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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 아들' 허훈 MVP, 당당한 왕위 계승식 [프로농구 시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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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 아들' 허훈 MVP, 당당한 왕위 계승식 [프로농구 시상식]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4.20 1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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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프로농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아쉽게 멈췄지만 허훈(25·부산 KT)의 도약은 고스란히 인정을 받았다. ‘농구 대통령’ 아버지 허재(55)에 이어 프로농구 역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허훈은 20일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KBL센터에서 약식으로 열린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프로 데뷔 3년차 만에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했다.

2위 김종규(원주 DB, 47표)의 추격이 거셌지만 유효표 111표 중 63표를 얻어 당당히 영예의 주인공이 됐다.

 

허훈이 20일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MVP를 수상하고 활짝 웃고 있다. [사진=KBL 제공]

 

득표율 56.8%로 기대만큼 많은 표를 얻지는 못했지만 이에 반기를 들 사람은 많지 않다.

허훈은 2017년 데뷔한 그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했을 때만 해도 자격 논란을 겪었다. 당시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허재 감독의 선택을 받아 형 허웅(27·DB)과 동시에 발탁됐는데, 과연 그만한 실력을 갖췄느냐는 지적을 받은 것.

그러나 논란은 오래가지 않았다. 빠르게 성장한 허훈은 올 시즌 35경기 30분 이상씩 출전하며 14.9점 7.2어시스트 1.2스틸을 기록했다. 득점은 전체 7위이자 송교창(전주 KCC, 15점)에 이어 국내 2위, 어시스트는 전체 1위다. 2위 김시래(창원 LG, 4.8개)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1라운드 MVP를 차지했던 그는 팀의 7연승을 이끌며 영향력을 과시했다. 부상으로 빠진 기간 팀이 8경기에서 7패를 당한 건 그의 팀 내 위상을 보여준 단적인 예였다.

올 시즌 DB로 이적한 ‘연봉킹’ 김종규도 인상적인 시즌을 보낸 건 마찬가지였다. 43경기 13.3점 6.1리바운드 0.8블록슛을 기록했는데, 국내 선수 중 득점 5위, 리바운드 1위, 블록슛은 전체 4위였다.

 

허훈은 MVP와 베스트5, 플레이 오브 더 시즌까지 3관왕을 차지했다. [사진=KBL 제공]

 

그러나 임팩트로만 따지면 허훈을 능가한다고 보긴 어려웠다. KT가 6위로, 공동 1위를 차지한 DB에 비해 성적이 떨어진 것도 생각보다 많은 득표를 하지 못한 원인으로 해석할 수 있다.

허재는 전성기가 지난 시점에 프로가 출범해 정규리그에선 MVP 수상 기록이 없지만 한국 농구에서 가장 먼저 기억되는 인물이다.

허훈은 “굉장히 영광이다. 뜻 깊은 부분이 있다면 부자지간이 MVP를 받았다는 점”이라며 “아버지는 PO 때 MVP를 받았다. 그것도 MVP라고 생각해서 부자지간이 같이 받아 뜻 깊고 기분이 좋다”고 밝혔다.

이어 비결에 대해선 “아무래도 뭔가 팬들에게 보여주는 강인함, 임팩트가 있었다. 많은 분께서 제 플레이를 보고 좋아해 주셨다. 그 부분이 MVP를 받을 수 있었던 거 아닐까 생각한다”며 “내년엔 더 좋은 모습, 발전된 기량을 보여주고 싶다. 특히 KT 관계자와 팬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고 전했다.

올 시즌 플레이오프에도 나서지 못한 아쉬움이 컸다. 허훈은 “우승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비시즌 때 열심히 고생해서 우승에 한 번 다가갈 수 있는 경기를 해보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우승해서 MVP를 받고 싶다”고 다짐했다.

 

시상식을 끝으로 올 시즌이 마무리됐다. 감독상은 이상범(아랫줄 오른쪽에서 3번째), 신인상은 김훈(아랫줄 오른쪽에서 2번째)가 수상했다. [사진=KBL 제공]

 

지난 시즌 8위에 머물렀던 DB를 공동 1위로 이끈 이상범 감독은 2번째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그는 “올 시즌 어려움이 많았는데 선수들이 나를 믿고 끝까지 와준 덕분에 1위를 지킬 수 있었다. 이 부분이 감독상을 받은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크게 없다. 지금과 같이 믿고 따라줘서 고맙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우리 선수들과 믿음이 쌓이면 얼마든지 좋은 성적이 나올 거라 믿는다. 고맙다고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신인상은 일반인 드래프트 신화를 쓴 DB 김훈이 받았다. 김훈은 “부담감은 당연히 컸다. 저도 사람인지라 얘기도 들리고, 보이는 것도 많았다”며 “그래서 더욱더 신인상을 받는 것에 대한 긴장도 더 컸다. 영광이지만 신인상을 받는 것에 대해 견디려고 하는 것 같다. 나는 선배님들처럼 다재다능하거나 임팩트 있는 선수가 아니다. 기회를 받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상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신인상을 받았으니, 조금 더 열심히 하고 지금보다 한 단계 성장해야 할 것 같다. 더 좋은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외국선수 MVP는 애런 헤인즈를 밀어내고 SK 1옵션으로 거듭난 자밀 워니가 수상했다. 워니는 43경기 20.4득점 10.4리바운드 3.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SK 선두 경쟁을 이끌었다. 개인 기록은 21.4득점 10.9리바운드 1.3블록슛을 기록한 캐디 라렌이 더 돋보였지만 팀이 9위에 머물며 고배를 마셔야 했다.

베스트 5는 허훈, 김종규를 비롯해 송교창(전주 KCC)과 자밀 워니, 캐디 라렌이 이름을 올렸고 식스맨상은 최성원이 받았다. 기량발전상은 김낙현(인천 전자랜드)이 영예를 안았다.

최우수 수비상은 문성곤(안양 KGC)가 받았고, 수비 5걸은 문성곤을 비롯해 치나누 오누아쿠(DB), 최성원, 이승현, 장재석(이상 고양 오리온)가 받았다. 이성구 페어플레이어상은 함지훈(울산 현대모비스)가, 인기상은 허웅이 차지했고 플레이 오프 더 시즌은 지난해 10월 20일 DB전에서 9개의 3점슛을 연속으로 성공시킨 허훈이 또다시 주인공으로 선정됐다. 심판상은 장준혁 심판이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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