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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생각] '과거형' 그녀들, '현재형'으로 제2의 연대기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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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생각] '과거형' 그녀들, '현재형'으로 제2의 연대기 쓴다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5.09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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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정 김성령 채시라 하희라 김희애 김혜수 전도연 등 '40대 여배우 황금기'

[스포츠Q 용원중기자] 40대는 여배우의 무덤으로 불리던 나이입니다. 과거 청순미녀의 대명사였어도 더 이상 젊음과 미모를 내세울 수 없게 되죠. 자연스레 CF, 여주(여주인공) 대열에서 밀려나고, 주부·엄마 캐릭터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에 직면합니다. 소위 생활 연기자로 전환하느냐, 중견 연기자로의 연착륙을 위해 대중의 시야에서 잠시 사라지느냐, 이도저도 아니면 정상의 순간에서 아름답게 퇴장하느냐를 저울질하게 됩니다.

그런데 요즘 1980~90년대에 대중의 사랑을 독점했던 ‘과거형’ 그녀들이 팔팔한 ‘현재형’ 여배우들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제2의 연대기를 쓰고 있더군요.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의 유호정(46)과 백지연(51), ‘여왕의 꽃’의 김성령(48), ‘착하지 않은 여자’의 채시라(47), ‘여자를 울려’의 김정은(41)과 하희라(46)가 그렇습니다.

▲ 1980~90년대 사랑받았던 불혹의 여신들이 최근 드라마와 영화에서 맹활약하며 황금기를 열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유호정 백지연 김성령 김혜수 채시라.

예능에선 ‘꽃보다 할배-그리스편’의 최지우(40)가 우아한 기습을 했습니다, 스크린에선 복고풍 음악영화 ‘쎄시봉’의 김희애(48)를 비롯해 범죄드라마 ‘차이나타운’의 김혜수(45), 하드보일드 멜로 ‘무뢰한’의 전도연(42), 단편영화 ‘그게 아니고’의 이미연(44)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김희애 채시라 김혜수 하희라 이미연'은 그때 그 시절, '책받침 스타'로 군림했죠. 앵커우먼 출신 백지연과 미스코리아 출신 김성령은 요즘 1960년대생 여성들의 워너비로 떠올랐다고 하네요.

중년에 접어든 여배우들의 황금기,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환경의 변화와 그녀들의 의식변화가 가장 큰 이유일 것 같습니다.

 ◆ 4050 여성 시청자, 스토리텔링 중시 드라마 영향으로 각광

안방극장의 주 시청자는 40~50대 여성입니다. 과거에 비해 연령대가 높아졌죠. 그들은 아침드라마, 일일극, 주말극의 열성 시청자입니다. 속칭 ‘아줌마’를 겨냥한 막장 코드가 꽤 오랜 시간 동안 유행했습니다. 하지만 아줌마들 역시 급속도로 분화하고 있으며(골드미스, 이혼여성, 가정주부, 워킹맘, 전업주부 등), 보는 드라마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여전히 즐겨보는 이가 있는가 하면 “욕하면서 본다”는 수준을 넘어 임계점에 도달한 층도 상당수이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막장의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진부한 아침드라마, 일일극, 주말극에서 탈출해 좀 더 트렌디하고 세련된 미니시리즈로 이동하는 40~50대 타깃에 맞는 배우가 절실해졌습니다. 이런 시청자와 동시대를 살아오면서 감성적 결속력을 갖춘 친숙한 배우 그룹이 우선순위에 서겠죠. 특히 소재의 확대 및 스토리텔링이 중요시되는 드라마 제작 추세에서 이를 촘촘하게 표현하기 위해선 폭넓은 경험, 인생의 연륜, 안정적 연기력을 보유한 배우가 필요합니다. 이들 여배우 대다수가 주부이기도 합니다.

▲ 드라마 '여자를 울려'에서 열연 중인 하희라와 김정은, 예능프로 '꽃보다 할배-그리스편'의 최지우(사진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배우 입장에서도 미니시리즈는 달콤한 유혹입니다. 일일극, 주말극에서 그저 그런 아줌마 느낌으로 꽂히는 게 싫었는데 적어도 미니시리즈는 그런 냄새를 지워주니까요. 시청자 분포에선 40~50대뿐만 아니라 10대부터 30대까지 포진해 있어 확장성을 꾀하는데 제격입니다.

