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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벨 감독 '한국 여자축구 판 히딩크가 돼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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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벨 감독 '한국 여자축구 판 히딩크가 돼줘'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10.22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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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로=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한국 여자축구 국가대표팀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이 지휘봉을 잡는다. 2015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유럽축구연맹(UEFA) 여자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끈 콜린 벨(58·영국) 감독이 한국으로 날아왔다. 대한축구협회(KFA)가 처음으로 외인 지도자를 선임한 배경이 궁금하다.

2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콜린 벨 여자축구 대표팀 감독 취임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판곤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은 “대부분의 감독들이 한국 여자축구를 잘 아는 국내 지도자를 추천했지만 항간에선 2002 한일 월드컵을 예로 들며 ‘이제는 외국 지도자가 와서 여자축구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며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보다 다른 차원의 축구를 접목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콜린 벨 감독이 22일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김 위원장은 “처음에는 국내에서 오랫동안 여자축구를 위해 헌신한 분들을 더 격려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최인철 전 인천 현대제철 감독에게 중책을 맡긴 이유를 설명하며 이미 한 차례 이야기했던 부분이다.

하지만 최 감독의 과거 선수 폭언 및 폭력 사실이 밝혀진 뒤 그는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협회는 10월 미국과 2연전을 앞두고 급하게 새 사령탑을 결정하기보다 길게 보고 한국 여자축구를 발전시킬 수 있는 인물을 모색했다.  

김 위원장은 “9월 22일 외국인 감독 후보 3명과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와 자료 제출 등 기술 검증을 거친 뒤 10월 2일 벨 감독을 미국으로 초청해 직접 인터뷰했다. 벨 감독과 미국 2연전을 함께 관전했다. 벨 감독이 2경기를 보고 나서 우리 대표팀이 좋은 자질을 가지고 있으며 좋은 팀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매력을 느꼈던 게 취임 동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도덕적 자질 검증에도 큰 주의를 기울였다. 벨 감독의 허락을 구한 뒤 아일랜드축구협회와 프랑크푸르트 구단에 공문을 보냈다. 재직 기간 중 부적절하거나 부정한 행위, 차별과 성관련 문제 혹은 폭행 등이 있었다면 알려줄 것을 문의했고 상당히 좋은 평가가 돌아왔다.

김판곤(왼쪽) 위원장은 벨 감독이 한국 여자축구를 한 차원 발전시킬 적임자라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벨 감독은 2013년 독일 여자 분데스리가 프랑크푸르트 감독으로 취임해 2014년 독일컵 우승, 2015년 여자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일궜다. 2015~2016시즌 노르웨이 명문 아발드네스를 지휘했으며 2017년부터 올해 6월까지 아일랜드 여자 대표팀도 맡았다. 최근에는 잉글랜드 챔피언십 허더스필드 수석코치로 활동했다.

김 위원장은 “최고 수준이라는 독일 여자리그에서 챔피언스리그 우승 등 상당히 좋은 결과를 이끌어낸 경험을 높이 샀다. 환경이 열악했던 아일랜드에서도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인터뷰에서 보여준 현대축구에 대한 높은 이해는 물론 선수 중심의 팀 관리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협회가 좇고자 하는 철학과 같았다. 한국 여자축구를 몇 단계 발전시킬 적임자라고 생각했다”는 말로 기대를 드러냈다.

특히 선수단 내부에서도 보다 높은 수준의 지도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당장 내년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 역시 중요한 목표지만 다음 월드컵 까지 3년가량 길게 보고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을 몇 단계 발전시켜줬으면 하는 협회와 선수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다.

지난해 파울루 벤투 남자축구 대표팀 감독을 선임했을 때도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생겨났다. 이번 벨 감독 선임은 최인철 감독이 부임했다가 자진 사퇴하는 과정에서 진통을 겪었던 협회의 고뇌가 묻어난 선택이다. 이번 결정이 자충수가 아닌 한국 여자축구의 체질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콜린 벨 감독의 행보에 기대 어린 시선이 따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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