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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 감독이 말하는 우승-도쿄올림픽 목표설정 배경 [WHY 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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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 감독이 말하는 우승-도쿄올림픽 목표설정 배경 [WHY Q]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1.30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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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로=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금의환향한 김학범(50)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취재진 앞에 섰다. 사상 첫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우승의 영광과 함께 세계최초 9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 쾌거를 이룩한 그가 지난 대회를 돌아보고, 다음 대회에 대한 계획을 꺼내놓았다. 

김 감독은 30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태국에서 치른 챔피언십에 대한 소회, 일본에서 개최될 올림픽을 준비하며 그릴 그림을 설명했다.

김학범 감독이 1년 반 새 아시아를 두 번이나 제패할 수 있었던 건 ‘노력파’로 잘 알려진 김 감독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한국 축구 전반의 점진적인 발전을 위해 노력한 덕이다. 두 차례 한국을 정상에 올린 그의 입을 통해 듣는 도쿄 올림픽 비전 역시 상당한 믿음이 따른다.

김학범 감독이 올림픽 최종예선을 돌아봤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김학범, 그가 생각하는 U-23 챔피언십 우승 동력 

결전지 태국의 현지 습도가 70~80%에 달할 만큼 상당히 높았다. 김학범 감독은 체력이 크게 작용할 것이라 예상했고, 매 경기 교체카드가 승패를 가를 거라 봤다. 대회를 준비하며 지난해 11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컵에서부터 팀을 이원화해 더블스쿼드를 가동했다. 매 경기 선발명단을 적게는 4명, 많게는 8명까지 바꿨던 게 대회 후반부 상대보다 체력 우위에 설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김 감독은 “이동경, 이동준, 김대원, 정우영 등 교체로 들어간 선수들 모두 팀에서 핵심으로 간주되는 멤버다. 킥오프 후 70분 즈음이 승패의 갈림길이라 내다봤고, 교체카드가 승부를 가를 거라 봤다”고 밝혔다.

두 번째는 세트피스다. 요르단과 8강전 후반 추가시간 이동경의 프리킥 골, 호주와 결승전 연장 후반 정태욱의 헤더 결승골 등 세트피스가 한국에 승리를 안겼다. 

김 감독은 “이기는 축구를 하는데 초점을 뒀다. 현대 축구의 흐름을 쫓으려 노력했다. 공격적인 압박을 주입시키려 노력했고, 그러기 위해서 체력적인 뒷받침은 기본이었다. 미리 예측하고 준비한 결과다. 조건 따지지 않고 따라준 선수들에 고맙다”고 간추렸다.

김학범 감독은 2년 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2차전에서 큰 폭의 로테이션을 가동했다가 패하면서 대회를 어렵게 푼 경험이 있다. 선수들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 가용할 수 없는 전략이다.

그는 “이번 대회 로테이션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앞서 비슷한 기간(3주) 동안 태국에서 전지훈련 했을 때 날씨가 관건이라 생각했고, 선수들을 최대한 가동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면서 “로테이션이라는 게 그냥 돌린다고 되는 건 아니다. 믿음도 필요하고, 상대에 따라 변화를 줄 수 있는 자원이 충분해야만 가능하다. 누가 나가도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로테이션을 활용했다”고 돌아봤다. 

김 감독은 재차 “차근차근 준비했기 때문에 얻을 수 있었던 결과”라며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의 믿음, 서로간의 믿음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강조했다.

김학범 감독은 회견장에 들어선 뒤 가장 먼저 소속팀 감독과 관계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한국 축구 시스템에서 발견한 희망

뿐만 아니라 김학범 감독은 시스템적인 면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배경을 부연했다. “K리그(프로축구)에서 연령 제한(U-22 의무 출전 조항 : 매 경기 U-22 선수를 최소 2명(선발 및 후보 각 1명씩) 명단에 포함해야 하는 규정)을 두면서 선수들이 보다 많은 경기를 뛸 수 있게 돼 도움이 됐다”고 했다. 

U-23 대표팀 선수들은 곧장 A대표팀에서도 활약할 수 있는 자원들이기에 소속팀에서 꾸준히 기회를 얻는 것만으로도 기량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김 감독은 대한축구협회(KFA) 차원에서 어린 선수들의 실전 감각을 키우고자 했던 과정들이 지난해 U-20 월드컵 준우승, 올해 U-23 챔피언십 우승 등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협회에서 ‘골든에이지’에 지속적으로 투자한 덕이다. 이번에 획기적으로 바뀐 게 있다. 그동안 어린 선수들의 경험이 많지 않았는데, 최근 협회에서 실전 경험을 쌓게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어 경기력 향상에 굉장히 도움이 됐다. 시스템이 자리 잡으면서 U-23 대표팀의 경기력도 더불어 올라온 것 같다”고 했다. 

그가 회견장에 들어서면서 가장 먼저 꺼낸 말은 “프로팀 관계자들과 감독님들께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선수 차출 등에서 적극적인 도움을 주셔서 훈련에 어려움이 없었다. 먼저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였다. 김 감독의 지략과 코칭스태프를 비롯한 선수단의 ‘원팀’ 정신만큼이나 협회와 소속팀 관계자들의 협조가 영광의 뒷배경에 자리하고 있다. 

김학범호의 다음 목표는 올림픽 메달이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도쿄 올림픽 목표는 메달? 자신감의 근원

김학범 감독은 이번 대회를 마치며 올림픽에서 메달을 목표로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날 간담회에서도 근거 있는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김 감독은 “지도자는 어떤 대회, 시합을 나가도 피하려 해서는 안 된다. 선수들에게도 늘 그렇게 주문한다. 이번 대회 선수들은 코칭스태프를, 코칭스태프는 선수들을 믿었기에 성과를 낼 수 있었다”며 “연령별 대회는 충분히 도전해볼 수 있는 대회다. 또 일본에서 열려 홈 이점이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일본보다는 우위에 서고 싶은 마음이 크다보니 그 정도 목표는 설정해야 가능하지 않겠나 싶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공부하는 지도자로 잘 알려져 있다. 대학원 체육학 석사, 운동생리학 박사 자격을 취득한 그는 숱한 연수를 통해 유럽, 남미, 북중미의 축구를 근거리에서 경험한 바 있다. 올림픽 조별리그에서는 타 대륙에서 온 팀을 3차례 상대해야 한다. 그가 걸어온 지난 날들이 그가 올림픽에 대비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그는 “(연수 경험이) 그 나라의 스타일, 축구 수준 등을 인지하는데 도움이 됐다”며 “남미, 유럽 중 한 팀 정도는 정말 강팀을 만날 것이다. 어떤 팀을 만나냐에 따라 세부적으로 파고 들 것이고, 그간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또 “최근 디에고 시메오네(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호세 삼파울리(전 아르헨티나), 우나이 에메리(전 아스날) 감독의 축구를 많이 연구했고, 마우리시오 포체티노(전 토트넘) 감독도 근래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현대 축구의 흐름을 쫓으려 노력했다”며 “지도자라면 해외의 좋은 것을 빨리 국내에 가지고 들어와서 우리 선수들에게 어떻게 입히느냐가 중요하다”는 철학을 설파했다.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 김 감독은 지난 1년 반 동안 두 차례나 낯선 환경에서 한국 축구를 아시아 가장 높은 곳에 올려놨다. 그가 올림픽 메달을 목표로 천명했지만 비아냥과 조소보다는 묘한 기대감이 조성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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