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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입단' 류현진 향한 엇갈린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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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입단' 류현진 향한 엇갈린 시선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12.30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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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 8000만 달러(929억 원)의 ‘대형’ 계약을 맺은 류현진(32)을 향한 현지 언론의 평가가 엇갈린다. 2019시즌 14승 5패 평균자책점(ERA) 2.32를 기록, 미국 메이저리그(MLB) 전체 ERA 1위에 오르며 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 투표 2위를 차지한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상이한 까닭은 뭘까.

토론토는 28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류현진 입단식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토론토는 ‘1선발’ 류현진을 영입하기 위해 거액을 투자했다. 토론토가 역대 최고액을 투자한 자유계약(FA) 투수이자 3번째로 큰 규모의 영입이다.

마크 샤피로 토론토 블루제이스 사장은 “토론토와 한국에 있는 팬들에게 무척 특별한 날”이라며 “류현진과 아내 배지현 씨, 곧 태어날 아이도 환영한다”고 했다. 로스 앳킨스 단장도 “토론토 선수들과 직원 모두 그를 반겼다. 연말에 문자 메시지 등으로 크리스마스 인사를 나눴는데 이번 계약 덕에 명절 분위기를 제대로 즐겼다”고 밝혔다.

토론토는 28일 류현진 입단식 및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AP/연합뉴스]

토론토는 류현진이 캐나다의 아이스하키 영웅 웨인 그레츠키의 등번호 99를 달게 했다. 그레츠키는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서 2857포인트로 역대 1위에 오른 전설이다. 그레츠키의 99번이 NHL 전 구단 영구결번으로 지정됐을 정도다. 류현진이 토론토에서도 등에 99를 새긴다는 것은 캐나다 야구를 넘어 캐나다 스포츠 간판스타로 대접받는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토론토는 또 곧 태어날 류현진의 2세를 위해 유아용 유니폼도 별도로 준비하는 등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공을 들인 만큼 큰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앳킨스 단장은 “이 시점에서 류현진보다 나은 선발투수를 데려오긴 어렵다. 시즌 끝나고부터 어떻게 우리 선발진을 강화할까 생각하면서 계속 지켜봤던 선수”라며 “류현진은 보면 볼수록 뛰어나다. 4개의 구종(직구, 체인지업, 커터·슬라이더, 커브)을 자유자재로 원하는 곳에 던진다”고 치켜세웠다.

찰리 몬토요 감독 역시 캐나디안프레스와 인터뷰에서 “류현진은 2019시즌 NL 사이영상 경쟁을 하며 얼마나 뛰어난 투수인지 증명했다”며 “우리는 최고의 선발 투수를 영입했다. 류현진이 등판할 때면 승리할 기회를 잡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캐나다 매체 스포츠넷은 같은 날 류현진의 최근 성적을 돌아보며 제구력에 주목했다.

"2017년 이래 3년간 규정이닝을 채운 빅리그 투수 115명 중 4번째로 좋은 평균자책점(2.71)을 기록했다"며 “류현진의 빠른 볼 평균 구속(시속 146㎞)과 회전수(2084RPM), 컷 패스트볼 구속 등은 메이저리그 최하위에 속하며 커브도 압도적인 구종이라고 볼 수 없지만 볼 배합과 제구 능력, 속임 동작을 앞세워 타자의 타격 밸런스를 무너뜨려 맞혀 잡는 유형의 투수”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구종과 상황에 상관없이 일정한 릴리스 포인트(공을 던지는 지점)를 유지해 어떤 공을 던질지 타자에게 힌트를 거의 주지 않는 게 류현진의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토론토는 류현진 영입에 상당한 공을 들였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동시에 매체는 류현진의 나이와 부상 이력도 짚고 넘어갔다.

“구단은 류현진이 앞으로 4년간 500이닝 가까이 던져주기를 바랄 것이다. 뛰어난 투수가 매 시즌 125이닝 정도 던지는 것은 분명 연간 2000만 달러의 가치가 있다”면서 류현진이 NL을 떠나 아메리칸리그(AL)에 입성한 만큼 지난 두 시즌과 같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지는 장담하지 못했다.

“예전과 비교해 투수에게 힘든 리그다. 투수 대신 지명타자를 상대해야 한다. 예전보다 타자 친화적인 구장에서 더 허약한 수비를 등에 업고 던진다. 또 류현진은 내년에 한 살을 더 먹는다”며 우려를 표했다.

류현진의 전 소속팀 LA다저스 소식을 주로 다루는 매체 다저스웨이는 28일 류현진과 재계약하지 않은 LA다저스를 옹호했다. 

“LA다저스의 선발 로테이션은 류현진 공백을 쉽게 극복할 것”이라며 “류현진이 LA다저스에서 보낸 7시즌 중 25경기 이상 등판한 건 4시즌뿐이다. 이미 어깨 관절 와순 수술 포함 두 차례 팔 수술을 받았다. 류현진처럼 부상 경력이 있는 33세 투수에게 4년 계약을 제안한 건 현명하지 않다”고 전했다.

류현진을 품은 MLB 유일의 캐나다 구단 토론토와 캐나다 언론은 류현진을 호평하며 기대감을 나타낸 반면 LA 지역 매체는 LA다저스가 류현진을 포기한 이유의 정당성을 옹호해 대조적이다.

스포츠넷은 “건강한 상태로 제 능력을 발휘할 때 류현진은 가장 효과적인 투수 중 한 명”이라는 말로 류현진을 총평했다. 항간에선 부상 이력만 아니었다면 더 큰 금액에 계약할 수 있었을 거라며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게 사실이다.

올해 눈부신 시즌을 보낸 류현진이 이번 계약의 가치를 입증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몸 관리 잘 해서 꾸준한 기량을 보여주며 자신에게 달린 의문부호를 지워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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