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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복의 리플이즘] 김봉진 대표에게 묻습니다,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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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복의 리플이즘] 김봉진 대표에게 묻습니다,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 이수복 기자
  • 승인 2019.12.26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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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이수복 기자] 강준만은 ‘대중문화의 겉 과 속’ Ⅲ권에서 ‘사이버 공간의 리플은 개인의 정체성이 분명하지 않고, 집단의 움직임이 나의 행동이 되는 사이버 공간의 한국인의 삶의 증거들이다. 리플의 리플에 의한 리플을 위한 한국형 인터넷 민주주의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베댓 저널리즘’이란 말도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의하면 베스트 댓글이 여론을 주도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로, 댓글의 영향력이 커진 것을 반영하는 신조어다. 사실 Reply를 가리키는 ‘리플’(댓글)은 한국의 독특한 인터넷 문화를 대표적으로 상징하는 것 가운데 한가지다. ‘이수복의 리플이즘’은 리플을 통한 동시대인들의 생각 또는 마음 읽기다. [편집자 主]

“쓰지 않습니다. 이용하지 않습니다.”(jinb****)

“‘국뽕’ 마케팅 했다가 팔아먹었으니 배신감 느끼는 건 당연하지 유승준이 왜 20년 가까이 못 들어오는지와 비슷한 거 아닌가!”(aspp****)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 겉만 화려한 젊은 기업인일 뿐.”(kimu****)

국내 1·2위 배달앱 ‘배달의 민족(우아한 형제들)’과 ‘요기요(딜리버리히어로)의 인수합병 기사에 달린 댓글입니다. 소비자들의 비판과 비난이 거셉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배달의 민족이 그동안 애국마케팅으로 많은 인기를 끈 까닭이 아닐까요?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사실 배달의 민족은 우리나라 상고시대 명칭으로 불리는 ‘배달’을 전면에 내세우는 애국마케팅으로 소비자 감성에 호소해왔습니다. 2012년 '한나체'를 시작으로 한글날마다 새로운 한글 서체를 무료 배포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습니다.

하지만 독일 기업 DH의 ‘배달의 민족’ 인수 빅딜(4조7500억원)로 대 지각 변동을 예고하면서 배달의 민족이 아니라 게르만 민족이라는 빈정거림이 떠돌고 있습니다.

배달(倍達)의 정신은 없고 배달(配達)의 껍데기만 남았다고 비판합니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독점 논란입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국내 배달앱 시장은 배달의민족(55.7%), 요기요(33.5%), 배달통(10.8%)순인데 업계 3위인 배달통도 DH 소유이기 때문에 이번 합병이 성사된다면 DH의 국내 배달앱 시장 점유율은 100%에 이릅니다.

DH의 배달 앱 시장 장악으로 서비스 경쟁의 의미가 사라져 이용자 할인 혜택 감소와 식당 업주 수수료가 인상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우아한형제들이 DH의 완전자회사로 편입되므로 본사 경영방침을 따라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독일 자본에 90% 이상 배달 앱 시장이 지배받는 기형적인 상황을 앞둔 자영업자들은 배달앱들이 정하는 각종 수수료 인상과 횡포 현실화에 대한 공포가 있다”며 “당장 자영업자들이 1차 피해자가 되지만 장기적으로 소비자에게 부담이 간다”고 밝혔습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사진=연합뉴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사진=연합뉴스]

물론 우아한형제들은 이런 우려를 불식했습니다. 김봉진 대표는 “한국에서 출발한 스타트업을 국내 1위로 성장시킨 뒤, 세계적인 기업으로 진출하기 위한 선택에서 일어난 거래”라고 해명했으며 김범준 최고기술책임자는 “DH와의 인수합병으로 인한 중개 수수료 인상은 있을 수 없고 실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합병이 최종 확정되기 위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 문턱을 넘어야 합니다. 높은 시장점유율 자체가 공정거래법 위반은 아니지만 시장 경쟁을 저해하는 기업 결합은 금지한다는 것이 공정위 원칙이기 때문에 기업 결합 불승인 결정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아울러 공정위는 기술 혁신의 신산업 분야에서는 유연성을 강조해 오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배달 앱으로만 좁게 볼 것인지 아니면 쿠팡과 같은 O2O(온오프라인 연계서비스) 사업자로 넓게 해석할 것인지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배달의 민족 측이 C사(쿠팡)를 언급하며 거대자본과의 경쟁에 따른 합병 필요성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신사업이냐 독과점이냐를 따지기에 앞서 소비자들의 반응은 자못 따갑습니다.

“자영업자 등에 빨대 꼽는 게 무슨 혁신이여.”(warl****)

“독점이 언제부터 혁신이었나?”(xaxa****)

점점 글로벌화 되며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기업 생존은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심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30만 가맹점과 1000만 소비자들이 등을 돌린다면 그 기반이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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