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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뷰] '변신' 엑소시즘이 가족을 만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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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뷰] '변신' 엑소시즘이 가족을 만나면
  • 주한별 기자
  • 승인 2019.08.23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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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주한별 기자] "오컬트 영화이지만 가족 영화이기도 하다"

배우 성동일이 영화 '변신' 시사회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영화 '변신'은 한국의 전형적인 핵가족을 배경으로 오컬트라는 장르를 더한 영화다.

'검은사제들'의 흥행을 시작으로 충무로에는 '오컬트' 바람이 부는 듯하다. 영화 '사자'가 판타지적인 액션을 오컬트 장르에 더해 새로움을 빚어냈다면 영화 '변신'은 한국의 가족을 배경으로 오컬트라는 장르에 한국적 맥락을 입혔다.

영화 '변신'은 개봉 이후 박스오피스 순위 1위를 지키며 흥행 질주의 신호탄을 올렸다. 그렇다면 '변신'의 매력은 무엇일까

# '변신', 가족의 이야기에 주목해라

 

[사진 = 영화 '변신' 스틸컷]
[사진 = 영화 '변신' 스틸컷]

 

영화 '변신'은 5인 핵가족이 이사를 오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 작품이다. 가족 내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사건은 가족 내에 의심과 분열을 일으킨다.

영화 '변신' 내 가족들의 갈등은 본래부터 있어왔던 것이었다. 오랜 가정주부 생활로 삶에 활기를 잃은 명주(장영남 분)와 장녀로서의 부담감을 안고 있던 선우(김혜준 분), 둘째이자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현주(조이현 분)는 많은 가족들의 현실적인 고민을 담아둔 캐릭터다.

강구(성동일 분)의 가족들은 이처럼 갈등을 내재한 상태로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오게 되고, 기이한 사건들에 휘말리면서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게 된다.

악귀가 몸에 빙의했을 때, 해당 인물들이 말하는 대사는 그래서 더욱 섬뜩하다. 가장 먼저 이상 행동을 보이는 엄마 명주는 "내가 너희를 키우느라 이렇게 쭈그렁탱이가 됐는데"라며 악귀의 입을 통해 기존의 갈등을 털어놓는다. 현주 역시 선우에게 "우리들이 귀찮아 죽겠지?"라며 선우가 가지고 있는 장녀로서의 고민들을 자극한다.

이처럼 영화 '변신'은 가족들의 약한 마음이 악귀를 통해 알려지게 되며, 가족들은 악귀로부터 가족을 지키기 위해 서로 마음에 응어리 진 갈등을 고백하고 해소하는 과정을 거친다.

성동일이 "'변신'은 가족 영화다"라고 말한 이유가 이 때문이다. 영화 '변신'은 한국에서 살아온 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에 대한 고민과 불만들을 악귀라는 소재로 표현해내며 오컬트 장르에 관심이 없는 일반 관객들에게도 설득력을 갖춘 영화가 됐다.

# 충무로 씬스틸러들 다 모였다, '톱스타' 없어도

 

[사진 = 영화 '변신' 스틸컷]
[사진 = 영화 '변신' 스틸컷]

 

영화 '변신'이 매력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배우들의 힘도 있다. 삼촌 중수 역을 맡은 배성우를 비롯해 가장 강구 역을 맡은 성동일, 엄마 명주 역을 맡은 장영남 모두 충무로의 대표 씬스틸러들이다.

배우 장녀 선우 역을 맡은 김혜준은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으로 활약하고 최근에는 배우 김윤석의 첫 감독 도전작인 '미성년'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충무로의 샛별로 떠올랐다. 둘째 현주 역을 맡은 조이현 역시 신예 배우다.

이처럼 영화 '변신'은 톱스타 위주의 캐스팅이 아닌 연기력을 인정받은 충무로 베테랑과 신예들이 뭉친 영화다. 인기 스타의 캐스팅이 없이도 탄탄한 시나리오와 연출, 배우들의 호연으로 입소문을 탔다. 

최근 화려한 스타들이 출연하는 대형 영화들이 제작비 100억 남짓, 손익분기점이 300만에 이르는데 반해 영화 '변신'의 손익분기점은 약 165만 명이다. 이는 약 60억 정도의 제작비에 불과하다. 같은 날 개봉한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이 100억대 제작비, 손익분기점 350만명임을 생각해보면 '변신'은 저비용으로 웰메이드 영화를 만든 좋은 예로 기억될 것이다.

# '가족'의 이야기, 그러나 오컬트로는?

 

[사진 = 영화 '변신' 스틸컷]
[사진 = 영화 '변신' 스틸컷]

 

영화 '변신'은 가족 영화적 특성을 오컬트 장르에 결합한 예다. 그래서일까? 영화 후반부가 전형적인 가족 영화로 귀결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단점이기도 하다.

한국 영화 팬들에게 '가족'이란 익숙한 소재다. 가족애를 중시하는 문화의 영향 때문인지 대다수의 영화에서 가족의 소중함, 가족의 애틋함을 다루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짜릿한 공포로 시작됐던 영화 '변신'은 결국 가족이 위기를 극복하는 전형적인 가족 서사로 이야기가 마무리 되며 새로운 이야기를 원했던 관객들에게는 아쉬움을 준다.

최근 영화와 드라마에는 한국적인 장르의 해석이 각광받고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이지만 좀비라는 설정이 등장한다. 영화 '변신'은 가족 영화에 엑소시즘이란 장르를 차용했다.

그러나 엑소시즘 소재 영화의 매력을 '변신'에서 완전히 느끼기는 힘들다. 충무로에 엑소시즘 붐을 불러일으켰던 영화 '검은 사제들'이 엑소시즘이라는 설정과 주제를 잘 살리며 극을 이끈 것과는 달리 영화 '변신'은 엑소시즘 설정이 허술하고 어디서 본 것 같은 장면들이 반복된다.

영화 '변신'을 엑소시즘, 혹은 오컬트 장르로 기대했던 관객이라면 다소 아쉬울만한 요소다.

'변신'은 극장가 대목인 휴가철에 개봉한 영화다. 그런 만큼 더욱 많은 관객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 마니아들을 위시한 장르적인 색채보다는 한국 상업 영화에 어울리는 색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새로운 오컬트 영화'로 가족 영화의 특징을 삽입한 영화 '변신'이 가족 영화적 요소로 오히려 후반부 이야기의 동력이 떨어진 것은 아쉬울 만 하다.

최근 한국 영화계는 '다양성'이 화두다. 범죄 액션, 스릴러 장르 외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필요하다는 지적들이 계속되어왔고, 최근에는 로맨스,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제작되며 한국 영화의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다.

영화 '변신'은 새로움과 익숙함을 적절히 섞은 영화다. '변신'이 여름 극장가를 이끌며 한국 영화의 새로움을 이끄는 선봉이 될지 영화 팬들의 관심이 박스오피스 순위에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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