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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 이상엽, 아프니까 '윤정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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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 이상엽, 아프니까 '윤정우'다
  • 이승훈 기자
  • 승인 2019.09.04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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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자 Tip!] 반듯하고 성실한 이미지가 강한 이상엽이 한 순간에 ‘불륜남’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하지만 반응은 나쁘지 않다. 물론 불륜을 정당화하는 건 아니지만, 윤정우로 분한 이상엽이 그만큼 극 중 상황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는 뜻.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을 조금이라도 봤다면 이상엽도, 윤정우도,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스포츠Q(큐) 글 이승훈 기자 · 사진 주현희 기자] ‘불륜을 미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던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이 시청률 상승 곡선을 그리며 종영했다. 그 중심에는 배우 이상엽이 있었고, 그를 더욱더 빛나게 만들어준 윤정우도 힘을 보탰다.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채널A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 종영 인터뷰에서 이상엽은 “가슴이 뻥 뚫린 것 같다. 윤정우에서 이상엽으로 돌아오는 과정이 아플 만큼 나에게 깊숙이 박혀 있는 드라마다”라며 종영 소감을 전했다.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 이상엽 [사진=스포츠Q(큐) DB]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 이상엽 [사진=스포츠Q(큐) DB]

 

◆ 아픈 만큼 성숙해진 이상엽, 그리고 윤정우

“‘서서히, 깊숙이 스며들다’는 말을 계속 생각하고 있어요. 며칠 전에는 일정들을 취소하고 누워만 있을 정도로 정말 아팠어요.”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 속 윤정우에서 빠져나오긴 했지만, 이상엽은 그 과정이 쉽지 않았다. 캐릭터에 그만큼 집중력을 쏟아내기도 했지만, 데뷔 후 이처럼 뜨겁고 격정적인 멜로 장르는 첫 도전이었기 때문.

이상엽은 “이번 작품은 오랫동안 생각이 날 것 같다”면서 “딥한 멜로는 처음이라 나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일방적인 사랑이었던 ‘착한 남자’ 때와 다르게 이번에는 몰입이 더 잘 됐다. 찍을 땐 잘 몰랐는데 끝나고 나니까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고 밝혔다.

심지어 그는 “종영 후에도 과거 출연했던 작품을 여러 번 돌려본다. 하지만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은 다시 보기 힘들 것 같다”면서 유독 여운이 많이 남는 드라마라고 고백했다.

“아직까지 ‘당시의 대본과 상황들을 잘 표현했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만큼 넘쳐서도, 부족해서도 안 되는 감정신이 많았기 때문에 마지막회까지 ‘잘 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죠.”

이상엽은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에서 눈빛이 맑고 선한 대안학교 생물 선생님인 윤정우로 분했다. 극 중 윤정우는 학창시절 장학생으로 선발돼 미국 유학길을 선택했고 류아벨(노민영 역)과 결혼했다. 하지만 이상엽은 미국에 남아 박사학위에 도전하는 류아벨을 뒤로한 채 홀로 한국으로 돌아와 싱글로 3년을 살았다.

그러던 중 이상엽은 박하선(손지은 역)을 만나 부도덕한 관계를 시작했다. 손지은 역시 어엿한 남편 정상훈(진창국 역)이 있었기 때문에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은 일부 시청자들에게 “받아들이기 힘든 불륜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에 이상엽은 “주변 뿐 아니라 방송이 시작되고 끝날 때까지 우리도 걱정했던 부분이었다. 그래서 제작진들과 이야기를 더 많이 나눴고 주변에도 조언을 구했다”면서 ‘불륜’이라는 자극적인 소재와 기혼자를 연기하는데 힘들었던 점을 고백했다.

“다행히 상대역들이 다 기혼이었기 때문에 많이 물어봤어요. 박하선 씨와 감독, 작가님에게 매순간 ‘난 이렇게 느끼는데 이 감정이 맞냐’고 늘 질문을 했죠. 현장에서 대화를 많이 나눴기 때문에 그나마 따라갈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 이상엽 [사진=스포츠Q(큐) DB]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 이상엽 [사진=스포츠Q(큐) DB]

 

◆ “박하선이 넘버원”... 레전드 호흡 증명한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

배우 이상엽은 지난 2007년 KBS 2TV ‘행복한 여자’로 데뷔한 이후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올해로 데뷔 13년차를 맞이한 만큼 그는 다양한 장르는 물론,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여러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

하지만 이상엽은 그동안 함께 연기했던 배우들 중 “박하선이 넘버원”이라면서 상대 배우를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박하선 능력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격정 멜로가 처음인데도 ‘상대가 중요하구나’를 느꼈어요. 그 정도로 호흡이 정말 잘 맞았죠. 말로 정의를 내리기는 쉽지 않은데 박하선 씨와 케미가 좋았던 지점들이 많았어요. 한 장면을 촬영하고 서로 ‘좋았어’ 하는 느낌이 있는데 그런 감정들을 잘 던져주고, 잘 받아주는 배우구나 싶었죠.”

