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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계 권위주의 뚜렷" 인권위 실태조사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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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계 권위주의 뚜렷" 인권위 실태조사 살펴보니
  • 민기홍 기자
  • 승인 2020.03.06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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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아침에 피곤해 보이면 상사가 '어제 남자친구랑 뭐했냐'고 한다."

"상사가 회의 시간에 손님들 앞에서 '차는 여자가 타야 맛있다'라고 말하며 어깨동무를 했다."

"복장이나 머리는 물론이고 연가를 쓰는데도 눈치를 준다."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 특별조사단. [사진=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 특별조사단의 '체육 관련 단체·기관 종사자 성폭력 등 실태조사'에 담긴 피해 증언이다. 지난해 7월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된 터. 체육계의 현실은 어떨까.

인권위 특조단은 5일 지난해 대한체육회, 대한장애인체육회, 국민체육진흥공단 등 체육 관련 단체 종사자 1378명(남성 837명, 여성 54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와 심층면접 결과를 공개했다.

34.1%(470명)는 최근 1년 이내에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피해를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여성의 경우 절반에 가까운 246명(45.5%)이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다.

유형별로는 회식 참여 강요(16.7%), 개인사에 대한 뒷담화나 소문(16.2%), 욕설 및 위협적인 언행(13.4%) , 음주 또는 흡연 강요(13.1%), 일상적인 대우 등에서의 차별(12.8%) 순이었다. 괴롭힘 빈도는 2~3회 비율이 가장 많았으나 10회 이상 경험도 10명 중 1명에 달해 우려를 자아냈다.

성희롱·성폭력 피해도 심각했다. 응답자의 10%가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을 직접적으로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 피해자(21.1%)가 남성 피해자(2.9%)보다 많았고, 비정규직(10.7%)의 피해 경험이 정규직(9.4%)보다 다소 높았다.

피해 유형별로는 불쾌감을 주는 성적인 농담·성적 이야기 등을 하는 행위(6.2%), 회식자리 등에서 옆에 앉혀 술을 따르도록 강요하는 행위(4.5%), 포옹·손 잡기·신체 밀착·입맞춤 등 신체 접촉행위(3.3%) 순이었다. 성관계를 전제로 이익(승진, 보직, 임금 인상 등)을 제안하는 행위, 강제로 입을 맞추거나 몸을 만지는 행위도 있었다.

인권위는 “체육계 남성 중심의 조직문화에서 성희롱·성폭력이 비롯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괴롭힘이 반복·습관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가해 주체도 상급자나 상사, 기관 임원 등인만큼 관련 인식과 조직문화 개선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성폭력 포함) 피해자들은 분노·적개심·복수심(29.7%), 무기력·우울감(20.5%), 수치심(19.3%), 불안감(12.4%), 불면증, 악몽 등 수면장애(10.2%) 등 트라우마를 겪었다.

그러나 최근 1년 내 피해자 중 내부 공식 절차를 밟은 경우는 고작 10.2%(49명)에 불과했다. 피해자 가운데 28.2%(137명)는 신고는커녕 주변 동료들에게도 알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조직 내부 상담부서에 신고하지는 않았으나 주변 동료나 상급자에게 알린 피해자도 25.5%(123명)였다.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않은 이유는 구설수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서(52.2%), 어떤 행동을 해도 소용없을 것 같아서(41.9%), 항상 일어나는 일이고 다들 가만히 있으니까(39.7%) 등이었다.

응답자들이 임원 및 직장 내 구성원 대상 예방교육, 고충 상담창구 제공, 피해 발생 시 체계적인 조사가 이뤄지도록 매뉴얼·가이드라인 마련 등을 개선 방안으로 제시했다고 인권위는 알렸다.

조사를 수행한 한국정책리서치 측은 "스포츠 단체·기관의 조직문화는 상명하복의 권위주의가 뚜렷하고 남성 위주 문화가 강한 특징이 있다"며 "관계 기관과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해 체육계 종사자들의 인권 보호를 위한 권고를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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