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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불금 지운 스토브리그, 드라마와 현실 싱크로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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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불금 지운 스토브리그, 드라마와 현실 싱크로율은?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1.17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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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1995년 방영된 SBS 드라마 모래시계는 64.5%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귀가시계’라고 불렸다. 스마트 폰을 통한 손 안의 TV 시대가 활짝 열리면서 시청률이 과거 같지 않은 상황에서 SBS 금 토 드라마 ‘스토브리그’는 요즘 본방사수 의욕을 자극할 정도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첫 방영 때 5.5%였던 시청률은 15.5%까지 올랐고 지난주 시청률 순위에서는 전체 5위로 가파른 상승곡선을 타는 등 인기 고공 행진 중이다.  

흥미로운 점은 야구팬들은 물론이고 ‘공놀이’엔 도통 관심이 없는 이들에게도 야구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야구 드라마로서 야구팬들을 겨냥하는 동시에 공식적으로는 ‘오피스 물’로 홍보하며 다양한 시청자 층을 동시에 사로잡고 있다. 

 

드라마 스토브리그는 야구 팬들은 물론이고 대중적인 관심까지 끌어모으며 시청률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사진=SBS 스토브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몇 해 전 tvN에서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미생’이 떠오른다는 이들도 있다. 야구를 소재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며 겪는 고충과 애환들과 궤를 같이 하는 까닭이다. 이처럼 수많은 공감을 이끌어내는 게 스토브리그 성공 비결 중 하나라는 평가다.

더 나아가 드라마 스토브리그 흥행은 프로야구 유입에 대한 기대까지 높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평소 야구를 즐겨보지 않았던 이들이 드라마를 통해 관심을 나타내고, 현실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증을 품으며 경기장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 스토브리그는 현실과 얼마나 비슷하기에 이토록 많은 공감을 얻고 있는 것일까? 스포츠Q는 드라마와 현실 스토브리그의 오묘한 차이를 조목조목 따져봤다.   

# 드림즈는 100% 가상 구단?

사실상 구단주 역할을 맡고 있는 재송그룹 권경민(오정세 분) 상무는 드림즈 연봉을 삭감하며 “우리는 야구를 몇 년째 ‘드럽게’ 못해요”라고 말한다. 드림즈는 만년 하위권에 맴돌면서도 큰 동기부여 없이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팀이다.

일부 팬들은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를 어렵지 않게 떠올린다. 롯데는 지난해 최하위, 한화는 바로 위인 9위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롯데는 특히 2000년대 8-8-8-8-5-7-7이라는 참담한(?) 순위로 7년간 가을야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한화 또한 2007년 이후 ‘동네북’이 되며 11년 동안 포스트시즌에 나서지 못했다. 극 중 백승수(남궁민 분) 단장도 이 같은 드림즈 ‘흑역사’를 두고 전화번호냐며 따끔히 지적하기도 한다. 

유독 롯데, 한화 팬들이 극중 드림즈에 감정이입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 한화에서 많은 자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고 롯데 신임 성민규 단장은 백승수와 놀라울 만큼의 싱크로율을 보이며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 있다. 
 

 

권경민 상무(왼쪽)과 끊임없이 충돌하는 백승수 단장. 권 상무는 모기업 회장 조카로서 구단주 역할을 대리하고 있다. [사진=SBS 스토브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 구단주 조카가 회장 대리 역할?

극 중 권경민 상무는 백승수 단장과 첫 만남에 자신을 구단주 조카라고 소개하면서 “그냥 구단주라고 생각하라”고 말한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놀랍게도 프로야구에서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 일이다. 

롯데는 2005년 2월~2015년 8월 신격호 회장이 아닌 5촌 조카이자 롯데케미칼 신동인 고문이 구단주 직무대행으로 일한 바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SK 와이번스도 2013년 12월~현재 최태원 회장이 아닌 사촌 동생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구단주를 맡고 있다.

