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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업 설움 아는 민병헌 투혼, 허슬두 깨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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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업 설움 아는 민병헌 투혼, 허슬두 깨우다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5.12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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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부상 이후에도 대타-선발 출장 가리지 않아…"벤치에 앉아있기 힘들다"

[스포츠Q 이세영 기자] 두산 외야수 민병헌(28)은 투혼으로 똘똘 뭉친 선수다. 악바리가 없는 선수가 어디 있겠느냐마는 민병헌은 남들이 보기에 과하다 싶을 정도로 투지를 발휘한다. 웬만한 부상은 민병헌에게 부상도 아니다.

지난해 2년 연속 3할 타율 및 커리어 하이를 달성한 민병헌은 올 시즌 자신을 또 한 번 넘으며 순항 중이다. 타율 0.357에 7홈런 25타점. 펀치력 좋은 1번 타자로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홈런만해도 벌써 지난해(12개)의 절반을 넘었다.

하지만 그렇게 잘 나가던 민병헌에게 아찔한 순간이 왔다. 지난 7일 잠실 LG전에서 봉중근의 견제구에 오른 손등이 맞아 부어오른 것. 당장 방망이를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부상이었다. 그래도 민병헌은 다시 배팅 장갑을 끼웠다. 이튿날 간단한 치료만 받고 다시 타격 훈련에 들어갔다.

▲ 민병헌이 부상 중에도 투혼을 발휘하며 두산 타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 5일 KBO리그 LG전에서 홈런을 친 뒤 홈으로 들어오고 있는 민병헌. [사진=스포츠Q DB]

민병헌이 투혼을 발휘하자 두산 타자들도 각성하기 시작했다. 8일 한화와 3연전 첫 경기는 내줬지만 주말 두 경기를 모두 잡으면서 위닝시리즈를 달성했다. 지난주 6연전을 4승 2패로 마치며 선두 삼성을 더욱 압박한 두산이다. 민병헌의 투지가 팀 분위기를 다잡는 촉매재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 손등 부상에도 출장 강행한 이유는

민병헌이 부상에도 출전을 강행하려 하는 이유는 그간 백업으로서 오랫동안 경기를 뛰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컨디션이 나쁘지 않아도 확고한 주전이 있으면 그라운드를 밟을 수 없다는 설움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방망이 실력을 인정받기 전 김현수, 임재철, 이종욱에 밀려 주로 대주자로 출전한 민병헌은 임재철과 이종욱이 트레이드된 후부터 주전 자리를 꿰찼다.

부상당한 다음날 한화전. 손등이 심하게 부어올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지만 민병헌은 기어코 대타로 타석에 등장했다. 두산이 5-7로 추격한 7회말 1사 주자 2루에서 타석에 선 뒤 찬스를 잇는 우전 안타를 때렸다. 이튿날부터는 곧바로 선발 출장했다. 9일 경기에서는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지만 10일 5타수 2안타(1홈런) 2타점을 기록하며 본 궤도로 진입했다.

당시 만난 민병헌은 “손이 많이 부어올랐다. 정말 아프다”면서도 “벤치에 앉아 있기 힘들다. 다른 선수들이 안타치는 것을 보면 부럽다. 어제도 4회도 몸을 풀었다”고 못 말리는 투혼을 보였다.

부상 중에도 출전을 강행하려 하는 제자를 본 김태형 감독의 심정은 어땠을까. 김 감독은 “경기 중에 스윙 연습을 하고 있더라. 승부처라고 생각해서 내보냈는데 잘 해줬다”며 팀을 위해 헌신하는 민병헌의 자세를 칭찬했다.

▲ 민병헌의 투혼은 다른 선수들의 분발도 이끌어내고 있다. 이는 두산 승리의 원동력이다. [사진=스포츠Q DB]

◆ 곰 군단에 이식된 민병헌의 투혼

민병헌의 투혼이 두산 선수들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야수들의 실력차가 적은 두산은 백업 선수층이 두꺼워 대체 자원이 많은 편이다. 물론 민병헌이 팀을 위한 마음도 갖고 있지만 ‘여기서 자리를 지키지 못하면 다른 선수에게 뺏길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깔려있기에 부상에도 개의치 않았다. 실제로 민병헌은 9일 안타를 때리지 못한 뒤 잠실구장에 홀로 남아 특타를 진행했다.

이에 두산의 다른 주전 선수들도 다같이 최선을 다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삼진을 당할 때는 진심으로 아쉬워하고 공을 때린 뒤에는 악착같이 1루로 뛰어간다. 투수와 상대할 때는 눈빛부터 다르다.

김태형 감독은 “홍성흔의 타격 밸런스가 좋아지고 있고 김재환도 1루수로서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다. 선수들의 컨디션이 전체적으로 올라오는 것 같다”고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다.

팀의 첫 번째 타자인 민병헌으로 시작해 다른 선수들까지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허슬두’로 그라운드를 수놓고 있다. 민병헌을 중심으로 상위권에서 더 강해지고 있는 두산의 행보가 흥미롭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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