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Q(큐) 김준철 명예기자] 날카로운 공격이 불을 뿜고, 매번 약점으로 지적됐던 수비가 안정되자 수원삼성블루윙즈(이하 수원)의 달콤한 첫 승이 따라왔다.

수원은 지난 2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1 2020 3라운드 인천유나이티드FC(이하 인천)전에서 1-0으로 승리했다. 후반 14분 염기훈의 페널티킥 득점으로 일찌감치 앞서나갔고, 후반 막판 상대 공세를 잘 막아내며 리그 개막 3경기 만에 승점을 따냈다.

이전까지 수원 상황은 좋지 않았다.

코로나19 여파로 뒤늦게 개막한 리그에서 현대가(家) 두 팀인 전북현대모터스(이하 전북)와 울산현대축구단(이하 울산)에 2연패를 당했다. AFC 챔피언스리그 비셀 고베 전 0-1 패배, 조호르 전 1-2 패배를 생각하면 올해 공식 경기에서만 4연패를 당한 셈이다.

그래도 앞선 리그 2경기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다.

승점 3점이라는 결과를 잡지 못해서 아쉬움이 컸지만, 그 목표로 향하는 과정 자체는 인상적이었다. 특히 공격만큼은 강팀을 상대로 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다만 매번 무너지는 수비가 약점으로 꼽혔다. 경기를 잘 풀어가고도 후반전만 되면 급속도로 수비 조직력이 무너지며 다 잡은 경기를 놓쳤다. 전북과 개막전에서는 후반 종료 직전 이동국에게 결승골을 내줬고, 울산 전에서는 2골을 먼저 넣고도 후반전 수비 실수가 겹치며 3골을 내리 먹혔다.   

분위기 반전이 절실한 수원 입장에서 더 이상 물러날 곳은 없었다. 시즌 초반 반등을 위해서는 반드시 승점 3점이 필요했는데 그들의 강점인 공격을 극대화하고, 약점인 불안한 수비를 안정시키는 것이 이번 승부의 관건이었다. 

# 수원 ‘맹공’ 이끈 미드필더 염기훈 + 타가트-크르피치 투톱

수원 이임생 감독은 이날 선발 라인업에 변화를 줬다. 그는 지난 2경기에서 타가트-염기훈, 크르피치-염기훈 투톱 조합을 실험했는데 결과는 효과적이지 못했다. 선수 개개인의 공격은 좋았으나 공격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고 선수들 간 호흡 부분에서도 잡음을 냈다. 변화가 필요했던 수원은 외국인 선수 타가트와 크르피치를 투톱으로 세웠고, 공격수로 나섰던 염기훈을 다시 미드필더로 내리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는 적중했다. 우선 염기훈이 미드필더로 내려오자 중원에서 공이 돌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강점인 볼 키핑과 탈 압박을 통해 중원 압박을 뚫어냈고, 상대 수비 배후로 침투하는 양측 윙백에게 정확한 패스를 넣어주며 빠른 공격 스피드를 살렸다. 염기훈이 공격 시발점 역할을 담당하니 박상혁과 고승범은 빌드업 부담을 덜고 왕성한 활동량으로 상대 중원을 지배했다.  

상대 중원을 잠식한 수원은 경기 초반부터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주도권을 쉽게 가져갔다. 문제는 인천의 후방 파이브백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했다. 인천은 지난 2경기에서 강한 수비 조직력을 바탕으로 전원 수비에 나서며 무실점을 기록했다. 수원 미드필더들이 타가트와 크르피치가 버티는 전방까지 공을 연결하지 못한다면 인천 수비 라인은 쉽게 그 두 선수를 견제할 수 있고, 수원은 답답한 흐름 안에서 경기를 펼칠 가능성이 높았다.

