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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만 탓하는 무리뉴,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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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만 탓하는 무리뉴,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시간?
  • 김대식 명예기자
  • 승인 2020.03.12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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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대식 명예기자] 과연 무리뉴 감독이 부상만 탓할 수 있을까?

토트넘 홋스퍼가 11일(한국시간) 독일 라이프치히 레드불 아레나에서 열린 2019-20시즌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16강 2차전에서 RB라이프치히한테 0-3으로 패배, 종합 스코어 0-4로 탈락하며 챔피언스리그를 마감했다. 해리 케인을 시작으로 무사 시소코, 손흥민에 이어 스티븐 베르바인까지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하자 주전 선수 공백을 뼈저리게 느낀 무기력한 패배였다.

손흥민이 부상으로 이탈한 후 6경기 1무 5패로 심각한 부진에 빠진 토트넘이다. 토트넘이 부진한 이유로는 주전 선수들의 부상이 가장 타격이 컸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나, 부진이 이어질수록 일각에선 무리뉴 감독도 문제가 있다는 분위기가 점차 형성되고 있다.

무리뉴 감독의 지도력에 의문을 품는 분위기가 점차 형성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토트넘 부임 후 가장 큰 위기에 빠진 무리뉴 감독 [사진출처=연합뉴스]

이런 분위기가 형성된 가장 큰 이유는 무리뉴 감독의 전술 때문이다. 이번 라이프치히와의 경기에서도 무리뉴 감독이 꺼내든 전술은 논란이 됐다. 토트넘은 1차전에서 0-1로 패배했기 때문에 반드시 이겨야하는 입장이었다. 무리뉴 감독 입장에선 주전 선수들의 공백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득점을 만들 수 있는 전술을 선택해야했다.

그런데 신체조건이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라이프치히 수비진을 상대로 토트넘은 롱볼 전술을 꺼내들었다. 선발 명단에서 188cm인 델레 알리를 제외하면 토트넘 1,2선 선수들은 높이 싸움에 적합하지 않은 자원들이었다. 에릭 라멜라와 루카스 모우라는 마르첼 할슈텐베르크와 루카스 클로스터만에게 완전히 지워졌고 고립된 알리는 혼자서 무언가를 만들 수 없었다. 선수 구성과 적합하지 않는 전술로 인해 오히려 케인과 손흥민의 결장은 더 크게 느껴졌다.

과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했던 리오 퍼디난드는 영국 'BT 스포츠'에서 “토트넘은 무기력했다. 부상 선수들이 많다는 점을 감안해도 더 좋은 경기력을 펼쳤어야했다”며 우회적으로 무리뉴 감독의 전술을 비판했다.

라이프치히에 속절없이 무너진 토트넘 [사진출처=연합뉴스]
라이프치히에 속절없이 무너진 토트넘 [사진출처=연합뉴스]

실제로 1무 5패를 기록하는 동안 제값을 해주고 있는 선수는 지오바니 로 셀소뿐이다. 알리를 비롯한 공격자원은 날카로운 모습을 잃어버렸고 실점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단순히 비주전 선수들의 실력 문제라고 바라보기엔 무리가 따를 정도로 현재 토트넘은 공수에 있어서 모두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반대로 말하자면 무리뉴 감독이 뚜렷한 해결책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해석될 수 있다. 감독이 확실한 개선방안을 내놓지 못하는데 부상만 핑계를 삼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사실 주전 선수들이 대거 이탈하면 경기력은 자연스레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도 감독이 부상 문제를 방관할 수는 없다. 주전 선수들의 부상 여파를 최소화시킬 방법을 찾아야하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무리뉴 감독의 선수 활용 능력은 전 소속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무리뉴 감독이 떠난 후 프레드는 방출 0순위에서 EPL 정상급 미드필더로 변모했다. 마커스 래쉬포드는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 밑에서 잠재력을 터트리고 있다.

일부 토트넘 팬들은 ‘무리뉴 3년차’가 벌써 나온 것이 아니냐며 걱정하고 있다. 직전 경기였던 번리와의 경기가 끝나고 무리뉴 감독이 공개적으로 탕귀 은돔벨레를 비판하자 과거 토트넘에서 활약한 저메인 제나스는 “오늘날의 선수들이 무리뉴 방식에 잘 반응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무리뉴의 방식에 비판의 목소리를 실었다. 실제로 이 방식은 과거 레알 마드리드와 맨유에서 무리뉴를 경질로 이끈 원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부진한 경기력에 이은 선수단 장악 실패로 경질로 가는 흐름은 무리뉴 3년차의 가장 큰 특징이다.

공개적으로 무리뉴 감독에게 비판당한 은돔벨레(우측) [사진출처=연합뉴스]
공개적으로 무리뉴 감독에게 비판당한 은돔벨레(우측) [사진출처=연합뉴스]

결국 UCL과 FA컵까지 모두 탈락하면서 강제적으로 리그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로테이션조차 힘들었던 토트넘 선수들에게 휴식을 줄 수 있게 됐다. 무리뉴 감독에게도 케인과 손흥민을 그리워하지 않을 전술을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현지 매체 풋볼 런던에 따르면 “토트넘은 이번 시즌 UCL 진출에 성공하지 못하면 여름 이적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이적자금이 감소할 것이다”고 전했다. 이적자금이 줄어들면 당연히 선수 영입이 어려워진다. 물론 아직 산술적으로 UCL 진출 가능성은 남아있다. 케인과 손흥민이 복귀할 4월 중반까지 분위기를 바꿀 변곡점을 만들 필요가 있는 무리뉴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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