# 프로야구단은 모기업 애물단지일까

극 중 권일도 회장 지시로 구단 매각 수순을 밟으려고 하는 권경민 상무는 어떻게든 팀을 살리려는 백승수 단장과 치열하게 대립한다. 권경민 상무가 악역처럼만 여겨지지만 실제 입장을 바꿔보면 납득 불가한 것도 아니다. 프로야구 구단은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드림즈 같이 만년 하위권에만 머무는 경우 관중수입은 물론이고 마케팅, 스폰서 등을 통한 수익 또한 얻기 쉽지 않다. 2000년대 야구에 문외한인 한 단장이 부임 후 구단 매출을 보고 “‘0’이 몇 개 빠져있다”고 말한 게 야구계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물론 기업이 구단 운영을 자선단체 운영하듯 하는 건 아니다. 구단은 기업의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중요한 창구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시즌 시작 전부터 각종 잡음을 내며 기업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히는 백 단장이 권 상무로선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 드림즈 괴롭히는 에이전트, 실상은?

스카우트 팀장에서 금품수수로 해고당한 고세혁(이준혁 분)은 에이전트로 변신해 선수들과 손을 잡고 백승수 단장과 드림즈를 괴롭힌다. 실제로 프로야구에도 2018년부터 에이전트 제도가 도입돼 선수 대신 에이전트가 협상 테이블에 대신 앉곤 한다.
 

 

스카우트 팀장이었던 고세혁은 선수들의 에이전트로 변신해 연봉협상에서 백 단장에게 딴지를 걸며 극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사진=SBS 스토브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선수들로선 미묘한 협상을 에이전트에 일임하고 새 시즌을 위한 몸만들기와 휴식에 전념하곤 한다. KIA 프랜차이즈 스타 안치홍이 국내엔 생소한 옵트아웃 제도 계약으로 롯데에 좋은 조건으로 이적할 수 있었던 것도 에이전트 리코스포츠에이전시 역할이 컸다. 

다만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선수들이 그 필요성에 크게 공감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최대 5% 가량의 수수료는 연봉이 적은 선수들에겐 부담스럽기도 하다. 1억 원 이하 연봉을 받는 선수들에게 수수료를 받지 않는 에이전트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진 그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 임동규 ↔ 강두기, 대형 스타 트레이드 가능할까

극 중 백승수 단장은 부임 후 임동규와 강두기의 대형 트레이드로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8승 초특급 에이스를 데려오는 대신 팀 케미스트리를 와해시키면서 여름에 약한 고액연봉 선수를 내보내며 ‘갓승수’라는 호칭을 받게 된 백 단장이다.

사실 팀 핵심 선수들을 맞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다만 과거엔 몇 차례 ‘빅딜’이 있었다. 롯데 최동원과 삼성 김시진, 삼성 양준혁과 KIA 임창용이 트레이드 된 적도 있었다.

다만 트레이드는 보통 팀에서 활용도가 떨어지는 선수들 간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타 팀으로 이적해 잠재력이 터질 것에 대한 우려도 커 활발하게 이뤄지지는 않는다. 박병호와 김상현 등은 트레이드 후 홈런왕과 MVP를 각각 차지해 친정팀 LG의 속을 쓰리게 하기도 했다.

# 연봉 30% 삭감, 실제론 더 한 일도?

극 중 권경민 상무는 “야구를 ‘드럽게’ 못한다”며 드림즈의 다음 시즌 연봉 총액을 30%나 삭감한다. 체념한 백승수 단장은 보다 냉정하게 연봉 협상에 임해 깔끔하게 마무리 짓는다.

 

30% 삭감된 예산으로 선수단과 연봉 협상을 벌인 백승수 단장(왼쪽)과 이세영 운영팀장. [사진=SBS 스토브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드라마여서 가능할 것 같은 일이지만 더 드라마 같은 일도 있었다.