획기적인 기획력이 요구되는 장르 물에서도 40대 여배우들은 경쟁력이 높습니다. 물론 이런 드라마는 폭력성, 선정성 탓에 확률적으로 높은 시청률을 얻기가 쉽진 않습니다. 그럼에도 대중의 다양한 기호 충족을 위해 제작되곤 하는데, 캐스팅 최우선 조건은 개성과 연기력입니다. 그래야 완성도를 꾀할 수 있으니까요. 블랙코미디 장르를 표방한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유호정의 허세 작렬 귀부인 최연희, 백지연의 상류층 유한마담 지영라 연기는 모범 사례일 겁니다.

◆ 스타의식 폐기처분...기회 놓치지 않으며 호쾌한 성공 거둬

우리집 아이가 달라졌듯, 우리의 여배우들도 그간 많이 달라졌습니다. 여배우에 대한 대표적 수식어는 ‘은막의 별’ ‘여신’입니다. 세속에선 접하기 힘든, 닿을 수 없는 거리에 고고히 자리한 존재를 의미합니다. 과거 여배우는 아름다움과 경외감의 표상으로 여겨지곤 했죠.

고도로 발달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는 한낱 기호이자 상징일 뿐입니다. 실체는 소비되는 상품일 따름입니다. 더욱이 미디어·SNS의 확산으로 여배우들의 일거수일투족, 그들의 생각과 발언 하나하나가 실시간으로 공개되는 상황입니다. 판타지는 자꾸만 줄어들고, 오히려 대중과 적극 소통하는 스타들이 각광받는 시대가 됐습니다.

이런 변화의 물결 속에서 40대 중년 여배우들은 영민한 선택을 하고 있습니다. 타인의 시선에 얽매이거나 자기 연민에 갇히는, 어리석은 스타의식을 폐기처분하고 동물적 타이밍 감각으로 기회를 놓치지 않습니다. 그럼으로써 호쾌한 성공을 이룹니다.

▲ '충무로 여제'로 군림하는 김혜수 전도연이 각각 범죄영화 '차이나타운'(사진 위)과 하드보일드 멜로 '무뢰한'(아래)에서 파격적인 변신을 일궈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차이나타운’에서 김혜수는 조직의 보스인 엄마 역을 맡아 기미와 주근깨, 하얗게 센 머리, 두툼한 뱃살로 시각적 충격을 안겨줬습니다. 그간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물었던 캐릭터를 몸 사리지 않고 소화한 그는 “여배우가 극을 이끌어간다는 차원이 아니라 특별한 캐릭터 제안을 해줘서 반가웠다”며 “내가 늘 주인공이 되려고 하면 결핍을 느끼게 되지만 일원이 되려고 하면 열려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나이듦의 장점은 그만큼 세월을 보냈으니까 어떤 게 우위에 있어야 하는지를 안다는 거”라고 강조해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김혜수와 마찬가지로 각광받는 40대 여배우들은 재고 따지는 법 없이 “해야 한다” 싶으면 작품에 몸을 던집니다. 명품 행사장을 전전하며 셀럽(Celebrity) 행세 하고, 인스타에 집중하는 대신 연기로 돈 벌고, 생계를 유지하겠다는 자세. 진정성의 다른 표현입니다.

◆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절실함’ ‘자기계발’ 필수

‘생각’을 마무리할 단계입니다. 연예 관계자 몇몇에게 물어봤습니다. 40대를 포함해 여배우들에게 현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덕목이 무엇이냐고. 대동소이한 대답이 돌아오더군요. ‘오픈 마인드’ ‘자기계발’ ‘필사즉생(必死則生)의 절실함’.

예전엔 자신이 가진 걸 잘 드러내기만 해도, 소속사·제작사에서 만들어주는 캐릭터에 안주해도, 드라마·영화는 도외시한 채 CF만 줄기차게 찍어도 무방한 호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180도 달라졌습니다. 그들만의 리그 내부 경쟁이 치열해진데다 여배우를 대체할 장르적 설정이나 중의적 캐릭터들이 얼마든지 가능해진 거죠. 오는 5월14일 개봉할 손현주 주연의 추적 스릴러 영화 ‘악의 연대기’엔 여배우가 아예 등장하질 않습니다. 조연으로조차 말이죠.

결론은 자신만의 캐릭터를 찾아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열린 마음으로 세상의 많은 것들을 부단히 흡수하고, 내면을 확장해야 하겠죠. 공효진 장나라 정도를 제외하곤 30대 여배우들이 증발하다시피 한 연예계에서 제2의 연대기를 써내려가는 40대 여우들의 책임감이 더욱 커 보입니다. 고령화 시대의 배우로 ‘롱런’하기 위해선 불가피한 일이겠죠.

<편집자주> 필자는 스포츠서울 연예부, 메트로신문 대중문화팀을 거치면서 공연 및 대중문화 전반을 취재했다. 현재 스포츠Q 문화저널부 부국장을 맡고 있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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