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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코파 2020 연기, '도쿄올림픽 강행의지' IOC-일본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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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코파 2020 연기, '도쿄올림픽 강행의지' IOC-일본은 왜?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3.18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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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긴급 화상회의를 열었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어떻게든 2020년 도쿄올림픽을 이어가겠다는 생각이었다.

IOC는 17일(한국시간) 토마스 바흐 위원장 주재로 국제경기연맹(IF)과 화상회의를 열었다.

종목별 예선 진행 상황을 점검하기 위함이라는 게 공식적인 입장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올림픽 취소설까지 불거지는 분위기가 반영된 회의임을 부인할 수는 없었다.

 

17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주재로 열린 긴급회의를 통해서도 2020 도쿄올림픽에 대한 확실한 입장 변화는 없었다. [사진=AP/연합뉴스]

 

이어 스위스 로잔에선 집행위원회 회의도 열렸고 이후 성명서가 발표됐다. IOC는 “코로나19를 둘러싼 상황이 도쿄 올림픽 준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매일 변하고 있다”면서도 “도쿄 올림픽이 4개월 이상 남은 현재로서는 어떠한 추측도 역효과를 낳을 것이다. 현 단계에서는 어떠한 극단적(drastic) 결정을 내릴 필요가 없다”고 강행 의사를 표했다.

또 “IOC는 전 세계 많은 당국이 취하는 많은 조치가 코로나19의 상황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이런 맥락에서 IOC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말했듯 주요 7개국(G7) 정상들의 지지를 환영한다”고 전했다.

앞서 아베 총리가 화상으로 진행된 G7 정상 회의 참여 후 “인류가 코로나19를 이겨낸 증거로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을 완전한 형태로 실현하는 것에 관해 G7의 지지를 얻었다”고 말한 것에 대한 내용이었다.

IOC는 관계자들의 건강을 지키고 바이러스를 억제하기 위한 지원, 선수와 올림픽 종목 이익 보호라는 두 원칙에 합의했다며 이 원칙을 고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7일 긴급 화상회의를 갖고 오는 6월 열릴 예정이던 2020 유럽축구선수권(유로 2020)을 1년 연기하기로 한 유럽축구연맹(UEFA)의 결정과는 상반된다. UEFA는 홈페이지를 통해 이 사실을 전했다.

이와 비슷한 이유로 올 여름 진행될 예정이었던 2020 남미축구선수권대회(코파아메리카)도 1년 미뤄졌다.

 

UEFA는 17일 과감한 결단을 내리고 유로 2020을 1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사진=TASS/연합뉴스]

 

IOC의 강행 의지는 종목별 선수들에 대한 지지의 표현이기도 했다. IOC에 따르면 이미 57%의 선수들이 올림픽 출전 티켓을 따냈기에 이들의 노력을 헛되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43%의 선수들이다. 현재 많은 선수들이 훈련장을 찾지 못하고 있고 세계 곳곳에서 벌어질 예정이던 올림픽 예선전이 무산되고 있다.

아이스하키 종목에서 4차례나 금메달을 따낸 캐나다 출신 헤일리 위켄하이저 IOC 위원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IOC는) 상황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그 또한 훈련장 부족 등 선수들의 어려움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미국 스포츠전문 잡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권고로 자국 선수들이 훈련을 이어가기 힘든 환경이라고 소개했다. CDC는 5월 중순까지 50명 이상이 모이는 행사를 열지말라고 했는데, 이로 인해 대부분의 훈련 시설과 연습장이 문을 닫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문제는 안전성이다. 17일 기준 확진자가 4000명을 훌쩍 넘은 미국에 비해 일본(1500여명)은 수가 적긴 하지만 이 수치를 모두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미국 CNN은 “다른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확진자 급증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일본의 확진자 은폐 의혹에 대해 불을 지폈다.

 

헤일리 위켄하이저 캐나다 IOC 위원은 "(IOC는) 상황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무책임하다"고 비판을 가했다. [사진=USA투데이/연합뉴스]

 

2016년 리우 올림픽 육상 여자 장대높이뛰기 금메달리스트인 그리스 카테리나 스테파니디는 지난 12일 그리스에서 채화된 도쿄올림픽 성화의 그리스 마지막 봉송 주자였는데, IOC가 선수들의 건강을 위험에 노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영국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대유행에도 IOC가 도쿄올림픽 연기나 취소 결정 대신 선수들에게 계속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라고만 한다”며 “도쿄올림픽이 열리길 바라지만, 그렇지 못했을 경우 플랜 B가 무엇이냐”고 일침했다. 그리스에서 시작된 성화 봉송은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인해 13일 중단됐다.

그럼에도 IOC는 “모든 선수가 최선을 다해 계속 준비하라고 독려한다”며 “우리는 선수 및 각국의 올림픽위원회(NOC)와 상의하고 최신 정보를 제공하면서 선수들을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WT) 총재는 회의에 앞서 “올림픽이 취소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개인적 소견을 밝히면서도 “코로나19가 잦아들지 않아 6월까지 대륙별 예선을 다 치르지 못한다면 7월 개막할 도쿄올림픽은 자연스럽게 연기될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예상했다.

이어 “IOC가 언제까지는 올림픽 예선을 마쳐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하지 않을까”라며 “지금까진 4월 말 정도였는데, 무한정 늦출 수도 없는 상황이다. 회의가 끝나면 IOC가 대회 조직위와 쫑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것이다. 우리는 그 결정을 존중하고 대회 준비를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올림픽을 바라보는 모든 선수들의 자세다. 불안감에 취소나 연기를 바라더라도 개최국 일본과 그들의 눈치를 보는 IOC의 결정만을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알렉산데르 체페린 UEFA 회장은 “팬과 스태프 그리고 선수들의 건강을 최우선의 가치로 두고, 올시즌을 안전하게 마치는 방안을 논의했다”면서 “이윤이 아닌 가치가 이번 긴급회의의 대원칙이었다”고 강조했다. IOC와 일본이 무엇때문에 대회를 강행하려고 하는지 짐작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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