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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테니스, 정현 권순우만? 이덕희-한나래 값진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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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테니스, 정현 권순우만? 이덕희-한나래 값진 행보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08.21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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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한국 테니스 쌍두마차 세계랭킹 151위 정현(23·한국체대)과 90위 권순우(22·당진시청·CJ제일제당 후원)가 올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 US오픈 본선 진출을 위해 예선에 참가 중이다. 나란히 1회전을 통과한 가운데 정현, 권순우 만큼이나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기고 있는 이들이 있어 눈길을 사로잡는다.

주인공은 바로 이덕희(212위·21·서울시청)와 한나래(163위·27·인천시청)다.

청각장애 3급 이덕희는 청각 장애 선수로서 최초로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단식 본선에서 승리했고, 한국 여자테니스 유일한 US오픈 예선 진출자 한나래는 1라운드에서 한때 세계랭킹 17위였던 마그달레나 리바리코바(149위·슬로바키아)를 꺾으며 본선 진출 희망을 키웠다.

▲ 이덕희는 1972년 창설된 ATP 투어 사상 최초로 청각 장애선수로서 단식 본선에서 승리를 거둔 주인공이다. [사진=AP/연합뉴스]

이덕희는 20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윈스턴세일럼에서 열린 ATP 투어 윈스턴세일럼오픈 단식 본선 2회전에서 후베르트 후르카치(41위·폴란드)에게 1-2(6-4 0-6 3-6)로 졌다.

전날 1회전에서 헨리 라크소넨(120위·스위스)을 2-0(7-6<7-4> 6-1)으로 제압, 1972년 창설된 ATP 투어 사상 최초로 청각 장애 선수로서 단식 본선 승리 기록을 세운 이덕희다.

이날도 1세트를 선취하며 기세를 높였지만 키가 이덕희(175㎝)보다 20㎝ 이상 큰 후르카치(196㎝)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달 초 ATP 투어 로저스컵 2회전에서 스테파노스 치치파스(8위·그리스)를 꺾는 등 이덕희보다 기량이 뛰어난 상대였다.

장애에 굴복하지 않는 이덕희의 행보는 ATP투어 공식 홈페이지는 물론 AF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 세계적인 언론사를 통해서도 전 세계에 알려졌다. 이덕희의 승리 소식이 별도로 다뤄져 비중 있게 전해졌다. 또 이번 대회에 함께 출전한 메이저 3회 우승 보유자 앤디 머레이(329위·영국)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ATP 투어 공식 홈페이지 역시 이덕희(사진)의 첫 승 소식을 크게 다뤘다. [사진=ATP 투어 공식 홈페이지 캡처]

ATP 투어 공식 홈페이지에 실린 인터뷰에 따르면 머레이는 “만일 내가 헤드폰을 쓰고 경기를 한다면 공의 스피드나 스핀을 파악하기 매우 어려울 것이다. 경기에서 청각이 담당하는 역할이 매우 크기 때문에 듣지 못한다는 것은 매우 불리한 조건”이라며 “이덕희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기에 이런 경기력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고 극찬했다.

과거 라파엘 나달(2위·스페인)과 노박 조코비치(1위·세르비아) 등 세계 최정상급 동료들 역시 이덕희를 향한 응원을 아끼지 않은 바 있다.

2013년 나달은 당시 중학교 3학년이었던 이덕희가 성인랭킹 포인트를 처음 따내자 자신의 SNS에 “이덕희에게 배울 점이 많다”는 글을 올렸다. 그해 방한해 이덕희를 만났을 때 “듣지 못하는 것은 테니스에서 큰 단점인데 이덕희가 강한 정신력과 불굴의 의지로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며 “장애를 극복한 이덕희의 이야기가 사회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도 했다.

조코비치 역시 2015년 윔블던 당시 이덕희와 함께 훈련하며 “장애를 이겨내고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모습이 대견하다”는 덕담을 건넸다.

귀국길에 오르는 이덕희는 9월 초 중국 챌린저 대회에 출전한 뒤 국가대항전인 데이비스컵 중국 원정경기에 태극마크를 달고 나선다.

▲ 한나래(사진)가 US오픈 여자 단식 예선 1라운드에서 승리하며 본선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사진=연합뉴스]

한나래는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US오픈 테니스대회 여자 단식 예선 1회전에서 리바리코바를 2-1(4-6 6-3 6-3)로 물리쳤다.

리바리코바는 지난해 3월 세계랭킹 17위까지 올랐고, 2017년 윔블던에서는 4강까지 진출한 강자다. 지난해 호주오픈 16강,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단식 우승 4회 등 경력을 지니기도 했다.

난적을 만난 한나래는 서브에이스 1-9, 공격 성공 횟수 1-9로 밀렸으나 실책을 단 한 차례만 기록할 정도로 훌륭한 안정감을 보이며 역전승을 따냈다.

한국 여자 선수가 메이저 단식 본선에 진출한 것은 2007년 US오픈 조윤정이 마지막이다. 한나래는 2회전에서 마리암 볼크바제(202위·조지아)를 상대한다. 3연승을 거둘 경우 본선에 진출한다. 조윤정의 뒤를 이을 수 있을까.

남자 단식 예선 1회전에 출전한 정윤성(259위·CJ후원)은 살바토레 카루소(102위·이탈리아)에게 0-2(0-6 2-6)로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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