그 순간 타가트와 크르피치의 역할 분담이 이뤄졌다. 187cm 장신 공격수 크르피치가 제공권을 이용해 상대 센터백들을 묶고, 연계에 장점이 있는 타가트가 내려와 2선 미드필더와 패스를 주고받자 인천 수비 라인이 깨졌다. 수원 공격수들은 상대 수비가 헐거워진 틈을 타 패턴 플레이로 슈팅 찬스를 잡았다. 또한 측면의 빈 공간을 활용해 윙백들이 얼리 크로스로 크르피치 제공권을 노리는 공격도 다수 나왔다.

몇 차례 슈팅으로 예열을 마친 타가트와 크르피치는 점차 상대를 몰아쳤고, 전반 중반으로 넘어가면서부터는 전방 압박까지 힘쓰는 모습이었다. 후반 14분 염기훈의 페널티킥 선제골도 이의 연장선이었다. 명준재 크로스 이후 김민우가 박스 안에서 잘 버티며 페널티킥을 유도했지만, 앞서 타가트와 크르피치가 부지런히 전방 압박에 나서 상대 실수를 유발한 것이 일차적으로 주효했다.

# 집중력 높인 수비, 막판 상대 공세 이겨냈다

이른 시간 선제골로 리드를 잡았음에도 수원 마음 한 편에는 불안감이 남아있었다. 경기를 잘 치르고도 수비 집중력 부재에 다 잡은 경기를 놓친 경기가 부지기수였기 때문이다. 지난 전북 전과 울산 전도 마찬가지였다. 전북의 ‘닥공’을 잘 막았으나 후반 막판 세트피스 상황에서 선수를 놓치면서 통한의 실점을 허용했고, 울산을 상대로 2골을 먼저 넣고도 노동건 골키퍼와 이종성의 실수로 역전패를 당했다. 

물론 인천이 전북과 울산에 비하면 다소 공격력이 약한 팀이란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인천도 나름대로 공격에 힘을 싣고 나왔다. 강력한 피지컬과 정확한 결정력이 강점인 무고사-케힌데 투톱이 선발 출격하며 수원 골문을 노렸다. 또한 매 경기 비슷한 실점 패턴의 반복으로 수원 수비수들의 멘탈적인 부분이 흔들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컸다.

우려와 달리 수원은 이날 경기에서 집중력 있는 수비를 보여주며 무실점 승리를 챙겼다. 포지션 상, 케힌데-무고사와 맞붙은 헨리가 단 한 차례도 밀리지 않으며 경쟁에서 우위를 가져갔고, 시즌 첫 출전인 민상기도 헨리를 도와 안정적인 수비를 선보였다. 직전 경기에서 치명적인 실수로 비판을 피하지 못했던 이종성은 한 주 만에 향상된 기량을 보여줬다. 군더더기 없는 커팅과 후방에서 전방으로 찔러주는 날카로운 패스로 수비진에 힘을 더했다. 

이임생 감독의 교체 카드 활용도 인천 임완섭 감독과 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뒀다. 수원이 선제골을 넣자 인천은 공격 자원을 대거 투입해 라인을 풀고 공격으로 올라왔는데 이임생 감독은 이를 역이용했다. 발이 빠른 임상협과 유주안을 차례로 투입하며 상대 배후를 노렸다. 두 선수는 상대 수비의 공을 끊어 빠르게 측면 돌파를 시행했고, 이는 오히려 수원이 공격 지역에서 점유율을 올리면서 상대 공격을 지연시키는 효과를 봤다.

경기 막판 급해진 인천은 모든 선수들이 하프 라인 위로 올라와 맹공을 펼쳤다. 상대의 전원 공격에 흔들릴 수도 있는 상황에서 수원 수비수들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위기의 순간에서 빠른 판단으로 먼저 공을 걷어내는가 하면, 슈팅 시에는 몸을 아끼지 않는 허슬 플레이로 무실점에 대한 집념을 보여주며 1-0 승리를 지켜냈다.

생동감 넘치는 공격이 살아났고 불안한 수비가 안정감을 찾은 결과, 수원은 올 시즌 공식전 4연패를 끊는 첫 승리의 감격을 누렸다.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수원은 이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수를 밸런스를 앞세워 리그 중·상위권 반등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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