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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K 안혜지 최고연봉 '농구는 신장 아닌 심장' [여자농구(WKBL) 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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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K 안혜지 최고연봉 '농구는 신장 아닌 심장' [여자농구(WKBL) FA]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4.2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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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미국 프로농구(NBA) 레전드 앨런 아이버슨(45·은퇴)은 "농구는 신장(키)이 아닌 심장으로 하는 것"이라는 말을 남겼고, 이 말은 농구계 곳곳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한국 여자프로농구(WKBL)에서도 이 말에 딱 들어맞는 상황이 연출됐다.

주인공은 신장 164㎝의 가드 안혜지(23·부산 BNK). 2019~2020시즌 기준 최단신인 그가 2020~2021시즌 최고 연봉자로 코트를 누비게 됐다. 

안혜지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조기 종료된 지난 시즌 강계리(부천 하나은행), 김애나(인천 신한은행), 신민지(아산 우리은행)와 함께 WKBL 등록선수 중 최단신으로 이름을 올렸다.

올해 자유계약선수(FA)가 된 그는 지난 15일 소속팀 BNK와 계약기간 4년 연봉 3억 원에 사인하며 잔류했다. 1차 FA ‘최대어’로 꼽혔던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지난 시즌 연봉과 비교하면 3배나 되니 주가 상승 폭이 엄청나다.

164㎝의 가드 부산 BNK 안혜지가 2020~2021시즌 최고연봉자로 등극했다. [사진=WKBL 제공]

현재 WKBL 연봉 상한선은 3억 원이다. 아직 계약하지 않은 리그 최장신 박지수(청주 KB스타즈·198㎝) 역시 지난 시즌에 이어 다음 시즌에도 3억 원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안혜지는 아산 우리은행과 재계약한 지난 시즌 최우수선수(MVP) 박혜진과 그 동료 김정은(이상 우리은행) 등과 함께 ‘연봉퀸’ 타이틀을 얻게 됐다.

1998년 출범한 WKBL에서 리그 최단신이 최고 연봉을 받은 건 안혜지가 처음이다. WKBL은 2002년부터 최고 연봉 기록을 집계했는데 ‘바스켓 퀸’으로 불린 정선민(185㎝) 전 신한은행 코치나 역대 최장신 하은주(202㎝)처럼 장신들이 주로 영예를 누려왔기에 의미가 남다르다. 160㎝대 선수로는 김영옥(168㎝)이 2007년 가장 많은 연봉을 받았던 게 유일하나 안혜지처럼 최단신은 아니었다.

남자프로농구(KBL)에서도 서장훈(207㎝), 김주성(205㎝) 등 2m가 넘는 ‘거인’들이 연봉 1위를 차지한 적은 많지만 최단신의 최고 연봉 사례는 없었다.

안혜지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내가 잘해서 (최고 연봉을) 받았다기보다 동료들을 잘 만났고 운도 좋았다”며 “받아도 되나 싶은 부담도 있고, 또 이왕 계약했으니 그만큼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도 든다”는 소감을 밝혔다.

안혜지는 2019~2020시즌 평균 어시스트 7.7개로 2년 연속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단일리그로 치러진 2007~2008시즌 이후 최다기록이다. 전주원 우리은행 코치, 이미선 삼성생명 코치 등 레전드들을 모두 넘어선 수치다.

안혜지는 “이렇게 받게 되리라고는 생각 못 했고, 지금도 그렇다. 어머니도 그렇고 주위에서 (연봉 기사의) 댓글은 보지 말라고 했다. 나도 이 정도라고는 생각 안 한다”면서 “그만큼 역할을 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한다”고 다짐했다.

안혜지(오른쪽)가 최근 2년 동안 리그 최정상급 가드로 성장했고, 올 시즌 창단한 BNK도 선전할 수 있었다. [사진=WKBL 제공]

안혜지가 국가대표팀 주축들과 같은 연봉을 받게 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팬들이 악성 댓글을 달기도 했다. 하지만 안혜지는 “이런 일도 한 번 겪어봐야 돈 무서운 줄 알게 되지 않겠나”라며 “지금은 다음 시즌 3억 원 가치를 할 수 있게 하자는 생각뿐”이라고 의연한 답변을 내놓았다.

어려서부터 키가 작아 안혜지의 어머니는 그가 운동하는 것을 말리셨단다. 그의 급성장은 농구에서 불리한 단신으로서 핸디캡을 메우고자 피나게 노력한 결과다. 

지난 시즌 슛 연습을 하루 900~1000개씩 했고, 3점슛 성공률이 2년 전 11.1%에서 2019~2020시즌 36.2%(3위)로 수직 상승했다. 또 평균 37분 16초 출전하며 부문 1위에 오르고 10.3점 3.2리바운드를 곁들여 공헌도 전체 3위를 차지했다. 휴가 중인 BNK 선수단은 오는 30일 오후 소집한다. 허나 안혜지는 이미 27일 들어와 먼저 훈련을 시작했다.

한편 FA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이들 중 주목 받았던 박혜진, 김정은(이상 우리은행), 심성영(KB스타즈), 한채진(인천 신한은행) 등이 모두 원 소속팀과 계약을 연장했다. 양인영은 용인 삼성생명을 떠나 계약기간 4년 연봉 1억2100만 원에 하나은행으로 이적했다. 삼성생명은 김단비를 보상선수로 데려갔다.

27일 부로 1, 2차 협상기간 발생한 이적에 따른 보상선수 지명이 마무리됐다. 아직 소속팀을 정하지 못한 박하나(삼성생명)와 이수연(하나은행)은 30일까지 원 소속구단과 재협상하고, 결렬될 경우 5월 한 달 동안 타구단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 이 기간에는 보상선수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변수가 있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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