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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정직한 후보' 라미란, 솔직함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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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정직한 후보' 라미란, 솔직함의 미학
  • 김지원 기자
  • 승인 2020.02.07 1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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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자 Tip!]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독보적인 연기와 다채로운 매력으로 어떤 캐릭터든 ‘인생 캐릭터’로 재탄생시키는 라미란이 거짓말을 잃어버린 ‘뻥쟁이 국회의원’으로 변신한다. ‘유일무이’, ‘대체불가’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배우 라미란의 연기관과 인생관을 관통한 단어는 ‘솔직함’이었다.

[스포츠Q(큐) 김지원 기자] 라미란은 영화 ‘정직한 후보’에서 거짓말이 제일 쉬운 3선 국회의원 '주상숙' 역을 맡았다. 지나치게 솔직하고 대놓고 뻔뻔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주상숙’으로 분해 답답한 현실에 대한 대리만족을 안겨 줄 라미란과 영화 ‘정직한 후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NEW 제공]
[사진=NEW 제공]

 

# "현장은 살얼음판"… 웃기는게 제일 어려웠어요

영화 ‘정직한 후보‘는 거짓말이 제일 쉬운 3선 국회의원 '주상숙'이 선거를 앞둔 어느 날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못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코미디다. 2014년에 개봉해 브라질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동명의 브라질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작품 제안을 받고 일주일 만에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힌 라미란은 "시나리오를 봤을 때 원작이 있는 영화라고 생각 못했다"면서 "한국화가 잘 된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촬영 현장에서도 감독님이 수시로 팩트체크팀과 논의하셨다. 꼼꼼하게 체크한게 토대가 됐기 때문에 더 공감할 수 있는 것 같다"며 "원작 그대로 했다면 딴 나라 얘기가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선 말처럼 꼼꼼하기로 잘 알려진 장유정 감독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라미란은 장유정 감독을 "치열한 사람"이라고 설명하면서 "저 같이 베짱이 같은 사람한테 위로를 많이 받으신거 같다"고 덧붙였다.

맡는 작품마다 현장 분위기가 좋기로 유명한 라미란은 '정직한 후보'에서도 "감독님이 이만큼 밥도 많이 먹고 술도 많이 먹은 현장은 처음이라고 하시더라"라며 돈독한 사이에 대해 전하면서도, 막상 촬영 현장은 '살얼음판'이었다고 설명해 의문을 자아냈다.

"현장 분위기가 어땠냐고요? 살얼음판이었죠. 웃겨야 된다는 것에 대한 의견 차이가 있었어요. '이게 웃기냐' '나는 이게 더 웃기다' 하면서. 찍는 사람들은 시나리오를 읽고 찍으니까 흐름에 상관없이 매 씬 웃기기를 바라셔서 좀 힘들었어요."

 

[사진=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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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부터 영화 '내안의 그놈', '걸캅스' 등 다수의 작품들을 통해 자타 공인 코미디 장인으로 불리는 라미란이지만 이날 코미디 장르 연기에 대해 "코미디가 제일 힘들다. 정답이 없다"고 털어놨다.

"액션보다 더 힘들어요. 어디서 웃을지 모르니까 정답이 없는거에요. 어떻게 해야 가장 많은 분들이 즐거워해주실까 고민해야 해서 정신적으로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라미란은 "웃기라고 만들면 안 웃는다. 항상 의외의 장면에서 터진다"며 억울함(?)을 토로하면서도 코미디 장르에서만 나올 수 있는 현장에서의 즉흥 연기가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약속하지도 않았는데 상황에 집중하고 있어서 던지면 받아치고 살려주는 부분이 많았어요. 그런 현장성이 없다면 코미디가 정말 어렵지 않을까요? 정말 잘 짜여진 대본이라 100% 웃음 보장이라면 모르겠지만 사람마다 웃음 포인트가 다르잖아요."

라미란은 '원톱 주연'에 대해 부담이 없었다면서, 그 이유 역시 동료 배우들 덕분이라고 전했다.

"혼자 하는게 아니잖아요. 오히려 제가 연기하는 것보다 주변에서 리액션해주고 받쳐주는게 웃음 코드에 더 잘 먹혔던 것 같아요."

 

[사진=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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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짓말 안 하는게 속 편해"… 라미란의 담담한 솔직함

영화에서 라미란이 맡은 역할인 '주상숙'은 국민들 앞에서는 서민의 일꾼을 자처하는 둘도 없이 청렴하고 믿음직한 국회의원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서민을 자신의 일꾼으로 여기며 4선 당선을 위해서라면 거짓말을 옵션이 아닌 필수로 여기는 인물. 영화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정치 현실에 대한 비판 혹은 풍자가 녹아있다.

이 때문에 지난달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도 영화 속 정치 풍자 코드에 대해 묻는 질문이 빠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라미란은 "정치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주상숙이라는 인물이 처한 상황에 집중했다"며 "정치색과는 거리가 멀다. 편견이나 선입견을 가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으나 일부 누리꾼들은 이에 대해 정치적 논쟁을 끌어와 비판하기도 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라미란은 일부 부정적인 반응에 대해서 알고 있다면서도 영화와 정치관에 대해 가감없이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영화 촬영하면서 감독님이나 주변 사람들께 많이 이야기를 듣고 알아가긴 했지만 사실 그렇게 관심이 없어요. 근데 '관심 없다'고 말했더니 사람들이 '그럴거면 왜 그 영화를 찍었냐'면서 욕을 한 바가지 하더라고요. 댓글 다 봐요."

 

[사진=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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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대답하면 되지 않냐'는 되물음에 라미란은 "아는 척 하는 것보다는 나은 것 같다"고 소신있게 답했다.

실제로 거짓말을 못하게 되면 어떨지 묻는 질문에도 라미란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며 "차라리 입을 닫고 말을 안했을거다. 막 거짓말로 꾸며내지는 못할 것 같다"고 답했다.

“솔직하게 말하는게 최선책이더라고요. 욕심을 버리니까 안달복달하지도 않고, 켕기는게 없으니까 편하잖아요. 그게 나 자신한테도 솔직해지는거죠. 그게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취재 후기] 앞서 ‘정직한 후보’는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우려로 개봉 연기를 논의했으나, 결국 기존 개봉일인 12일을 고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한 라미란의 생각을 물었다.

“걱정된다고 달리 갈 데도 없고…, 결정 됐으니 직진해야죠. (영화관에) 틀어놓을테니까 잠시라도 웃고 가시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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