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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일본 코로나19 소극 대응, 도쿄올림픽 취소 불안감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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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일본 코로나19 소극 대응, 도쿄올림픽 취소 불안감 때문?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2.26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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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일본 열도가 얼어붙었다. 표면적으론 확진자 증가세가 매우 더디지만 내부의 불안감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일본 방송 NHK에 따르면 25일 하시모토 세이코 도쿄올림픽·패럴림픽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이 교토부 가메오카시에서 열릴 예정인 2020 도쿄올림픽 축구 예선전에 선수단을 파견하지 않을 것이라는 소식에 대해 “정부는 문제가 없다는 걸 과학적으로도 밝히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2020 도쿄올림픽이 15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전 세계는 물론이고 일본 내에서도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일본은 26일 오전 확진자 171명으로 확산 초기에 비해 다소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NHK에 따르면 24일 기준 요코하마항에 정박한 크루즈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확진자를 포함하면 851명으로 한국에 이어 2번째로 많은 수지만 열도 내 확산세는 잠잠한 상황이다. 초반 사망자가 나오며 불안감을 키웠지만 확산세를 진압하는데 실패한 한국(확진자 977명)과 이탈리아(325명)에 비해 잘 대응한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데이비드 휴스 호주 올림픽 선수단 의료팀 국장은 25일 “일본에서 코로나19가 인간 대 인간으로 전염되고 있는데 이상적인 상황으로 볼 수 없다”며 “우리 선수들을 일본으로 데려가는 게 안전하다는 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왜 남아공은 올림픽 예선을 보이콧하고 호주는 불안에 떠는 걸까. 또 내부에서도 우려가 끊이지 않는 것일까. 코로나19를 대하는 일본 정부의 안일한 태도와 무관치 않다.

한국은 최근 대구, 경북 지역에서 특정 종교 세력을 중심으로 급격히 확진자가 늘었다. 이에 해당 지역에 의료진이 총동원되며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고의 대응이라는 것엔 이견이 따를 수 있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일본은 다르다. 어떤 이유에선지 아베 정권은 확진자를 늘리기를 매우 꺼려하고 있다. 문제는 이로 인해 검사 또한 매우 보수적으로 하고 있는 것. 아베 정권은 지난달 30일 코로나19 대책 본부를 설치하고 범정부 대응에 나섰지만 실제 분위기는 전혀 딴판이라는 반응이다.

 

올림픽 개폐회식이 열릴 뉴내셔널스타디움 옆을 마스크를 쓴 채 돌아다니는 일본인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는 일본 내에서도 큰 우려로 이어지고 있는데, 한국이 최근 하루 1만 명 이상의 검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반해 일본은 3830건을 검사할 수 있다고 밝힌 카토 후생성 장관의 말과 달리 하루 수백명 정도를 검사하는데 그치고 있다. 이마저도 지난 18일엔 단 9명, 19일 61명, 20일 90명에 불과했던 것에서 크게 늘어난 수준이다.

상황이 쉽게 나아질 것처럼 보이지 않는 게 더 큰 문제다. 한국과 달리 일본 정부에선 민간 기관의 검사를 막고 국가가 지정한 곳에서만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1주일이 넘도록 발열과 폐렴 증상을 보이고, 비슷한 증상을 겪고 있는 임산부 등이 검사소 부족으로 전전긍긍하는 사례가 트위터 등을 통해 널리 퍼지고 있다.

또 대형 크루즈선 탑승자를 장기간 선내에 묶어둔 것 또한 악수가 되고 있다. 당초 승객(2666명)과 승무원(1045명) 포함 3711명 가운데 24일 기준 18.6%인 691명이나 감염된 것이 확인됐다. 탑승자 전원을 격리시킬만한 시설이나 검사할 여건이 충분치 않아 요코하마항에 선박을 방치한 것이 일을 키웠다는 평가다.

심지어 지난 19일부터는 객실 격리 2주를 채운 뒤 검사 결과가 음성이고 증상이 없는 980명을 선별해 하선 조치시켰는데, 이후 60대 여성과 호주인 한 명이 각각 추가 확진자로 확인됐다. 일본 정부는 크루즈에서 하선한 이들이 대중교통을 타고 귀가하도록 허용했는데, 자칫 이들이 슈퍼전파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추가 2주 격리를 하는 타국과 달리 자체적 방침을 내세워 이를 생략한 것 또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딕 파운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회장이자 현 위원은 도쿄올림픽의 개최 유무 자체를 5월 내로 판단해야 한다며 취소 가능성을 언급했다. [사진=AP/연합뉴스]

 

요미우리신문 여론조사 결과 코로나19 대응이 미흡하다는 의견이 절반 이상인 52%를 차지했고 아사히신문 조사에선 응답자 85%가 일본 내 코로나19가 더 확산될 것이라는 불안감을 나타냈다. 이와 더불어 현지 언론들이 조사한 아베 내각 지지율 또한 하나 같이 급격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불안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들 중 일본 정부가 사태를 은폐를 하기 위해 소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 배경엔 올림픽이 있다는 가설도 제기된다. 올림픽 개최를 위해 3조 엔(33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금액을 쏟아 부었는데, 원전사고 후유증에 대한 불안감에 이어 코로나19까지 크게 확산될 경우 올림픽 자체가 취소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올림픽이 취소될 경우 그 손실은 매우 크게 불어난다.

실제로 25일 일본 데일리스포츠에 따르면 딕 파운드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회장이자 현 위원은 “코로나19를 막기 위해선 숙박과 경비, 음식 모두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며 “이건 새로운 전쟁이다. 도쿄올림픽 개최 유무를 오는 5월까지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책임 있는 관계자의 발언이기에 결코 흘려들을 수 없다. 그만큼 IOC 내부에서도 일본 내 코로나19 현황에 대해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할 때다. 올림픽 취소를 우려한 나머지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다가는 걷잡을 수 없는 수준의 재앙이 찾아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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