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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운동선수 인권은... 성폭력 피해 '열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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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운동선수 인권은... 성폭력 피해 '열에 하나'
  • 민기홍 기자
  • 승인 2020.02.14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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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장애인 운동선수의 인권 침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은 13일 인권위 교육센터에서 장애인 체육선수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9월말부터 약 한 달간 대한장애인체육회에 등록된 중‧고등학생‧성인 1055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다음은 주요 피해 증언 내용. 

 

"나를 위한 지도라는 생각이 들지만 내가 신체접촉을 원하지 않아도 '하지 말라'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체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성폭력 피해에도 적용된다. 운동부 안팎으로 도움을 청해도 지체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피해 사실을 무시당하거나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주변 여자 동료 선수들이 피해를 겪는 것을 봤는데 코치가 선수들의 허락도 없이 머리나 어깨 등 신체 일부를 만지거나, '하지 말라'고 해도 계속하는 경우가 있었다."

전체 응답자 중 22.2%가 신체적 폭력(구타)이나 언어폭력(욕설) 등을 경험했다. 9.2%는 언어나 육체적 성희롱, 성폭행 등을 경험했다.

사례별로 보면 '협박이나 욕, 모욕적인 말을 들은 적이 있다'가 13%,로 가장 많았다. '나의 신체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훈련을 강요받은 적 있다'가 10.4%, '기합이나 얼차려를 받은 적 있다'가 8.8%, '집합·기합·체벌을 받을 것 같은 공포감이나 위협적인 분위기가 조성된 적 있다'가 7.8%였다.

가해자는 동료·후배 선수가 40.6%(중복응답)로 가장 많았고, 선배선수(34.3%), 감독·코치(25.2%) 순이었다. 피해 장소는 훈련장(41.3%), 경기장(28.0%), 회식 자리(18.2%) 순이었다.

성폭력 피해(육체·언어·시각적 성희롱)를 겪은 선수들은 9.2%였다. 이는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이 지난해 실시한 다른 분야 성폭력 피해 경험 관련 조사 결과(초등학생 2.4%·중학생 5.0%·고등학생 4.0%·대학생 9.6%)와 견줬을 때 심각한 수준이다.

후속조치도 미흡했다. 피해자 중 운동부 내부나 외부기관에 신고 등의 도움을 호소한 경우는 15.5%에 불과했다.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이유는 '얘기해도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아서'가 38.1%, '얘기하면 선수 생활에 불리할 것 같아서'가 22.4%였다.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 [사진=연합뉴스]

여성 장애인 선수의 18.2%가 생리 중에도 휴식이나 휴가를 요구할 수 없었다는 점은 충격적이다. 28.9%는 생리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아도 이를 숨기고 경기나 훈련에 나섰다. 실전을 앞두고 피임약을 먹어 생리를 미룬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11.8%에 달했다.

시설 이용에서 차별을 느낀 장애인체육인도 많았다. 공공시설 이용자의 24.9%, 민간 체육시설 이용자의 21.4%는 '장애인이라 안전상의 이유로 이용을 거부당한 경험이 있다'고, 공공시설 이용자의 15.6%, 민간시설 이용자의 17.0%는 '장애가 심각하다는 이유로 시설 이용을 거부당한 경험이 있다‘고 각각 답했다.

인권위는 “2012년 장애인 체육선수 직권 조사를 실시하고 대한장애인체육회장과 문화체육부장관에게 정례적인 실태조사 등 인권침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안을 마련해달라고 권고했지만, 지난 6년간 실태조사를 비롯한 현장 모니터링이 없었다는 문제가 이번 조사로 드러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전문가 및 관계 기관과 협의를 거쳐 정책개선 대안을 권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인권위에 따르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 장애인 체육선수 지도자에 대한 장애 감수성 및 교육 의무화 △ 이천훈련원 및 지역 장애인체육회 내 인권상담 인력 보강 및 조사 절차의 독립성 강화 등의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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