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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은퇴대국서 한돌도 격파, 결정적 78수 알파고 때와 차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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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은퇴대국서 한돌도 격파, 결정적 78수 알파고 때와 차이는?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9.12.18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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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이세돌(36) 9단 다운 결정이었고 선물 같은 승리까지 챙겼다. 국산 바둑 인공지능(AI) 한돌은 국내 최정상급 기사들을 연파하며 알파고에 버금가는 것으로 평가를 받았지만 치명적인 실수로 이세돌 9단에게 승리를 헌납했다.

이세돌은 18일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 바디프랜드 사옥에서 열린 NHN 바둑 인공지능 한돌과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치수고치기 3번기 제1국에서 92수 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열세가 예상되며 이세돌 9단은 2점을 깔고 나섰지만 노련한 한 수로 한돌을 ‘넉다운’시켰다.

 

이세돌 9단이 18일 한돌과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치수고치기 3번기 제1국에서 불계승을 거둔 뒤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년 전 알파고와 대국에서 호선(동등하게 두는 것)으로 싸웠던 것과 달리 2점을 깔고 한돌에게 덤으로 7집 반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세돌 9단의 열세라는 걸 모두가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프로기사들에 따르면 한돌은 알파고에 비해 더욱 진화한 상대였다. 지난해 말과 올 1월 신진서, 박정환 등 최근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국내 기사들과 릴레이 바둑을 펼쳤지만 모두 승리했다.

그런 한돌을 맞아 이세돌 9단은 또 결정적인 한 수로 승패를 갈랐다. 이미 AI에게 승리를 거둬본 이세돌 9단은 침착하게 유리하게 대국을 이끌었다. 포석을 마친 뒤 중반에 접어들며 이세돌이 집 마련에 집중하는 사이 한돌은 우변 흑돌 공격에 나섰다.

이후 한돌에 기세가 실렸다. 형세 판단 그래프가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불리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30%까지 확률을 높였다.

그러나 중앙 싸움에서 이세돌 9단이 쳐놓은 장문으로 인해 승부를 갈랐다. 사실 크게 놀라운 수는 아니었다. 바둑을 둘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알아차릴 수 있는 게 장문이다.

그럼에도 한돌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판단 실수를 했다. 이세돌은 중앙 싸움의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요석 3점에 덫을 놨는데 한돌은 이 과정에서 실수를 했다. 형세 판단 그래프는 순식간에 10% 미만으로 추락했다. 한 번 꼬이자 실수는 계속됐다. 요석 3점이 잡힐 수 있다는 걸 판단한 결정적 실수가 또 나왔고 그래프는 또 한 번 반토막이 났다.

 

이세돌 9단이 한돌과 대국에서 착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해설을 맡은 송태곤 9단은 축 판단 실수, 또는 축 버그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크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어처구니 없는 실수였다.

승부의 결정적이 된 장문은 놀랍게도 알파고 때와 마찬가지로 78수였다. 당시 이세돌 9단은 결정적인 78수로 감정이 없는 알파고마저도 얼어붙게 했다. 4판을 졌지만 알파고의 놀라운 능력에 감탄했고 1승을 거둔 것 자체에 세계가 놀랐다. 대국 당시 엉뚱한 수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 수였지만 이는 알파고를 당황케 하는 전략적 한 수가 됐다.

다만 이날은 달랐다. 이세돌 9단 스스로도 대국 후 지극히 정상적인 수였다고 말했다. 판단 실수든 버그든 이를 이끌어 낸 이세돌의 침착함에 전문가들은 놀라움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돌은 결국 오래가지 못하고 93수를 앞두고 불계를 선언했다. 대국을 모두 마친 뒤 집 계산을 통해 승리를 가리는 바둑에서 계가를 포기하며 돌을 놓는 것을 불계(不計)라고 하는데, 그만큼 한돌 스스로도 승리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불계를 선언한 것이다.

이세돌 9단의 결정적이었던 78수와 한돌의 치명적 실수로 19일 정오부터 같은 장소에서 열릴 제2국에선 이세돌 9단과 한돌이 호선으로 대결한다.

이번 대결은 이세돌 9단 25년 바둑 인생을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열리는 대회인데, 마지막 3국은 그의 고향인 전라남도 신안군에 위치한 엘도라도 리조트에서 오는 21일 정오부터 시작된다.

기본 대국료 1억5000만 원과 승리 수당 5000만 원 등 2억원의 상금을 챙기며 기세를 탄 이세돌 9단이 그 다운 화끈한 수로 1승을 더 추가하며 완벽하게 마지막을 장식할 수 있을지 기대감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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