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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C 연기 논의는 순리, 아베 '완전한 도쿄올림픽' 무리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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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C 연기 논의는 순리, 아베 '완전한 도쿄올림픽' 무리수였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3.2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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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이 결국 한 발 물러났다. 개막까지 4개월이나 남아 취소나 연기가 논의 대상이 아니라던 2020년 도쿄올림픽의 연기를 두고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다.

전 세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잠식됐다. 40% 올림피언들을 가려내야 하는 예선전들이 치러지지 못하고 있고 겉으론 잠잠한 것 같은 일본에 대한 코로나19 불안도도 여전히 높다. IOC는 23일(한국시간) 긴급 집행위원회를 열고 향후 4주 내로 연기를 비롯한 논의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완전한 형태의 올림픽을 치르겠다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바람과 달리 올림픽이 연기 논의에 돌입할 전망이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큰 진전이다. 올림픽 개최를 통해 30조여 원을 쏟아 부은 일본은 어떻게든 대회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무관중 경기에 대한 고려도 없었다.

IOC는 세계보건기구(WHO) 등 세계적 여론과 함께 개최국 일본 사이에서 눈치 보기에 바빴다. 최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4개월이나 있기에 성급한 결정을 내리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상황이 더욱 악화되자 결국 결단을 내렸다.

물론 당장 결정이 내려지는 건 아니다. 다만 취소 가능성에 대해선 일축했다. IOC는 성명서를 통해 “취소는 의제가 아니”라고 못 박았다.

개최국에 대한 배려는 물론이고 4년 동안 올림픽만을 바라보고 달려온 선수들 또한 고려치 않을 수 없기에 취소가 아닌 연기에 대해서만 문을 열어두겠다는 것.

일본은 23일 기준 확진자가 1759명이다. 규모로는 세계 15번째에 해당하지만 올림픽 개최를 위해 검사도 소극적으로 하고 확진자수를 은폐하기 급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확진자가 1000명이 넘은 국가들은 대부분 비슷한 증가 곡선을 그리는데, 일본은 거의 유일하게 전혀 다른 그래프를 그린다. 내부적으로도 대처가 미흡하다는 평가가 있어 이러한 주장에 설득력을 실어준다.

 

[사진=AP/연합뉴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향후 4주 안으로 올림픽 연기 등을 포함한 논의를 마치겠다고 밝혔다. [사진=AP/연합뉴스]

 

일본 현지에서도 올림픽을 연기하거나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80%를 넘어선 상황이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완전한 형태의 올림픽’을 치르겠다고 강조했지만 우려의 시선은 점점 커졌다. 미국 USA투데이에 따르면 미국 대표급 선수들 300명 중 70%가 회의 끝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연기를 원했다. 미국 뿐 아니라 브라질, 노르웨이, 스페인 등 각국 올림픽위원회에서 연기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고 결국 바흐 IOC 위원장도 며칠 사이 뜻을 굽혔다.

아베 또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두기는 했다. 무관중을 배제한 완전한 올림픽이 가능하지 않을 경우엔 연기를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당연한 수순이다. 확진자가 3만 명을 넘어선 미국은 질병관리통제센터(CDC)의 권고 하에 5월 중순까지 모든 스포츠 활동이 멈췄다. 확진자 규모 5000명이 넘은 영국에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개막을 4월 말까지 미뤘는데 텔레그래프는 6월에서야 리그를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확산세가 날로 커지고 있어 이 또한 장담할 수는 없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중국과 함께 코로나19 확산의 주범처럼 여겨졌던 한국은 진정 국면에 접어들며 확진자 규모 8번째까지 내려섰지만 코로나19 사태는 이제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선진국으로 불리는 유럽과 미국 등에서도 좀처럼 확산세를 잡지 못하고 있는데, 서서히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는 개발도상국 등은 방역체계가 미비해 더욱 우려를 키운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br>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만약 일본이 진정세에 접어들더라도 세계적으로 올림픽을 즐길 준비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혹은 일본으로 들어오는 올림픽 관광객들에 의한 감염 우려 또한 배제할 수 없다.

1년 연기에 무게가 실린다. 유럽과 남미 축구선수권이 나란히 1년 미뤄졌고 타 스포츠 시즌 등과 상생을 고려하더라도 1년 뒤 여름이 적절할 것이라는 평가다. 몇 개월 연기를 할 경우 코로나19 상황이 어떻게 될지 확신하기 어렵고 가을엔 일본 내 태풍이 잦다는 우려 또한 있기 때문이다.

물론 1년 연기도 일사천리로 진행되기는 어렵다. 출전 선수들이 겹칠 수밖에 없는 세계수영선수권(7월 16일~8월 1일, 일본 후쿠오카), 세계육상선수권(8월 7일~16일)이 내년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두 종목은 메달이 가장 많이 걸린 종목인데, 일정이 겹칠 수밖에 없는데다가 잘 조정한다하더라도 연속적으로 열리는 대회에 선수들은 부상 혹은 컨디션 난조를 겪을 우려도 적지 않다.

이미 계약을 끝낸 선수단 숙소와 경기장 대관 등의 문제도 꽤나 심각하다. 연기를 하더라도 큰 손실은 불가피하다.

일본은 오는 26일부터 자국에서 성화 봉송을 시작한다. 지난 12일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채화한 성화를 봉송하며 올림픽에 대한 열기를 꺼뜨리지 않겠다는 의지다. 다만 47개 광역단체를 순회할 성화가 올 여름 대회가 열릴 도쿄까지 다다르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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