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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희 문체부 2차관, 김연아 유현상 그리고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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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희 문체부 2차관, 김연아 유현상 그리고 문재인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9.12.20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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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아시아의 인어’가 정부세종청사로 출근했다.

최윤희(52) 문화체육관광부 신임 제2차관은 20일 오전 세종시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문체부 직원은 아시안게임 금메달만 5개를 획득한 한국스포츠 레전드의 새 시작을 축하하는 의미로 꽃다발을 건넸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차관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윤희 한국체육산업개발 대표이사를 문체부 2차관에 임명했다. 노태강 문체부 2차관의 새해 총선(국회의원 선거) 출마 가능성이 제기되자 최윤희 사장을 후임으로 선택했다.

1982 뉴델리 아시안게임에서 3관왕에 오른 뒤 금메달을 보여주고 있는 최윤희. [사진=연합뉴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최윤희 차관은 국민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온 국가대표 수영선수 출신”이라며 “현장경험과 행정역량을 두루 겸비하고 있다. 체육계 혁신과 관광·스포츠산업 육성 등 산적한 현안을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청와대 측은 “수영선수 은퇴 후 대학 강사, 대한체육회 이사, 여성 스포츠인 권익 보호를 위한 단체장을 역임했다”며 “최근에는 한국체육산업개발 대표였다. 다양한 대외활동으로 역량을 쌓아 차관 직무도 무리 없이 수행할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최윤희 차관은 “문체부 2차관이라는 막중한 직을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체육인의 한 사람으로서 무엇보다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현장에서 꼭 필요한 것들이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 많은 지도편달을 바란다”고 인사했다.

최윤희 차관이 정부세종청사로 출근해 직원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윤희 차관이 정부세종청사로 출근해 직원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의 중장년 중 최윤희 차관을 모르는 이는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피겨스케이팅으로 짜릿한 감동을 안긴 김연아에 비견될 만큼 어마어마한 인기를 누린 1980년대 슈퍼스타다. 서울 상명여고, 연세대 체육교육학과, 동대학원 사회체육학과 출신.

15세였던 1982년 인도 뉴델리 아시안게임에서 3관왕(여자 배영 100m·200m, 개인혼영 200m)에 올라 ‘국민 여동생’으로 자리매김한 최윤희 차관은 안방 축제였던 1986 서울 아시안게임에서도 2관왕(100m·200m)을 차지해 온 국민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1986년 체육훈장 청룡장을 받기도 했다.

최윤희 차관은 가수 유현상의 아내(부인)로도 잘 알려져 있다. 25세였던 1991년 한 사찰(절)에서 연예인과 극비리에 결혼식을 올렸다는 뉴스는 한반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남편과 나이 차가 13세나 났고 부모의 반대까지 거셌다는 사실이 알려져 더욱 놀라운 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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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희 차관 남편 로커 유현상. [사진=연합뉴스]

1986년 결성한 ‘백두산’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로커 유현상은 수많은 남성의 부러움과 지탄과 동시에 받았다. ‘최윤희를 납치해 강제로 결혼했다’는 어처구니없는 소문에 시달리기도 했다. 유현상은 훗날 한 방송에서 “납치설, 도둑결혼설이 나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한동안 육아에 전념했던 최윤희 차관은 2001년 수영계로 복귀했다. 미국 시애틀의 수영센터에서 1년여 간 코치를 맡았고 이듬해 귀국해 2002 부산 아시안게임, 2004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 해설위원으로 활동했다.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행정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대한체육회 스포츠외교 전문인력에 선발돼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2007년 유망주 육성을 위해 자신의 이름을 딴 스포츠단을 창단했다. 대한올림픽위원회 상임위원으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유치에 힘을 보탰다. 2017년에는 은퇴한 여성체육인들의 모임 한국여성스포츠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지난해 여름부터 한국체육산업개발 대표이사로 일했다. 한국체육산업개발은 1988 서울 하계올림픽의 유산을 효율적으로 관리·운영하고, 스포츠·문화 공간 제공을 통한 국민 건강과 행복 증진을 위해 1990년 닻을 올렸다. 전체 임직원은 1600여 명 규모다. 단체 설립 이래 여성이 대표이사를 맡은 것은 최윤희 차관이 최초였다.

한국체육산업개발 임기는 3년. 1년 5개월간 조직을 무난히 리드했다는 평가를 받은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부름으로 수장에서 물러나게 됐다. 국가대표 출신 체육인이 차관에 앉은 건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박종길 문체부 2차관에 이은 2호다. 1970~1980년대 사격 대들보로 ‘속사권총의 명수’라 불렸던 박 전 차관은 자신이 운영하던 목동사격장의 명의 이전과 관련한 논란 등으로 취임 6개월 만에 직을 내려놓았다.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최윤희 차관(가운데). [사진=연합뉴스]

체육계는 경기인 출신의 임명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최윤희 차관의 과제로는 체육인의 사기 증진, 장애인스포츠 활성화,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의 상생, 여성체육인의 권리 강화 등이 꼽힌다.

그러나 문체부, 체육계가 예상하지 못한 깜짝 인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최윤희 차관이 한국체육산업개발 대표이사로 발탁됐을 때에도 “경영능력이 전혀 검증되지 않았다”며 '낙하산 인사'라 보는 시각이 있었다. 

특히 야권의 반발은 거세다. 보수정당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최윤희 차관은 2017년 대선(대통령 선거) 당시 체육인 200여 명을 대표해 문재인 후보 지지선언을 했던 ‘체육계 친문 행동대장’이었다"며 "파격 인사가 아니라 파벌 인사일 뿐”이라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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