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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범-나상호, 가치 입증한 벤투감독 '애제자' 듀오 [SQ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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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범-나상호, 가치 입증한 벤투감독 '애제자' 듀오 [SQ포커스]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12.19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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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황인범(23·밴쿠버 화이트캡스)과 나상호(23·FC도쿄)는 파울루 벤투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았지만 축구 팬들의 마음까지 얻진 못했다. 국내에서 6년 만에 열린 동아시안컵은 ‘벤투호’ 두 황태자의 진가를 다시 알린 대회였다. 두 영건은 벤투 감독과 자신들에게 달린 의문부호를 감탄부호로 바꿔낼 발판을 마련했다.

한국 남자축구 국가대표팀은 18일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최종전에서 일본을 1-0으로 이겨 3전 전승으로 대회 3연패를 차지했다.

2개의 결승골을 올린 황인범은 대회 최우수선수상(MVP) 영예를 안았다. 이날도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 왼발 중거리 슛으로 결승골을 작렬, 일본 서포터스 앞에서 산책 세리머니를 하며 한국을 대회 정상에 올렸다.

황인범(오른쪽 두 번째)과 나상호(왼쪽 두 번째)는 이번 대회 자신이 왜 벤투 감독의 총애를 받는지 증명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국제축구연맹(FIFA, 피파)이 규정한 A매치 기간에 열리지 않는 관계로 유럽파가 모두 빠진 상황, 팀의 중심은 단연 황인범이었다. 공수 연결, 공격 전개는 물론 해결 능력까지 발휘하며 그가 왜 벤투 감독의 총애를 받는지 증명했다.

나상호 역시 마찬가지. 홍콩전 헤더로 추가골을 만들더니 중국, 일본전 연달아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로 공격에 앞장섰다. 측면과 중앙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움직였고, 상대 수비에 큰 부담을 줬다. 3경기 모두 선발로 나서 장점인 멀티 포지셔닝과 오프더 볼 움직임 외에도 일대일 상황에서 재기 넘치는 드리블로 주목받았다.

한국은 1, 2차전 경기를 지배했지만 골 결정력이 아쉬웠다. 기회에 비해 많은 골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중요한 일전이었던 일본과 숙명의 라이벌전에선 그동안 문제가 됐던 공수전환 속도에서 발전 여지를 보여 고무적이다.

황인범과 나상호는 그 중심에 있었다. 멍석이 깔리자 그 위에서 신명나게 춤추며 가치를 입증했다. 자신들이 왜 많은 기회를 받고 또 받아야 하는지 보여준 셈.

기자회견장에서 어느 일본 기자는 “한국이 17번 선수를 중심으로 활발한 측면 공격을 펼치며 일본을 괴롭혔다”고 평가했다. 이날 나상호는 공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일본에 가시 같은 존재감을 뽐냈다.

황인범(오른쪽)은 대회 최고의 선수로 선정됐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대회를 앞두고 벤투호는 월드컵 2차예선에서 피파랭킹 100위권 팀(북한, 레바논)을 상대로 득점에 실패했다. 황인범은 너무 많은 역할을 짊어진 듯 벤투 체제 초창기 보여줬던 총기를 잃었고, 나상호는 소속팀에서 많은 경기를 소화하지 못한 탓에 유럽파를 제치고 중용되는 것에 거센 비판 여론과 직면해야 했다.

경기를 마치고 황인범은 비판 속에 내면의 성장을 이룬 듯 의연한 소감을 내놓았다. “이번 대회 활약으로 비판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지는 않을 것이다. 선수로서 안고 가야할 부분”이라며 “그런 점은 내 스스로 더 준비하고 노력하게 만들 것이다. 더 낮은 자세에서 노력하고, 준비하고,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선수가 될 테니 칭찬도 비판도 모두 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욕도, 칭찬도 많이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2019년은 그 이상이었다. 스스로 돌아보게 되는 시간도 많았다. 그럼에도 무너지지 않고 끝까지 잘 해냈다고 생각한다. 돌아오는 시즌 더 강해져 좋은 모습 보여주고 싶다”며 “올해 마무리를 국내 팬들과 함께할 수 있어 선수로서 행복하다. 이런 일을 계속 맞이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했다.

물론 피파랭킹 등 객관적 지표에서 상대적으로 한국보다 약한 팀들을 상대했다. 일본 역시 2020 도쿄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23세 이하(U-23) 대표팀 위주로 파견한 만큼 다소간 우승의 의미가 퇴색된다는 지적도 따른다.

[부산=스포츠Q 김의겸 기자] 황인범은 비난 속에 성장한 듯 성숙한 대답을 내놓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23세 동갑내기 2인방의 활약을 폄하할 수만은 없다. 두 사람에게도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우물 안 개구리'라는 비아냥을 넘어 부족한 점을 채우고 성장해야만 자신을 믿어주는 벤투 감독과 함께 '윈-윈(win-win)'할 수 있다. 

이날 벤투 감독은 “경기 내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이해한 좋은 경기였다”며 “핵심목표는 월드컵 본선에서 좋은 경기를 하는 것이다. 길게 보고 가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결과는 중요하지만 우리가 그 결과를 얻어내는 방식 또한 중요하다. 우리는 지난 1년 동안 우리의 스타일을 확립할 수 있었다. 우리 특유의 자취를 남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승패에 상관없이 우리의 철학을 믿고, 자신감을 갖고 있는 선수들과 함께 끝까지 팀을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인범과 나상호 역시 만 3년 뒤 예정된 월드컵을 바라보며 아직 성장 중이다. 두 사람이 이번 대회 보여준 반전은 우리가 좀 더 시간을 두고 그들의 성장을 지켜봐야 하는 이유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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