이상엽은 윤정우를 연기하는 순간마다 박하선이 자신의 눈빛을 제대로 읽어줬다며 자랑하기도 했다. 그는 윤정우를 나타냄에 있어서 “감정을 드러내는 대사가 많이 없었기 때문에 얼굴과 눈을 통해 많이 표현하고 싶었다. 그냥 상대방을 열심히 쳐다보는 게 목표였다. 상대 배우가 내 눈을 보면서 무언가를 느껴줬으면 했다”고 말했다.

“(제 눈빛을 보고) 살짝 짜증을 내면서도 좋다고 해줬어요. ‘박하선’이라는 아우라가 있었기 때문에 제가 윤정우를 더 잘 표현할 수 있지 않았나 싶기도 하죠. 저와 박하선, 윤정우와 손지은의 티키타카가 굉장히 좋았어요.”

이상엽과 박하선의 찰떡 케미는 시청자들을 위한 이벤트로도 이어졌다. 이상엽은 “포상휴가 이야기도 있었지만,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서 감사한 마음이 컸다. 내가 먼저 제안했다. 비용은 박하선 씨와 반으로 나눠서 대관을 했다”며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 마지막회를 영화관에서 시청자들과 함께 시청한 소감을 전했다.

“마지막 장면이 나온 뒤 드라마를 사랑해주신 분들 앞에서 바로 종영 소감을 말했는데 울컥했어요. 극에 몰입을 많이 하신 분들에게는 혼나기도 했지만, 가족같이 편안했어요. (웃음) ‘조금 더 준비할 걸’이라는 아쉬움이 남기도 했죠.”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 이상엽 [사진=스포츠Q(큐) DB]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 이상엽 [사진=스포츠Q(큐) DB]

 

◆ 30-40대로 넘어간 팬층... “이렇게 전화·메시지 많이 받은 작품은 처음”

보는 이들에게 ‘불륜’이라는 소재 자체가 거부감을 줄 수 있는 건 당연하다. 모든 시청자들의 입맛을 고려하기 보다는 상황에 따라 제작진들의 연출력과 배우들의 연기, 대본의 힘이 더욱더 중요할 수도 있기 때문.

특히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은 결혼 생활의 고충과 싱글남, 기러기 아빠 등 기혼자만이 알 수 있는 요소들이 극에 다수 배치돼있어 10-20대 보다는 30-40대 이상의 시청자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결혼한 친구들, 이민 가서 외국에 살고 있는 친구들 등 연락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사실 시작할 때는 이렇게 많은 분들에게 관심을 받을 거란 예상을 못했거든요. 오히려 질타가 심할 것이라는 걱정이 앞섰었는데 생각 이상으로 사랑해주셔서 감사했어요.”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 이상엽 [사진=스포츠Q(큐) DB]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 이상엽 [사진=스포츠Q(큐) DB]

 

지난해부터 SBS ‘런닝맨’, ‘무확행’, tvN ‘호구들의 감빵생활’ 등 예능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하면서 젊은 팬층을 확보했다면,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으로는 일명 ‘누나 팬’을 끌어 모은 셈.

이상엽은 “댓글을 보면 40대가 월등히 높았다. 그분들에게 공감을 얻었다는 게 신기했다. 또 나보다 나이가 더 많으신 분들이 팬으로 유입된 사실에 감사했다”면서도 “멘트가 훨씬 더 직설적이시다. 매순간 멘탈 관리를 하고 있다. 가끔 훅 들어오시면 바로 대답을 못해드리는 게 미안하기도 하다”며 새로운 팬층을 확보하게 된 소회를 밝혔다.

끝으로 그는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을 “술이 땡기는 드라마”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이상엽은 “대본을 너무 많이 봐서 활자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인터넷 기사들도 잘 못 읽었다. 난독증이 생긴 것처럼 집중이 안 됐다. 그만큼 나를 더 몰입하게 만들어준 작품”이라며 “‘센 멜로’ 드라마를 손꼽았을 때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이 생각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취재후기] ‘제2의 전성기’도 좋고, ‘이상엽의 재발견’도 괜찮다. 이상엽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게 중요하다. 최근 예능에서는 털털한 면모를 과시했던 터라 이상엽의 진지한 내면 연기가 돋보였던 윤정우는 그야말로 ‘새로움’이었다. 작품의 소중함, 그리고 상대 배우를 배려할 줄 아는 그의 모습이 앞으로 또 어떤 필모그래피를 탄생시킬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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