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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리얼돌-전북 심판매수 동급 징계, 의아한 이유 [SQ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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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리얼돌-전북 심판매수 동급 징계, 의아한 이유 [SQ초점]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5.22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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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K리그1(프로축구 1부) FC서울이 ‘리얼돌(real doll·여성 신체를 본뜬 성인용품)’ 마네킹 사안으로 한국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제재금 1억 원 부과라는 중징계를 받게 됐다. 지난 2016년 심판 매수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전북 현대와 같은 액수라 의문부호가 붙는다.

프로축구연맹은 지난 20일 상벌위원회를 개최, 서울이 광주FC와 홈경기(17일)에서 성인용품으로 사용되는 인형(리얼돌)을 관중석에 비치해 물의를 일으킨 사안에 제재금 1억 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더불어 인사위원회를 열고 처음 해당 업체 연락을 받아 서울 구단에 인계했던 연맹 직원에게도 감봉 3개월 처분을 내렸다.

상벌위는 “비록 서울이 고의로 리얼돌을 설치한 게 아니고 이를 제공한 업체와 대가관계를 맺은 바도 없다고는 하나”라고 운을 뗀 뒤 몇 가지 이유를 들었다.

리얼돌 사태로 물의를 일으킨 FC서울이 한국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다. [사진=연합뉴스]

▲실무자들이 업체와 사전 협의 과정에서 마네킹이라고 소개받은 물건이 사실 리얼돌임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업체 관계자 말만 믿고 별다른 의심 없이 단순한 마네킹으로 여겨 이를 제공받은 점 ▲마네킹 중 대다수가 여성을 형상화했고 외양도 특이해 상식과 경험에 따르더라도 일반적인 마네킹이 아니라는 점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던 점 ▲경기 당일 오후 12시경부터 이미 리얼돌 설치가 완료돼 오후 7시 킥오프까지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음에도 이를 확인, 사전에 철거하지 않았던 점

연맹은 위 3가지 사항을 들어 FC서울이 매우 중대한 업무 처리 과실을 범했다고 판단했다.

또 리얼돌을 바라보는 사회적 관점에서도 사안의 중대성에 통감했다. “이미 지난해부터 (리얼돌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고, 성 상품화 매개체가 되고 있으며 여성을 도구화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성을 해한다는 등 많은 비판과 국민적 우려가 있었던 상황”이라며 “국민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함께 호흡해야 할 프로스포츠 구단이 리얼돌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이를 경기장에 버젓이 전시한 것은 K리그 구단으로서는 결코 해서는 안 될 행위”라고 봤다.

상벌위는 서울이 이 같은 사태를 야기해 K리그의 명예를 심각하게 실추했다고 판단해 징계 수준을 결정했다. 특히 리얼돌로 인해 야기된 이번 사태가 “그 동안 K리그에 많은 성원을 보내줬던 여성 팬들과 가족 단위 팬들에게 큰 모욕감과 상처를 줬으며,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하고 향후 유사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무거운 징계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대행사 라페스타를 통해 유벤투스 방한 이벤트를 추진했다가 이른바 ‘호날두 노쇼’ 사건으로 축구 팬들에 큰 실망을 안겼던 지난해 사건과 결이 같다. 당시에도 검증되지 않은 업체와 협업하다 K리그의 명예를 실추시켰는데, 이번에도 같은 꼴이다.

FC서울에 부과한 제재금이 지난 2016년 심판 매수 사건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던 전북 현대 건과 같아 또 다른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연맹은 4년 전 전북 징계 당시 “전북은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팀이기 때문에 그만큼 훼손한 한국 축구 위신이 더 크다.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는 여론을 충분히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도 “K리그 명예 실추, 성에 대한 인지가 부족했다는 점에서 사안의 중대성과 심각성을 고려했다”고 부연했는데 팬들 사이에서 비판이 쏟아진다.

스포츠 업계 최악의 범죄로 꼽히는 승부 조작과 같은 수준의 징벌이 말이 되느냐는 반문이다. 이번 리얼돌 이슈가 사회적으로 끼칠 영향에 대해 숙고해 내린 결정이라고는 하나 한편으로 연맹이 심판 매수 및 승부 조작 건의 심각성을 간과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따를 수밖에 없다.

상당수 팬들은 리얼돌 사태가 영국 BBC, 미국 ESPN 등 주요 외신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려진 것만큼이나 연맹이 심판 매수와 리얼돌 사태에 같은 수준의 징계를 내린 게 더 K리그 격을 떨어뜨리는 것 아니냐며 꼬집는다. 

한편 연맹은 서울 구단 역시 피해자로 보고 있다. 마네킹 제작 업체 달콤 측에서 ‘노이즈 마케팅’을 위해 구단을 속인 게 아니냐는 시선이다. 서울은 마포경찰서에 업체를 사기와 업무방해 등으로 고소했고, 향후 민사 소송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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