배우가 출연하고 류승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지만 역사왜곡, 친일사관(식민사관) 논란에 휩싸이며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 아쉬운 스토리 역시 영화의 흥행 참패에 이유가 됐다.

'나랏말싸미'는 개봉 일주일이 채 되지 않은 영화다. 오는 7월 31일에는 영화 '엑시트', '사자'가 개봉한다. 또 다른 역사극 장르인 '봉오동 전투' 역시 8월 7일 개봉하며 여름 극장가 대전에 참여할 예정이다.

쟁쟁한 영화들이 개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나랏말싸미'가 역사 왜곡 논란을 딛고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까? 박해일, 송강호라는 걸출한 충무로 최고의 배우들의 연기가 아쉽게 느껴졌던 '나랏말싸미'의 흥행 스코어에 영화 팬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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