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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럭비 올림픽 진출 쾌거, '3인자' 알을 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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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럭비 올림픽 진출 쾌거, '3인자' 알을 깨고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11.25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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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한국 남자럭비 7인제 국가대표팀이 아시아 ‘넘버3’라는 알을 깨고 사상 첫 올림픽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만년 아시아 3등이었지만 천재일우의 기회를 잘 살려 신기원을 열었다. 

한국은 24일 인천 남동아시아드 럭비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아시아 지역예선 결승에서 홍콩을 12-7로 이겼다.

아시아 최강 일본이 개최국 자격으로 자동 출전하게 됐고, 한국과 홍콩, 중국의 3파전이 벌어졌다. 일본과 쌍두마차로 아시아 럭비를 이끄는 홍콩을 맞아 안방에서 값진 승리를 쟁취했고, 올림픽 티켓을 거머쥐었다.

한국 럭비가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는 건 1923년 종목이 국내에 도입된 이후 무려 96년 만이다. 열악한 저변과 비인기종목 설움을 고려하면 기적이나 마찬가지.

한국 남자럭비 대표팀이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에 진출했다. [사진=대한럭비협회/연합뉴스]

지난 세 차례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일본과 홍콩이 내리 맞붙었다. 한국은 3연속 동메달이었으니 ‘3인자’ 칭호가 어색하지 않다. 2016 리우 올림픽에도 아시아 대표로 출전한 팀은 일본이었다. 당시에도 예선을 3위로 마쳐 본선으로 가지 못했다.

최강 일본에 맞서는 홍콩은 구성원 대다수가 영국계 귀화 자원으로 ‘탈아시아’ 전력을 자랑한다. 게다가 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오랫동안 한 팀에서 손발을 맞춰 조직력이 뛰어나다.

자연스레 아시아럭비 서열은 일본, 홍콩, 한국 순으로 굳어졌고, 한국은 늘 도전자의 입장이었다. 지난 9월 아시아 세븐스 시리즈에서는 중국에 19-24로 패하는 수모도 겪었다.

한국은 이번 지역예선에서 홍콩, 중국에 이은 3번시드를 배정받았고, 전망이 그리 밝지 않았다.

홍콩은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후보였다. 대회에 나선 스리랑카, 말레이시아, 대만, 싱가포르, 필리핀, 아프가니스탄 등 9개 팀들을 상대로 올 시즌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다. 조별리그 2경기는 물론 8강, 4강까지 무실점 행진을 펼치며 압도적인 전력을 뽐냈다.

하지만 한국이 저력을 발휘했다. 중국과 준결승, 홍콩과 결승 모두 12-7 역전승으로 장식하며 대회 가장 높은 곳에 섰다. 두 경기 모두 패색이 짙었지만 정규시간 종료 전 극적인 동점을 만든 뒤 연장에서 승부를 뒤집었다.

열악한 저변과 비인기종목이라는 설움을 감안하면 기적과도 같은 결과다. [사진=대한럭비협회/연합뉴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천오(국군체육부대) 한국 남자럭비 대표팀 감독은 “한국 럭비인들이 간절히 바라던 올림픽 티켓을 따내 감개무량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한국럭비를 대표하는 실업팀 포스코건설, 한국전력을 중심으로 구성된 대표팀은 지난달 14일부터 진천선수촌에 모여 사상 첫 올림픽 진출을 위해 전력을 담금질했다. 일본에서 활약 중인 정연식(히노자동차), 장용흥(NTT 커뮤니케이션)도 합류해 힘을 보탰다.

일정 상 악재도 있었다. 대표팀 대부분이 지난달 10일 막을 내린 전국체육대회에서 강행군을 벌여 지쳐 있었고, 부상도 적잖았다.

서 감독은 “전국체전에서 크고 작은 부상을 안은 선수가 매우 많아 훈련도 제대로 못 할 정도였다”며 “하지만 주장 박완용을 중심으로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똘똘 뭉쳤다. 그런 절실함이 기적과 같은 우승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다”고 돌아봤다.

애초 홍콩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대회가 안방에서 열릴 수 있도록 외교력을 총동원한 대한럭비협회도 올림픽 진출의 숨은 공신이다. 서 감독은 “안방이라는 편안함 속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최선을 다했다. 성심성의껏 뒷바라지해준 협회와 이상웅 회장님에게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하나의 알을 깨고 나온 한국 남자럭비 대표팀은 이제 올림픽 1승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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