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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 MLB 여정 시작 "젖 먹던 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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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 MLB 여정 시작 "젖 먹던 힘까지"
  • 민기홍 기자
  • 승인 2020.01.31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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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정말 열심히 한다, 젖 먹던 힘까지 던진다’고 생각하도록 하겠다!”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미국 땅을 밟는다. 한국프로야구 KBO리그의 자존심을 걸고 야구 고수들이 집결한 메이저리그(MLB)에 입성하는 그는 “아침, 새벽 할 것 없이 응원해주시면 좋겠다”고 뜨거운 성원을 당부했다.

김광현은 3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세인트루이스의 스프링캠프가 마련된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행 비행기를 탔다. 이른 시간(7시 전후)인데도 언론사 취재 열기는 뜨거웠고, 팬들의 사인행렬이 이어졌다.

세인트루이스 5선발 후보로 거론 중인 김광현. [사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소셜미디어]

◆ 신인의 마음으로

“신인 때 생각이 많이 났다. 그때 이런 많은 관심을 받고, 관심이 부담으로 작용해서 나를 많이 옥죄어 경기력에 영향이 있었다. 지금은 세월이 흘렀다. 두 번의 실수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 즐길 때가 되지 않았나 한다.”

2007년 4월 10일 삼성 라이온즈와 문학구장(현 SK행복드림구장) 홈경기. 김광현의 데뷔 첫 등판이었다. 결과는 4이닝 3실점. ‘타격의 달인’ 양준혁은 당시 홈런을 날려 김광현에게 프로 무대가 녹록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그해 정규리그 성적은 20경기 77이닝 3승 7패 평균자책점(방어율) 3.62였다.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 계약금 5억 원을 받았던 ‘특급 루키’의 시작은 그렇게 미미했다. 메이저리그(MLB)에서 새 야구인생을 여는 김광현은 “실력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의지를 다졌다.

◆ 류현진의 조언은?

“(류)현진이 형이 처음 미국 갔을 때 ‘몸을 안 만들고 갔다’고 하더라. 그래서 많은 꾸중과 질타를 받았는데, ‘너는 조금 낫다’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미국 생활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김광현은 지난해 연말 시상식에서 “형의 모든 걸 캐내는 거머리 같은 존재가 되겠다”고 말했다. 형은 바로 빅리그 평균자책점(방어율) 타이틀을 거머쥔 류현진(33‧토론토 블루제이스)이다. 김광현은 일본 오키나와에서 류현진과 같은 숙소를 쓰며 개인 훈련을 소화했다.

선구자가 있어 시행착오를 덜 겪을 수 있게 된 김광현이다. 그는 “현진이 형과 친해도 개인적으로 전화해서 물어보는 사이는 아니었는데 이번 기회로 친해질 수 있었다”며 “개인 훈련 가서는 따로 이야기도 했다. 뜻 깊은 시간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른 아침 출국 현장을 팬에게 사인해주고 있는 김광현(오른쪽).

◆ 선발 초점 맞추지만, 팀 퍼스트

“팀에서 필요하다면 (불펜도) 하겠다. 친정팀(SK 와이번스)에 있을 때도 중간으로 나갈 때가 있었다. 선발투수로 나가는 것이 팀에서 필요하다고 하니 나간 것이다.”

미국 현지에서 김광현을 높이 평가하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야구 통계사이트 팬그래프닷컴은 그의 2020 성적을 157⅓이닝 11승 9패 평균자책점 3.89으로 예상했다. 김광현을 붙박이 5선발로 여겼다는 증거다.

김광현은 “스프링캠프에서는 선발 경쟁에 초점을 맞추겠다. 보직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최대한 선발 투수 자리를 꿰찰 수 있도록 하겠다. 가장 자신 있는 것, 여태까지 해온 것이 선발 투수”라면서도 “팀에서 필요하면 어느 위치든 그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프로라고 생각한다”고 보직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2월 22일 첫 경기를 할 때 1‧2이닝 실전에 맞출 수 있도록 몸을 만들어야한다고 생각하고 준비했다”는 그는 “선발이 된다면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던지는 것이 첫 번째 목표가 될 것 같다. 여러 생각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광현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면서 웃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금의환향할 수 있도록”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실 줄 몰랐다. 요즘 새삼 느끼고 있다. 아직 미국에서 야구를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많은 관심을 받는다. 살짝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더 잘해서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싶다.”

김광현의 2020 희망사항이다.

내셔널리그 중부 소속인 그는 아메리칸리그 동부의 류현진과 “월드시리즈에서 만나는 일이 베스트 시나리오”라면서 “돌아와서 다시 한 번 이렇게 많은 취재진이 모였으면 좋겠다. 이렇게 많은 인파가 모인다는 것은 어느 정도 성적을 낸 것 아니겠나. 금의환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눈을 반짝였다.

이어 “팬들이 '정말 열심히 한다, 젖 먹던 힘까지 던진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하겠다. 제 투구 스타일이 그렇다”며 “대충하지 않고, 야구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선수로 보이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각오를 내비쳤다.

13년 전 등장해, SK 팬과 국민들에게 짜릿한 즐거움을 선사했던 김광현. 지난해 12월 세인트루이스와 2년 총액 800만 달러(95억 원, 연봉 47~48억)에 도장을 찍은 '대한민국 에이스'가 위대한 도전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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