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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가요 키워드 '조작'… 오디션의 몰락과 음원 사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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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가요 키워드 '조작'… 오디션의 몰락과 음원 사재기
  • 김지원 기자
  • 승인 2019.12.27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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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지원 기자] 전 세계로 뻗어나가며 글로벌한 관심을 받고 있는 K팝, 2019년 가요계는 세계적인 성과를 거두며 눈부시게 빛났지만 그 이면의 어두운 진실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도 했다.

국민적인 인기를 얻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투표 조작부터 유령처럼 떠돌던 음원 사재기 의혹의 실체화까지, 전 세계 팬들의 신뢰를 공고히 쌓아왔던 K팝의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될 위기에 놓였다는 지적이 이어진 이유다.

 

[사진=Mnet 제공]
그룹 아이오아이, 워너원, 아이즈원, 엑스원을 배출한 엠넷 '프로듀스 101' 시리즈 [사진=Mnet 제공]

 

# '국민 프로듀서'는 없었다… '프로듀스 101' 시리즈 조작 파문

"당신의 소년·소녀에게 투표하세요"

아이돌 그룹 아이오아이, 워너원, 아이즈원, 엑스원을 배출한 엠넷 '프로듀스 101' 시리즈의 투표 조작 정황이 밝혀지며 대중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지난 7월 종영한 '프로듀스X101'은 시청자가 직접 문자투표를 통해 연습생들을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리즈의 4번째 시즌이었다. 최종 경연 이후 생방송 투표수가 일정한 간격을 보인다는 의문이 제기됐고, 결국 경찰 수사까지 넘어갔다.

수사 결과 CJ ENM 소속 안준영 PD 등은 '프로듀스 101' 시즌1~4 생방송 경연에서 특정 기획사의 연습생이 최종 데뷔할 수 있도록 시청자들의 유료 문자투표 결과를 조작해 특정 후보자에게 이익을 준 혐의를 받았다.

프로그램 제작을 담당했던 안준영 PD는 시즌 2의 1차 탈락자 결정 당시 순위를 조작해 합격자와 탈락자를 바꾼 것으로 조사됐다. 안준영 PD는 앞서 시즌 1에서도 1차 탈락자 결정 과정서 투표 결과를 조작해 순위를 조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아이즈원과 엑스원을 선발한 시즌 3·4에선 최종 데뷔 조를 미리 정해두고 조작된 득표수를 끼워 맞추는 방식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연합뉴스]
유료 문자투표 결과를 조작해 특정 후보자에게 이익을 준 혐의를 받은 안준영 PD [사진=연합뉴스]

 

이 뿐만 아니라 안준영 PD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획사 임직원들로부터 수 차례에 걸쳐 수천만 원 상당의 유흥업소 접대를 받은 혐의도 있다. 강남 일대 유흥업소에서 40차례 넘게 접대를 받았으며 한 번에 수백만 원씩 전체 접대 액수가 1억 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이에 경찰은 안준영 PD와 김용범 CP 외에도 프로그램 제작진, 기획사 관계자 등 8명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 중 기획사 관계자 2명에 대해서는 불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넘겼다. 지난 20일 첫 공판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을 대체로 인정한 이들의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은 내년 1월 14일 오전 열릴 예정이다.

'슈스케'를 시작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의 전성기를 불러왔던 '서바이벌 명가' 엠넷. 투표 조작 논란으로 공정성에 대한 대중들의 믿음을 깨트리게 됐다.

 

[사진=스포츠Q(큐) DB]
음원 사재기 의혹 관련 발언으로 화제가 된 그룹 블락비 멤버 박경 [사진=스포츠Q(큐) DB]

 

# '역주행'은 허상? 소송전 된 '음원 사재기 의혹'

"바이브처럼, 송하예처럼, 임재현처럼, 전상근처럼, 장덕철처럼, 황인욱처럼 사재기 좀 하고 싶다."

무명 가수들의 역주행 현상으로 지난해에도 문제가 됐던 ‘음원 사재기’ 의혹이 그룹 블락비 박경의 발언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달 24일 박경은 자신의 SNS에 '차트 역주행'으로 유명한 현역 가수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사재기 의혹'을 정면으로 꺼내놨다. 언급된 가수들은 "음원 사재기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소속 아티스트의 명예를 훼손시킨 것에 대해 강경 대응할 예정"이라고 대응했다.

박경 소속사 세븐시즌스는 "본 건으로 인해 실명이 언급된 분들 및 해당 관계자 여러분들에게 불편을 드린 점 다시 한 번 양해 말씀 드린다. 당사는 박경의 실명 언급으로 인해 문제가 되는 부분은 법적 절차에 따라 그 과정에 성실하게 임할 것이다"라고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본 건을 계기로, 모두가 서로를 의심하게 되고,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현 가요계 음원 차트 상황에 대한 루머가 명확히 밝혀지길 바라며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 대한 건강한 논의가 있길 바란다"며 박경의 소신을 대신 전했다.

'음원 사재기' 논란은 꾸준히 제기됐던 문제지만, 박경의 실명 언급으로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가요계 일각에서는 박경의 발언을 지지하며 '음원 차트 조작' 의혹에 힘을 보태고 있다. 마미손은 신곡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의 '기계를 어떻게 이기라는 말이냐', '별거 없더라. 유튜브 조회수, 페북으로 가서 돈 써야지' 등 가사를 통해 음원 사재기 의혹을 에둘러 언급했다.

 

음원 사재기 현상 비판하는 박진영(위)과 이승환 [사진=JTBC 캡처]
음원 사재기 현상 비판하는 박진영(위)과 이승환 [사진=JTBC 캡처]

 

성시경은 지난달 27일 KBS 해피FM '매일 그대와 조규찬입니다'에 출연해 음원 사재기와 관련된 구체적인 일화를 전하면서, "(대행업체에서) 작품에도 관여를 한다고 하더라. '전주를 없애고 제목을 이렇게 하라'는 식"이라고 말했다.

인디밴드 술탄 오브더 디스코의 드러마 김간지는 팟캐스트 '정영진 최욱의 매불쇼'에서 "최근 가요계에 논란이 된 사재기 브로커가 직접 찾아와 음원 순위 조작을 해주겠다는 제안을 한 적 있다"고 밝히면서 "수익 분배는 8:2였으면 브로커가 8이었다"고 말해 그동안 실체가 없던 음원 사재기 의혹에 대해 구체적인 경험담을 털어놓기도 했다.

음원 차트의 공정성을 위해 관계 부처와 업계 관계자들도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보인다. 문체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 8월 콘텐츠공정상생센터에 신고 창구를 열었다. 음악산업 종사자가 증빙자료와 함께 신고하면 음원사이트 업체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하고 행정 조치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음악콘텐츠협회,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등 음악 산업 단체들도 지난 22일 ‘건전한 음원ㆍ음반 유통 캠페인 윤리 강령 선포식’을 열고 음악산업 종사자들의 자정활동을 위한 자율 윤리 강령 제정, 건전 음원유통 거래 캠페인 등을 추진하고 있다.

투표 조작과 차트 조작 논란 모두 '공정성'의 훼손을 눈으로 보여주며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 다가오는 2020년에는 모든 '조작' 의혹의 진실이 밝혀져 K팝의 신뢰도가 다시 도약할 기회가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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