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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또 묶인 세징야, 깊어가는 대구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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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또 묶인 세징야, 깊어가는 대구의 고민
  • 김준철 명예기자
  • 승인 2020.05.17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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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준철 명예기자] 대구FC(이하 대구) 에이스인 세징야의 발끝이 여전히 잠잠하다. 예상치 못한 세징야의 부진으로 대구 역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구는 16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2라운드 포항스틸러스(이하 포항)전에서 1-1 무승부를 거뒀다. 전반 43분 팔로세비치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후반 23분 에드가의 동점골로 귀중한 승점 1점을 챙겼다.

수비를 뚫고 공격을 시도하는 대구 세징야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수비를 뚫고 공격을 시도하는 대구 세징야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대구는 지난 개막전에서 인천과 0-0 무승부를 거뒀다. 시즌 전부터 전력 이탈로 스쿼드 뎁스가 얇아진 악재가 있었고, 부담스러운 원정 경기였기에 값어치가 큰 승점 1점이었다. 하지만 상대적인 전력 차가 분명 존재했고,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따내기 위해 초반 승점 관리가 절실한 점을 감안하면 대구에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대구가 승리를 따내지 못했던 것에는 여러 원인이 있었다. 그 중 가장 치명적이었던 건 에이스인 세징야가 제대로 된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빠른 역습이 강점인 대구는 세징야의 발끝에서 대부분 공격이 파생되는 팀인데 그가 막히면 속도감 있는 공격이 펼쳐지지 못한다. 지난 경기에서 수비가 좋은 마하지가 끈질기게 괴롭히자 세징야는 경기 내내 답답함을 노출했고, 대구는 빈공에 고전했다.

결국 대구가 살아나기 위해선 이번 경기 세징야의 활약이 절실했다. 세징야의 존재감이 커질수록 그에 대한 집중 견제도 늘었는데, 그가 상대 수비를 뚫고 어떻게 대구 공격을 이끌 것인가가 관건이었다. 

그러나 세징야는 이날 경기서도 상대 집중 수비에 꽁꽁 묶이며 힘을 쓰지 못했다.

세징야는 전반 초반부터 짜임새 있는 상대 수비에 막혔다. 포항 김기동 감독은 경기 전, 맨투맨 형태보다 조직적 수비 라인으로 세징야를 봉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경기에서 단단함을 보여준 포백을 변동 없이 내세웠고 3선에 수비력이 뛰어난 최영준과 오닐을 배치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포항 선수들은 세징야에게 공이 가면 슈팅 공간을 허용하지 않도록 곧바로 압박을 가했고, 세징야는 마킹을 뚫어내지 못하고 쉽게 공을 뺏겼다.

시간이 지날수록 답답함을 노출한 세징야는 포지션을 바꿔 중원으로 내려왔다. 상대 수비 라인을 피해 낮은 위치에서 공격을 풀어간다면 다양한 팀 공격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의중이었다. 하지만 3선에서는 최영준과 오닐의 강한 압박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세징야가 미드필더 라인에서 공을 잡기 전에 한 발 앞서 공을 처리했다. 설령 최영준과 오닐이 세징야를 놓쳤더라도 센터백인 하창래와 김광석이 빠른 판단으로 커버 플레이에 들어가며 그의 공격 방향을 차단했다.

세징야의 포지션 변화는 대구 공격력 강화에도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가 후방에서 공을 받을수록 대구 공격의 시작점 자체가 낮아졌고, 빠르게 역습으로 올라가야 하는 상황에서 그가 상대 압박에 막히자 공격 전개 속도도 느려졌다. 왼쪽 측면에서 김대원이 상대 수비를 흔드는 등 분전해 줬지만 일차적으로 세징야가 공격을 풀어가지 못하니 미드필더 라인과 최전방의 연결 고리가 끊겼고, 대구의 깊이 있는 공격은 불가능했다.

다행히 대구는 후반전 데얀 투입 이후 반전을 만들어냈다. 데얀이 에드가와 함께 전방에서 상대 수비와 부딪히며 동료들에게 공간을 창출했고, 대구 특유의 빠른 패스 플레이가 살아나며 상대를 몰아쳤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세징야는 침묵했다. 물론 90분 내내 포항 수비수들의 집중력 있는 마킹이 이뤄지기도 했지만, 순간적인 움직임으로 집중 견제를 뚫고 빠른 패턴 플레이를 다수 보여줬던 작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또한 전반부터 많은 활동량을 가져갔기에 급격한 체력 저하가 그의 발목을 잡았고, 동료들과 호흡도 매끄럽지 못했다.

게다가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앞선 탓인지 세징야는 공격 찬스에서도 세밀한 공격을 이어가지 못했다. 그는 공간이 나면 슈팅을 시도했는데 이는 모두 부정확했다. 전반 16분 중거리 슛은 임팩트가 정확하지 않았고, 전반 29분 강력한 오른발 슈팅은 강현무 골키퍼 손에 걸렸다. 연속 슈팅이 무위로 돌아가자 그는 자신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자신감을 잃은 모습이었다. 골키퍼와 1대1 찬스에서 동료에게 무리한 패스를 하는 등 득점 찬스에서 마무리 짓지 못하는 모습을 노출했다.

전반 23분 팔로세비치에게 선제골을 허용한 대구는 후반 23분 에드가의 동점골로 귀중한 승점 1점을 따냈지만 지난 경기 문제점으로 꼽힌 세징야 봉쇄에 대한 시원한 답을 찾지 못해 답답함만 더했다.

이제 대구를 상대하는 팀 입장에선 세징야만 막으면 된다는 생각을 가져도 이상하지 않다. 그렇다고 에이스인 세징야를 공격 과정에서 배제시키기도 힘든 상황이다. ‘세징야 딜레마’에 빠진 대구는 세징야를 살리는 동시에, 그가 묶였을 때 공격을 풀어나갈 수 있는 전술적인 ‘플랜 B’를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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