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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박종훈, 귀해서 더 반가운 '정통 언더핸드의 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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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박종훈, 귀해서 더 반가운 '정통 언더핸드의 정석'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5.07 10:5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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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 커버' 5선발...밴와트 부재-백인식 부진 속 눈에 띄는 피칭, 제구력 보완하며 전천후 활약

[스포츠Q 민기홍 기자] “확실히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언더핸드 박종훈(24)이 SK의 선발진을 든든히 뒷받침하고 있다. 6일 KBO리그 사직 롯데전에서 프로데뷔 첫 선발승을 거둔 그는 “신인 때, 군입대 전까지는 욕만 많이 먹었는데 올해부터는 달라지겠다”며 “보직과는 관계없이 최대한 많이 등판하고 싶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2012년 6월 7일 잠실 두산전 이후 1063일 만의 선발 등판. 상대는 롯데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이었다. 긴장할 법도 했지만 박종훈은 주눅들지 않았다. 5.2이닝 동안 93개의 공을 던져 4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 언더핸드 투수들이 자꾸만 사라져간다. 리그에서 릴리스포인트가 가장 낮은 박종훈은 '정통 언더핸드'의 마지막 보루이기도 하다. [사진=SK 와이번스 제공]

박종훈은 경기 후 방송 인터뷰를 통해 “전날 밤 선발 등판 소식을 알게 됐다. 선발승이 잘 실감나지 않는다”며 “첫 회를 잘 던지고 나서 이대로 꾸준하게 던져야겠다는 것만 생각했다. 포수 사인대로 던진다는 생각만 했다. 볼넷을 하나만 준 줄도 몰랐다”고 활짝 웃었다.

◆ '절치부심' 예비역, 영점이 잡혔다

2015년 출발이 좋다. 8경기에서 15이닝을 던져 1승,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하고 있다. 군산상고를 졸업하고 2010년 2라운드 9번으로 SK에 입단한 박종훈은 2011년 7경기, 2012년 8경기 출전에 그친 후 상무 입대를 택했다. 그러니 올 시즌의 10분의 1을 마친 시점에서 자신의 최고 기록을 모두 갈아치운 셈.

지난해 9월 전역 후 팀에 합류한 박종훈은 마무리 훈련 때부터 빼어난 피칭으로 김용희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5.2이닝 평균자책점 1.59를 기록하자 김 감독은 “제구만 안정되면 치기 까다로운 투수”라며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박종훈은 시범경기에서 4경기 14이닝을 던져 1승1패, 평균자책점 1.29를 기록했다. 전체 투수 중 평균자책점 3위에 해당하는 출중한 성적. 김 감독은 개막 후 그를 중용하고 있다. 4월 한 달간 구원으로 5경기에 등판했던 박종훈은 최근 부진한 백인식을 대신해 선발 기회까지 받았다. 그리고 보란 듯이 2012년 5월 20일 대전 한화전 이후 3년 만에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93개의 공 중 스트라이크 비율이 62.4%(58개)인 점이 인상적이었다. 고질병으로 지적받았던 제구 불안도 떨쳐냈다. 볼넷은 단 하나에 불과했다. 특히 우타자 몸쪽으로 휘어 들어가는 싱커가 일품이었다. 롯데가 자랑하는 황재균, 최준석, 강민호를 7타수 무안타로 꽁꽁 묶었다.

▲ 이번 시즌 전까지 1군 출전 기록이 15경기 24.2이닝이 전부였던 박종훈은 시즌의 10분의 1이 지난 현재 8경기 15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사진=SK 와이번스 제공]

◆ ‘멸종 위기’ 언더핸드 계보를 이어라 

한희민, 박정현, 박충식, 이강철, 정대현.

한 시대를 풍미한 ‘잠수함’ 투수들이다. 밑으로, 옆으로 던지는 이들은 기막힌 완급조절과 커브, 싱커로 타자들을 손쉽게 돌려세우곤 했다. 릴리스포인트가 땅이나 다름없는 이들의 투구폼을 보면 자연스레 물속에서 전투를 수행하는 함정이 떠오른다.

어느 순간부터 ‘정통 언더핸드’ 투수들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오버스로나 스리쿼터에 비해 무릎을 많이 써야 하는 투구 특성상 부상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수술을 받는다 하더라도 무릎을 최대한 활용하는 투구가 여의치 않아 갈수록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올 시즌 1군 무대에 뛰는 ‘진짜’ 언더핸드는 박종훈을 비롯해 김대우(넥센), 정대훈(한화) 정도. 김대우도 염경엽 감독과 상의를 통해 팔 각도를 높이기로 한 만큼 언더핸드 투수는 갈수록 더 희소해질 것이다.

사이드암은 임창용(삼성), 우규민(LG), 한현희(넥센) 등 수준급 선수들에다 심창민(삼성), 홍성민(롯데), 박준표(KIA), 김선규(LG) 등 계투진까지 차고 넘친다.

박종훈은 그래서 더 반가운 존재다. 팬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그는 현재의 좋은 페이스를 유지해나갈 필요가 있다.

트래비스 밴와트가 아직 로테이션에 합류하지 못하고 있다. 시즌 초반 페이스를 끌어올렸던 백인식은 지난 2경기를 통틀어 4.2이닝 5실점하며 경쟁에서 한발 뒤처졌다. 박종훈은 당분간 로테이션을 지킬 것으로 보인다. 2015년 프로야구의 '예감' 히트상품, 바로 박종훈이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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