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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침묵' 속 해병대 입대, 손흥민답다 [SQ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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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침묵' 속 해병대 입대, 손흥민답다 [SQ이슈]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4.2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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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축구 국가대표팀 공격수 손흥민(28·토트넘 홋스퍼)이 해병대 훈련소에 입소했다. 대표팀에서든 소속팀에서든 늘 책임감이 강했던 그는 이번에도 주변에 폐를 끼치지 않으려 노력했다. 늘 사회적 이슈에 공인으로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그답다.

손흥민은 20일 오후 제주도 모슬포에 위치한 해병 제9여단 훈련소에 입소해 내달 8일까지 약 3주간 기초 군사훈련을 받는다. 이날 훈련소 앞에는 열성 팬과 인근 주민 80여명이 몰렸다. 취재진 20여명도 손흥민의 입소 장면을 포착하고자 멀찌감치 자리 잡고 기다렸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 속 비공개 입소를 예고한 그는 오후 1시 45분께 취재진과 팬들을 만나지 않은 채 차를 타고 곧장 훈련소로 들어갔다. 손흥민은 앞서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하고자 팬들과 취재진에 입소 때 오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고, 예상대로 어떤 접촉도 없이 묵묵히 입대했다.

손흥민(오른쪽 두 번째)이 20일 오후 제주도 모슬포에 위치한 해병 제9여단 훈련소에 입소했다.

손흥민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23세 이하(U-23) 축구 국가대표팀의 와일드카드(나이 제한 없이 참가하는 선수)로 출전, 금메달을 목에 걸고 병역 특례혜택을 받았다.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된 그는 기초 군사훈련만 받고 퇴소하고, 34개월 동안 현역 선수로 활동하며 봉사활동 544시간을 이수하면 병역 의무를 마치게 된다.

코로나19 확산 속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등 유럽 주요리그가 모두 멈춰 선 이 때가 손흥민으로서는 기초 군사훈련을 마칠 적기였고, 구단의 동의를 얻었다.

세계적 스타가 된 그의 입대 소식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화제였다. 하지만 손흥민은 지난 10일 공식 SNS 채널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인원이 모이는 행사를 자제해야 하고,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비공개 입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소식을 접한 영국 매체 이브닝스탠다드는 "손흥민이 코로나19로 비공개 입소를 결정한 건 옳은 결정"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손흥민은 지난달 10일 코로나19 사태 극복에 써달라며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 굿네이버스에 1억 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그는 “비록 멀리 떨어져 있지만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피해를 접하며 힘을 보태고 싶었다”며 “코로나19가 더는 확산하지 않고 취약계층이 안전하게 보호받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건넸다.

손흥민은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병역 면제 혜택을 받게된 직후 육군본부에 직접 전화를 걸어 국방부에 1억 원을 쾌척하기도 했고, 지난해 강원도 산불 사태 때도 1억5000만 원을 내놓았다. 손흥민이 주급 14만 파운드(2억1500만 원), 연봉 기준 728만 파운드(112억 원)를 받는다 하더라도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그는 지난해 1월 아시안컵 때는 토트넘에서 숨가쁜 일정을 소화한 뒤 비행기를 타고 아랍에미리트연합(UAE)로 건너와 시차적응도 되지 않은 채 중국전에 나섰다. 거의 풀타임을 소화하면서도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다. 얼굴에는 피로가 잔뜩 묻어났지만 팀 구성원으로서 늘 헌신하고자 하는 그의 책임감을 알 수 있는 사례다.

또 지난해 3월 아직 10대인 이강인(발렌시아)이 A대표팀에 처음 발탁돼 세간의 주목을 받자, 취재진 앞에 나서 “언론에서 어린 선수를 보호해줘야 한다”며 힘줘 말하기도 했다. 행여 지나친 관심이 독이 될까 대표팀 주장으로서 후배를 위해 총대를 멘 것이다.

그랬던 손흥민이 이번에는 코로나19 사태 속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내렸다는 평가다. 늘 최선을 다하는 그는 여느 장정들과 마찬가지로 조용히 입소했고, 주어진 바를 다하고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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