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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개막전 지배한 포항 일류첸코-팔로세비치-팔라시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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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개막전 지배한 포항 일류첸코-팔로세비치-팔라시오스
  • 김준철 명예기자
  • 승인 2020.05.11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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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준철 명예기자] 작년 외국인 선수들 활약 속에 성공적인 시즌을 치른 포항스틸러스(이하 포항). 아직 한 경기를 치른데 불과하지만 올 시즌 외국인 선수 농사도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포항은 10일 포항스틸야드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1 2020 1라운드 부산아이파크(이하 부산)전에서 전반 24분 일류첸코의 선제골과 후반 25분 팔로세비치의 페널티킥 추가골로 2-0 완승을 거뒀다.

전반 24분 선제골을 올린 포항 일류첸코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전반 24분 선제골을 올린 포항 일류첸코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포항은 작년 외국인 선수 덕을 톡톡히 봤다. 전반기 6승 4무 9패로 부진한 포항은 여름 이적 시장에서 일류첸코와 팔로세비치 영입으로 반전을 꾀했고, 이는 적중했다. 이 두 선수는 전방에서 맹활약하며 포항이 후반기 7경기 무패를 포함, 4위까지 반등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포항은 올 시즌 겨울 이적 시장에서도 공격적인 외국인 선수 영입으로 관심을 모았다. 지난 시즌 리그 최고의 크랙으로 꼽혔던 완델손이 중동으로 떠났으나 일류첸코와 팔로세비치를 지켜낸데 이어, 총알탄 사나이 팔라시오스와 호주 국가대표 오닐을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팬들도 일류첸코, 팔로세비치, 팔라시오스, 오닐 네 명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이른바 ‘1588(일오팔팔)’ 라인에 일찍이 기대감을 모았다.

이날 경기에서도 오닐을 제외한 세 명의 선수가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며 화끈한 공격 축구를 예고했다.

하지만 포항은 전반 초반 상대 공세에 주춤했다. 빈치씽코와 호물로, 이동준이 전방에서 위협적인 공격을 이어가자 포항 수비 라인이 다소 흔들렸다. 수비가 불안정하니 미드필더 라인 역시 원활하게 돌아가지 못했다. 최영준과 이승모의 횡 패스와 전진 패스가 연속해서 끊겼고, 포항은 점유율을 뺏긴 채 경기를 풀어갔다.

위기의 순간, 분위기를 바꿔낸 건 바로 포항의 외국인 선수들이었다. 시작은 팔라시오스의 스피드였다. 작년 1·2부를 통틀어 최고 순간 스피드 시속 35.8km/h를 기록했을 만큼 빠른 속력과 피지컬을 이용한 저돌적인 돌파가 강점인 팔라시오스는 윤석영과 경쟁에서 빠른 발을 십분 활용해 우위를 가져갔다. 팔로세비치와 일류첸코도 제 위치에서 상대 수비수와 싸워주며 감각을 끌어올렸다.

포항 공격진에서 맹활약을 펼친 팔로세비치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포항 공격진에서 맹활약을 펼친 팔로세비치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경기 분위기를 바꿔낸 포항은 서서히 공격 지역에서 점유율을 높여갔다. 사실 이날 경기에서 포항 공격 패턴은 단순했다. 우선 팔로세비치가 상대 후방 미드필드 라인과 수비 라인에서 뛰어난 오프 더 볼로 공간을 만들어내면 3선의 이승모와 최영준이 그에게 공을 쉽게 연결해줬다. 이후 송민규와 팔라시오스가 양 측면으로 공간을 벌려 중앙의 일류첸코에게 수비 마킹을 떨어뜨려 놓고, 날카로운 크로스로 일류첸코의 제공권을 활용하는 방식이었다.

어쩌면 단조로워 보일 수도 있는 패턴 플레이였지만, 완성도는 높았다. 부산은 팔라시오스를 막기 위해 2명 이상의 수비수들이 측면으로 빠질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센터백과 윙백 사이의 조직력이 무너졌다. 일류첸코와 팔로세비치는 그 공간을 집요하게 노리며 짜임새 있는 공격을 선보였다.

전반 24분 일류첸코의 선제골 장면도 이의 연장선이었다. 팔라시오스가 라인 깊숙한 곳에서 드리블로 측면 수비수를 벗겨냈고, 그 틈을 타 김용환이 정확한 크로스를 올렸다. 일류첸코가 상대 센터백 사이에 묶였지만 박스 안에서 특유의 유연한 움직임을 보여주며 방향만 돌려놓는 헤딩골을 성공시켰다.

외국인 선수들은 전방 압박에도 부지런했다. 빌드업에 뛰어난 호물로, 김진규, 박종우가 중원에서 공을 잡으면 부산이 원활하게 공격을 펼칠 가능성이 높았는데 일류첸코와 팔로세비치, 팔라시오스는 부산 포백을 강하게 압박하며 1차 저지선 역할을 수행했다. 일류첸코와 팔로세비치가 상대 센터백에게 압박을 가하면 공이 측면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고, 마킹에 강점이 있는 팔라시오스가 빠르게 측면으로 붙어 부산의 전진을 막았다.

또 후반전 팔라시오스 교체 아웃과 심동운 교체 투입으로 팔로세비치의 위치 조정이 있었는데 그는 후반 중반부터 라인을 뒤로 물리며 최영준과 함께 빌드업의 시발점 역할을 맡았다. 갑작스러운 포지션 변화에도 불구하고 그는 정확한 패스로 포항 공격에 일조하는 등 팀플레이에 완벽히 녹아드는 모습이었다. 

세 외국인 선수의 활약과 헌신 덕에 포항은 주도권을 갖고 경기를 풀어갔다. 후반 25분 일류첸코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팔로세비치가 침착하게 성공하며 점수 차를 2점 차로 벌린 포항은 잔여 시간 동안 물샐틈없는 압박과 많은 활동량으로 상대를 지배했다.

개막전 팀 완승을 이끈 일류첸코-팔로세비치-팔라시오스 조합은 앞으로 더 좋은 호흡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이날 벤치를 지켰던 오닐까지 허리 라인에 가세해 ‘1588(일오팔팔)’ 라인을 구축한다면 올 시즌 포항이 선두권 체제를 뒤흔들 다크호스로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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