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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기홍의 볏짚놀이] 프로스포츠 추락과 SKT 2G족 갑질뿐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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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기홍의 볏짚놀이] 프로스포츠 추락과 SKT 2G족 갑질뿐이랴?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9.12.09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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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스포츠는 물론 스포츠산업, 연예, 우리네 생활 문화 전반에서 일어나는 현상 그리고 그 안의 인물에 관심이 많은 스포츠산업부 팀장입니다. 체육과 문화·연예계 사건사고, 가십을 토대로 사람 사는 이야기를 꼬고 엮고 묶어 보고자 합니다. 볏짚처럼 말입니다. 때로는 묵직한 펀치를 날려보겠습니다. 또 때로는 삐딱하게 측면도 공략해보겠습니다. [편집자 주]

재계서열 3위 SK그룹의 겨울이 유독 을씨년스럽다. 안팎에서 악재가 겹쳐 불거진 탓이다.

먼저 스포츠 쪽을 살펴보자. SK에너지를 모기업으로 하는 K리그의 제주가 창단 37년 만에 2부리그로 강등되는 굴욕을 맛봤다. 지난달 24일 서귀포월드컵경기장에서 수원 삼성에 2-4로 패했다. 하필이면 최태원 회장이 직접 관람한 날 최악의 충격에 빠졌다. 축구계에선 주축 선수들의 ‘제주 엑소더스’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란 소문이 돈다.

고개 숙인 제주 유나이티드.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앞서 KBO리그의 SK 와이번스도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페넌트레이스 1위로 내내 질주하다 두산 베어스에 덜미를 잡혀 한국시리즈 직행에 실패했다. 키움 히어로즈와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는 더 끔찍했다. 3전 전패로 밀려 ‘광탈’했다. 프로야구 역사에서 손꼽힐 만한 성적, 88승을 거두고도 들러리로 전락한 2019년의 SK였다.

SK그룹은 최근 다른 뉴스로도 눈총을 샀다. SK텔레콤(SKT)은 장기간 2G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은 휴대폰 앞자리 011·017 고객과의 계약을 직권으로 해지할 수 있다고 약관에 삽입했다 지난달 26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철퇴를 맞았다. 정부로부터 올해 안으로 2G 서비스 철수 승인을 받으려던 청사진에 차질이 생긴 셈이다.

2G 서비스가 종료되면 정부의 '010 번호통합정책'에 따라 011, 017, 019 등 01X 번호를 쓰던 사용자들은 010 번호를 써야 한다(KT는 2012년 1월 2G 서비스를 종료했다). SKT는 지난 2월 ‘3개월간 2G 서비스 이용내역이 없을 경우 직권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이용정지 후 1개월 이내 이의가 없으면 해지한다’는 조항을 만들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01X 사용자는 최소 16년 이상 번호를 쓴 충성도 높은 고객이다. “디지털시대에 역주행 한다”는 일각의 시선에도 아랑곳 않는다. “SKT가 2G폰(011)을 고수하는 57만 여명을 무시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까닭이다. 공정위가 약관 시정권고를 내리면 SKT는 2G 이동전화 이용약관을 즉시 수정해야 한다. SKT는 과거 ‘번호의 자부심 011’을 슬로건으로 내세워 고객을 모집했다.

“20년을 사용했고 앞으로도 사용할 내 번호다. SKT가 요금 잘 내고 있는 사용자를 강제로 없애려 한다. 장기 고객을 제발 돈으로만 보지 말아 달라”는 한 누리꾼의 호소가 다수의 공감을 받은 이유를 곱씹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설상가상으로 요즘 최태원(59) SK그룹 회장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여론이 대동단결해 그에게 나쁜 남편, 못된 아빠라고 맹비난을 퍼붓고 있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58)은 4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저의 지난 세월은 가정을 만들고 이루고 또 지키려고 애쓴 시간이었다. 힘들고 치욕적인 시간을 보낼 때에도, 일말의 희망을 갖고 기다렸다”며 “그러나 이제는 그 희망이 보이지 않게 됐다, 그 사이 큰딸도 결혼해 잘 살고 있고 막내도 대학을 졸업했다. 그래서 이제는 남편이 저토록 간절히 원하는 '행복'을 찾아가게 하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는 글을 남겼다.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다음 검색창에 ‘최태원’을 치면 자동완성 기능으로 ‘불륜’, ‘혼외자식’, ‘첩’, ‘동거녀’ 등이 등장한다. 그의 내연녀 김희영(44) 티앤씨재단(T&C Foundation·T는 태원, C는 김희영 이사장의 영문이름 Chloe를 땄다고 알려져 있다)의 나이와 배경 등을 다룬 콘텐츠가 쏟아지는 건 물론이다. 삼성, 현대자동차에 이어 재계서열 3위인 그룹 총수에게 따라붙는 키워드라니, 참으로 민망하지 않을 수 없다.

최태원 회장(왼쪽)과 노소영 관장. [사진=연합뉴스]

“지난 30년은 제가 믿는 가정을 위해 아낌없이 보낸 시간이었다. 목숨을 바쳐서라도 가정은 지켜야 하는 것이라 믿었다. 이제는 그 '가정'을 좀 더 큰 공동체로 확대하고 싶다. 저의 남은 여생은 사회를 위해 이바지할 수 있는 길을 찾아 헌신하겠다. 끝까지 가정을 지키지는 못했으나 저의 아이들과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노소영 관장의 글에서 그간의 마음고생이 묻어나온다. 이전까지 최태원 회장이 제기한 이혼 소송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던 그는 이젠 지쳤는지 위자료,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맞소송을 제기했다. 금액이 1조4000억 원,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의 42%에 해당한다. 그 결과에 따라 SK 지배구조에도 지각변동이 생길 수 있기에 대중의 관심은 뜨겁다.

회장님의 여자에, 주력 계열사 SKT의 갑질 횡포 논란, 이도 모자라 스포츠단의 우울한 소식까지. SK그룹의 ‘행복날개’가 꺾인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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