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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사과 좋거나 나쁘거나 이상하거나, BBQ 임블리 그리고 차석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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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사과 좋거나 나쁘거나 이상하거나, BBQ 임블리 그리고 차석용
  • 석경민 기자
  • 승인 2019.09.03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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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석경민 기자] 사건 사고가 빈발하는 요즘 우리네 일상에서 공식 사과하는 이들을 쉽게 목도한다. 개중에는 공식 사과로 모든 논란을 잠재우기도 하고 반대로 논란을 더욱 키우기도 한다. 물론 사과가 근본적으로 잘못된 까닭이다.

보통 사과해야할 시기를 놓쳤거나 아니면 진정성이 결여된 경우다. 공식사과에도 기술이 있다고 하는데 그것은 과연 무엇일까? 최근 불거진 사건사고를 통해 알아보자.
 

▲ BBQ. [사진=연합뉴스]

# 광경 하나. 구독자 수 136만 명을 보유한 유튜버 ‘홍사운드’는 지난 7월 “치킨 프랜차이즈 BBQ의 한 점주가 신 메뉴 ‘황금올리브 치킨 순살’을 주문했는데 기존 메뉴 ‘황금올리브 속안심’을 배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BBQ에 사기 당했다. 여러분들은 당하지 마시라고 영상을 올린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BBQ는 본사 차원에서 빠르게 대처했다. 게시 2시간 만에 BBQ 마케팅 팀장이 인스타그램 메시지로 ‘홍사운드’에게 연락했다. 영상 속 점주는 “닭 한 마리 더 팔기 위해 거짓말했다”는 자필 사과문을 보냈다. 다음날 오전 일찍 본사 상무는 ‘홍사운드’를 찾았고 임직원 명의로 사과문도 게재했다.

# 광경 둘. ‘임블리’로 불렸던 임지현 전 부건에프앤씨 상무는 무성의한 고객대응으로 평판을 잃은 대표적 사례다. 온라인 패션을 시작으로 호박즙 등 식품, 화장품에 이르기까지 사업을 확장하며 승승장구하던 그는 개인 인스타그램에 성토하는 글이 올라오자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임블리’는 호박즙 곰팡이 사태엔 “환불은 어렵고 그간 먹은 건 확인이 불가하니 남은 수량과 폐기한 수량 한 개만 교환을 해주겠다”고 대응했다. 가방끈과 관련한 불량 문의에는 “잘라라”, “길이가 다르면 묶어라”, “구멍이 작으면 칼로 찢어라”고 답변해 논란을 키웠다. 사태가 커지자 사과 영상을 올렸으나 소비자의 반응은 냉담했다.
 

▲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 청문회. [사진=연합뉴스]

# 광경 셋. 국민 수천 명의 평범한 일상을 앗아간 가습기살균제의 진상규명 청문회가 지난달 27~28일 열렸다. 이 자리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동생 최창원 전 SK케미칼 대표이사,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차남 채동석 애경산업 대표이사 부회장 등 전 현직 최고경영자(CEO)들이 사건 발생 8년 만에 처음으로 고개를 숙였다. 한데 일각에서는 맹탕 사과라고 꼬집는다. 핵심이 빠졌기 때문이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벌어진 증거인멸 의혹이나 피해자 사찰 의혹 등에 대해 이들은 “생각나지 않는다”, “보고 받은 적 없다”고 말해 피해자 가족의 분노를 샀다. 보·배상 계획을 두고 SK는 “판결이 나오면 조치를 취하겠다”, 애경은 “상장돼 있고 재판도 시작됐다”며 발뺌하기에 급급해 피해자들 가슴에 피멍 들게 했다.

# 광경 넷. LG생활건강도 마찬가지였다. 특별조사위원회 측이 증인으로 채택한 차석용 LG생건 대표이사 부회장은 자리에 나오지도 않아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외면한 무책임한 태도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이제까지 단 한 번도 공식 사과를 표명하지 않았던 LG생건은 이날도 대표이사가 참석지 않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물론 불완전한 제품 출시로 인한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한 당연한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난의 화살을 맞게 됐다. 박헌영 LG생건 대외협력부문 상무는 흡입독성 실험으로 안정성을 확인했느냐는 특조위 질문에 “문헌에 근거한 간접 기법을 동원했다. 지금 생각하면 당연히 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 차석용 LG생활건강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증인으로 채택된 최태원 회장 또한 불출석 사유서를 전달하고 참석하지 않았다. 사회적 가치를 외쳐온 최태원 회장이 가습기 사태에 대해선 ‘나 몰라라’ 하고있는 것을 보노라면 겉과 속이 다른 행보라는 일각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 궁금한 대목이다.

그리고 그것은 차례로 공식 사과의 좋은 예, 나쁜 예 그리고 이상한 예가 아닐 수 없다.

에드윈 L. 바티스텔라 서던오리건대학의 인문학부 교수는 저서 ‘공개 사과의 기술-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사과는 무엇이 다른가’에서 사과를 기술이라 규정한다. 특히 대중을 향한 공개 사과는 ‘테크닉’이나 ‘기교’로 안 되는 ‘예술’이라 칭한다.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은 완전한 사과를 △ 사과하는 이가 수치심과 유감을 표현하고 △ 특정한 행동 규칙의 위반을 인정하고 △ 그에 따른 외면이나 배척에 공감하는 것을 포함하고 △ 잘못된 행위를 명시적으로 부정하고 △ 그 행위와 이전의 자신을 비판하며 △ 앞으로 바른 행동을 하겠다고 약속하며 △ 속죄하고 배상을 제시해야 한다고 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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