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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곰의 힘, 홍성흔 '팀 퍼스트'에서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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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곰의 힘, 홍성흔 '팀 퍼스트'에서도 나온다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5.06 23: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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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팀 배팅으로 승리에 발판 놓은 뒤 멀티타점 폭발

[잠실=스포츠Q 이세영 기자] “홍성흔이 번트를 성공한 것도 다 기가 있어서 된 겁니다.”

전날 번트 작전을 성공한 홍성흔(38)에게 내린 김태형 두산 감독의 칭찬이었다. 더그아웃 리더로서 팀을 위해 희생할 줄 아는 베테랑을 치켜세운 것이다. 당시 0-1로 뒤진 4회말 무사 1, 2루에서 희생 번트를 댔는데, 투수 야수선택으로 타자와 주자가 모두 살았다. 이것이 승부를 뒤집는 도화선이 됐다.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팀 승리에 발판을 놓은 홍성흔. 하루 뒤엔 직접 적시타를 뽑아내며 주인공이 됐다. 멀티히트로 2타점을 올리며 5-4 승리를 이끈 것. 올 시즌 내내 주춤하던 노장 곰이 오랜만에 기지개를 켰다.

▲ [잠실=스포츠Q 노민규기자] 홍성흔이 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LG전 5회 2사 만루 상황에서 2타점 적시타를 치고 환호하고 있다.

◆ '부담감 버렸다' 4번에서 6번으로 내려온 뒤 맹타

홍성흔은 올 시즌 초반부터 부진에 빠졌다. 스윙 폭은 원래 컸지만 투구와 스윙 궤적이 맞지 않아 질 좋은 타구가 잘 나오지 않았다. 4월까지 타율은 0.250에 불과했다. 홈런과 타점도 각각 1개, 11개로 정확도와 장타력이 모두 실종했다.

비록 제 페이스를 찾지 못했지만 김태형 감독은 베테랑의 저력을 신뢰했다. 외국인 타자 잭 루츠가 빠져 타선의 무게감이 떨어진 것도 있었지만 언젠가는 한 방을 쳐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절치부심한 홍성흔은 그 믿음에 화답했다. 중요할 때 적시타를 날리며 활짝 웃었다. 4회말 두 번째 타석에서 좌전 안타를 치며 남다른 타격감을 자랑한 홍성흔은 팀이 2-1로 앞선 5회 2사 만루에서 2타점 좌전 적시타를 폭발, 3점차 리드를 견인했다. 다음 타자 김재환 역시 1타점 적시타를 날린 두산은 5-1을 만들며 분위기를 확실하게 잡을 수 있었다.

올 시즌 홍성흔이 2타점 이상을 기록한 건 지난달 15일 케이티전 이후 21일 만의 일. 득점권 타율은 0.294로 높았지만 주자가 있을 때 타율은 0.234로 저조했다. 4번 자리에서 제몫을 해주지 못하자 김 감독은 홍성흔을 6번 타순으로 내렸다. 두 계단 내려온 뒤 좋은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6번 타자로 나섰을 때 타율 0.364(11타수 4안타)를 기록 중이다.

경기 후 김태형 감독은 “홍성흔의 타격감이 올라와 정말 기쁘다. 앞으로도 두산다운 야구를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 [잠실=스포츠Q 노민규기자] 홍성흔이 6일 LG전 5회말 2사 만루 상황에서 2타점 적시타를 친 후 강동우 코치와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 '팀 위해서라면 무언들 못하랴' 남다른 희생정신

시즌 초반 방망이가 맞지 않자 홍성흔은 다른 쪽으로 팀에 보탬이 되기 위해 애썼다. 평소에는 잘 시도하지 않는 도루를 시도하는가 하면 공이 손에 맞아도 출장을 강행하는 투혼을 보여줬다.

올 시즌 홍성흔의 도루는 3개로 오재원(7개)에 이어 팀 내 2위다. 성공률도 75%로 높다. 타석에서는 부진했지만 주자로 나갔을 때 집중력을 발휘했다. 빠르지 않은 발로 팀에 기여하고자 했다.

지난달 17일 잠실 롯데전에서는 상대 투수 송승준의 공에 방망이가 나가다 왼 손등에 공을 맞았다. 다행히 뼈가 부러지지 않아 장기 결장은 면했으나 무리하게 출장을 강행할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홍성흔은 팀 사기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출전을 고집했다. 6번 타순으로 내려간 뒤에는 번트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러한 홍성흔의 남다른 희생정신이 적시타를 때린 원동력이 됐다. 매 타석을 겸손한 마음으로 소화하고 있는 그는 두산의 정신적 지주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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