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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실종된 성남의 공격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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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실종된 성남의 공격 축구
  • 김준철 명예기자
  • 승인 2020.05.18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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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스포츠Q(큐) 김준철 명예기자] 개막전에서 화끈한 공격 축구로 올 시즌 쾌조의 출발을 알린 성남FC(이하 성남). 하지만 두 번째 경기 만에 공격 축구가 실종되며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성남은 17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1 2020 2라운드 인천유나이티드FC(이하 인천)전에서 0-0 무승부를 거뒀다. 경기 내내 주도권을 가지고 상대를 몰아쳤지만, 끝내 골문을 여는데 실패했다.

상대 집중 수비에 고전한 성남 양동현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상대 집중 수비에 고전한 성남 양동현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사실 성남은 공격 축구와 거리가 먼 팀이었다. 성남은 지난 시즌 K리그1 내에서 가장 적은 득점인 30득점을 기록할 정도로 매 경기 득점에 애를 먹었다. 다행히 남기일 감독의 실리 축구가 적재적소에 발현되며 잔류에 성공했으나, ‘득점력 부재’라는 꼬리표는 시즌 내내 그들을 따라다녔다.

남기일 감독이 물러나고 올 시즌 지휘봉을 잡은 김남일 감독은 팀 스타일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바로 화끈한 공격 축구를 선언한 것. 지난 시즌 성남의 실리 축구가 잔류에 일등공신이 된 것은 틀림없지만, 보다 공격적인 팀 색깔을 갖추면 잔류를 넘어 그 이상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겨우내 준비도 착실했다. 화려한 스쿼드는 아니지만 베테랑 공격수 양동현을 영입한데 이어, 토미와 이스칸데로프 등 알짜배기 외국인 선수들을 데려와 전방 전력 강화에 성공했다. 또한 동계 훈련 기간 김남일 감독은 유연한 전술 변화를 꾀하며 득점 생산 과정에 각별한 신경을 썼다.

성남의 공격 축구는 개막전부터 불을 뿜었다. 성남은 올 시즌 다크호스로 꼽히는 승격 팀 광주를 상대로 2-0 완승을 거뒀다. 지난 시즌 1또는 0의 득점만 한다 하여 ‘이진법 축구’라는 일각의 비판을 피하지 못했는데, 그 말이 무색할 정도로 좋은 공격을 선보이며 화려한 변신을 알렸다.

따라서 이번 경기에서도 성남이 공격에 많은 힘을 싣고 나올 것은 자명했다. 상대가 전력 차가 많이 나지 않은 인천인데다 지난 경기 대승으로 자신감도 많이 차올랐다. 김남일 감독은 선발 라인업을 직전 경기와 동일하게 구성하며 공격 축구를 예고했다.  

성남은 전반 초반 신중한 탐색전을 깨고 서서히 공격에 힘을 실었다. 임선영과 이스칸데로프 등 미드필더들이 촘촘한 라인을 형성하며 상대 수비를 몰아쳤고, 양측 윙백들도 라인을 올려 오버래핑에 적극 가담하는 등 공격 점유율을 높이며 경기 주도권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득점으로 연결될 수 있는 ‘한 방’이 부족했다. 물론 이날 경기에서 인천의 수비가 탄탄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김남일 감독도 경기 후, “인천이 내려서서 수비를 펼칠 것이라 예상을 했고, 우리가 이에 대비했는데 공격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 인천 수비가 좋았다”며 상대 수비력에 혀를 내둘렀다.

상대 선수와 경합을 펼치는 성남 이스칸데로프
상대 선수와 경합을 펼치는 성남 이스칸데로프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하지만 지난 경기 좋은 공격력을 보여줬던 성남답지 않게 공격 지역에서 인상적인 공격을 보여주지 못한 것을 고려하면 자신들이 준비했던 플레이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은 탓도 있었다.

우선 최전방 공격수 양동현이 경기 내내 묶인 것이 가장 뼈아팠다. 지난 경기에서 멀티골을 터뜨리며 부활을 알린 양동현은 골 결정력에 강점이 있으나, 적지 않은 나이 탓인지 많은 활동량을 기대하기란 어려웠다.

인천 수비수들은 이 점을 집요하게 노렸다. 센터백인 문지환과 김정호, 김연수가 양동현을 사이에 두고 끈질긴 마킹을 가져가자 성남 미드필더들이 전방으로 공을 연결하기란 어려웠다. 그는 90분 내내 상대 수비 견제를 뚫기 위해 후방으로 내려와 공을 받거나 동료 선수와 자리를 바꾸는 등 기회를 잡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이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찬스를 잡지 못했고, 후반 중·후반에는 미드필더 라인이 끊기며 최전방에 고립되는 모습까지 노출했다.   

팀 주포인 양동현이 묶이자 성남은 다양한 전술 변화를 가져갔다. 김남일 감독도 인천이 내려앉을 것을 염두에 두고 많은 전술 패턴을 연습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성남이 준비한 패턴 플레이는 뚜렷하지 않았다. 빠른 측면 크로스나 미드필더 진에서 짧은 패스 플레이 등 공격 과정을 다양하게 늘렸는데도 이것이 오히려 단조로운 플레이로 느껴질 만큼 변화 폭이 크지 않았으며 성남 공격력 강화에도 큰 효과를 미치지 못했다.   

또한 교체 카드 실패와 세밀하지 못한 공격 작업도 성남의 빈공을 심화시켰다. 김남일 감독은 경기가 풀리지 않자 후반전에 홍시후와 윤용호, 최오백을 차례로 투입했는데, 윤용호가 후반 중반 성남 중원에 활기를 잠깐 더했을 뿐 세 선수 모두 답답하게 막혀있던 흐름을 풀지 못했다. 급해진 성남은 후반 막바지 수비 라인을 급격히 끌어올리며 맹공을 펼쳤지만, 마지막 패스와 크로스 정확도가 크게 떨어졌다. 결국 성남은 경기 내내 주도권을 잡고도 ‘한 방’이 있는 공격 축구를 보여주지 못했고 홈에서 승점 1점을 추가하는데 그쳤다. 

아직 시즌은 많이 남았다. 하지만 올 시즌 공언한 공격 축구 속에서 빈공이 이어진다면 다시 팀 방향성을 잡아야 하고, 그만큼 순위를 끌어올리는데 많은 시간이 들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잔류를 넘어 스플릿 A를 노리는 성남이 목표 도전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선 실종된 공격 축구를 빠르게 찾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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