2007년 해체된 현대 유니콘스는 모기업이 없는 서울 히어로즈로 다시 태어났다. 네이밍 스폰서만으로 운영되며 가입금 납부조차 힘들었던 히어로즈는 대대적인 몸값 줄이기에 나섰다. 외국인 선수와 신인선수를 제외한 당시 총 연봉은 26억6900만 원으로 전년(41억2970만 원) 대비 35.4%나 삭감됐다. 특히 송지만은 FA 기간이 남아 있어 6억 연봉을 받을 수 있었지만 팀 해체로 계약이 백지화되며 63%나 깎인 2억2000만 원에 계약을 맺으며 최대 희생양이 됐다. 당시 협상을 진두지휘했던 박노준 단장에 대한 선수들의 불평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는 풍문이 나돌기도 했다. 백 단장이 “곽한영 선수한테 우린 뭘로 보였을까요. 양아치로 봤겠죠”라며 씁쓸해 하는 장면이 드라마에서만 나올 법한 장면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 ‘백차승+서재응’ 길창주, KBO리그라면

드라마 스토브리그를 보다보면 자꾸 ‘오버랩’되는 장면과 인물들이 있다. 해외 진출 뒤 귀화하며 ‘나라를 등진 놈’이 된 길창주가 대표적이다. 그는 청소년 대표 시절 혹사를 당하고 훗날 메이저리그 진출 후 귀화하며 병역 의무를 피한 점에선 백차승을 절로 떠올리게 한다. 또  WBC 2차례 출전과 메이저리그 9승 이력 등은 서재응을 소환한다. 

백승수 단장은 외국인 투수 물색 작업이 진통을 겪던 중 자신을 수행하던 길창주 과거에 대해 알게 되고 여전히 뛰어난 기량을 확인한 후 외국인 선수로 영입하기로 한다.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지만 수많은 비판과 비난에 직면했고 김영채(박소진 분) 아나운서의 악의적 편집 보도에 벼랑 끝까지 몰리게 된다.  백차승은 극 중 길창주 만큼 큰 가능성을 보이지는 못했다. 2009년 샌디에이고에서 방출된 그는 독립리그에서 공을 던지다 2012년 일본프로야구 오릭스에 입단했지만 팔꿈치 부상으로 1군에 오르지 못한 채 방출됐다. 이후 지바 롯데 입단 후에도 1군에 오르지 못한 건 마찬가지였다. 물론 기량이 뛰어났다고 해도 국내 구단들을 쉽게 움직이긴 힘들었을 상황이었다. 병역 기피로 대중의 반감이 컸기 때문이다. 

 

백차승을 떠올리게 하는 길창주는 외국인 선수로 드림즈 유니폼을 입고 많은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사진=SBS 스토브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 ‘기레기’ 악마의 편집, 가능할까

극 중 백승수 단장이 잠시 자리를 떠나야 했던 결정적 이유가 있다. 언론의 ‘악마의 편집’ 보도 때문이었다. 다시 돌아간다면 길창주가 대표팀 소집에 응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귀화를 선택할 것이라는, 본의와는 완전히 왜곡된 발언이 전파를 탔기 때문이다.

인터뷰에 능하지 않은 선수들의 발언은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예컨대 축구 국가대표 김영권은 과거 ‘관중 발언’이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전달돼 큰 비판을 감수해야 했다.

다만 이를 언론사에서 의도적으로 조작해 매스컴을 타게 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팬들이 직접 다양한 창구를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요즘, 잘못된 보도는 대중으로부터 쉽게 지적받을 수 있고 언론사에 치명적인 손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FA 시장이 잠잠해지며 실제 스토브리그는 고요하게 흘러가고 있다. 반면 이 허전함과 아쉬움을 드라마 스토브리그가 달래주고 있다. 연일 긴박한 연출을 통해 보는 이들의 가슴을 ‘쫄깃쫄깃’하게 만들며 시청자들을 불금에도 집으로 귀가시킨다. 스토브리그가 어떤 결말을 맞을지 팬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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