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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생순' 임오경, 문재인정부 체육정책 선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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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생순' 임오경, 문재인정부 체육정책 선봉
  • 민기홍 기자
  • 승인 2020.01.30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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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영화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주인공, 임오경(49) 전 서울시청 여자핸드볼팀 감독이 정치에 입문했다.

임오경 전 감독은 30일 더불어민주당의 4‧15 총선(국회의원 선거) 15번째 인재로 영입됐다. 여당에서 체육계를 대표하게 된 그는 “이제 국민께 받은 사랑을 되돌려드리고 싶다”며 “코트에서 쓰러진 동료의 손을 잡아 일으켜 세워줬듯, 이제 고단한 국민들 손을 잡아드리는 정치인이 되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민주당은 “임오경 전 감독은 여성 스포츠스타이자 지도자로서 오랜 기간 체육계에서 활동하며 여성 체육인들의 역할 증진에 힘써왔다”며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과 폭력 사건으로 얼룩진 체육계 내부 인권 보호와 남북체육교류협력 증진사업 등 체육계 현안을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발탁 배경을 밝혔다.

임오경 전 감독(오른쪽)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입당원서를 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임오경 전 감독은 핸드볼 레전드다. 2008년 개봉해 400만 관객을 부른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서 배우 문소리가 연기한 한미숙 역의 모델이었다. 고향은 전북 정읍. 한국체육대학교 출신이다.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 1995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1996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 2003 세계선수권대회 3위, 2004 아테네 올림픽 은메달 등 숱한 업적을 이뤘다.

임오경 전 감독의 민주당 입당은 스포츠계에선 공공연히 알려졌던 일이다. 임 전 감독이 지난해 12월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인사 때 수영스타 최윤희 전 한국체육산업개발 대표이사와 함께 물망에 올랐기 때문이다. 임 전 감독이 정부의 제2차관직 제의를 고사해 최윤희 대표가 체육행정을 총괄하게 됐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와 관련, 임 전 감독은 환영행사에서 “최윤희 선배님이 임명됐는데 저보다 훨씬 더 잘 해내실 것”이라며 “선배님이 우선이 돼야 한다는 기본적 마인드가 있어서 지금까지 먼저 양보를 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인재로 영입된 임오경 전 감독이 정치계 입문 각오를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임오경 전 감독은 당분간 체육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체육계는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의 심석희 성폭행, 김은희 고양테니스아카데미 코치의 미투 선언 등으로 홍역을 앓았다. 관행처럼 굳어진 폭력, 여성체육인의 일‧가정 양립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임오경 전 감독은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당시 김종 문체부 제2차관의 전횡에 반대 목소리를 낸 바 있다. 또 여성체육포럼 연단에서 “날아오는 볼을 잡아야 득점할 수 있다. 피하지 말고 잡아 슛을 던져라. 후배들이 이런 일을 겪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앞장서겠다”고 주장하는 등 리더십, 추진력이 뛰어난 인물이라 평가받는다. 서울시청이 창단했던 2008년에는 국내 구기종목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감독된 스토리도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임오경 님을 삼고초려를 한 이유는 스타플레이어로서의 명성도 명성이지만 지도자로서 발휘해온 능력에 있다”며 “혼자 앞에 나가는 스타플레이어가 아니라 동료를 배려하고 함께 뛰는 팀워크를 만드는데 큰 역량을 발휘해오셨다”고 언급한 배경이다.

임오경 전 감독은 “(폭행과 성폭력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법과 제도가 분명히 필요하다고 느낀다”며 “선수와 지도자들의 훈련방식에 대한 투명한 보장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의무적 교육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청 핸드볼단을 이끌었던 임오경 전 감독. [사진=연합뉴스]

더불어 “제가 어디에 있든 그 팀을 최고로 만들었고, 최초의 길도 두려워하지 않고 나섰다. 워킹맘으로 아이 키우느라 경력이 단절된 엄마들 고충도 남의 일 같지 않다”며 “이제 국민의 마음을 대신하는 국민대표가 되겠다. 스포츠계에서 제 힘이 필요하다면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다만 최윤희 문체부 제2차관 인사 때와 마찬가지로 정부여당의 스포츠레전드 영입을 달갑잖아 하는 시선도 있다. 임오경 전 감독, 최윤희 차관이 2017년 대선(대통령 선거)을 앞두고 체육인 200여 명을 대표, 문재인 후보 지지선언을 했던 이들이기 때문이다. 보수 야권 쪽에선 보은 인사, 파벌 인사라고 비판할 구실이 된다.

임오경 전 감독은 이날 행사에서 “사람 냄새 나는 문재인 대통령을 존경했다”고 말했다. JTBC 예능 ‘뭉쳐야 찬다’로 대중과 친숙해진 기계체조 국가대표 출신 여홍철 경희대 스포츠지도학과 교수, 박찬숙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경기운영본부장, ‘우생순’ 멤버로 여전히 현역 활동 중인 골키퍼 오영란(인천체육회)이 임 전 감독의 정치 입문을 축하하기 위해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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