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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 더비' 지배한 박주영, FA컵이 갖는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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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 더비' 지배한 박주영, FA컵이 갖는 의미는?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7.16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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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관록의 베테랑 공격수 박주영(35·FC서울)이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서울과 대전하나시티즌의 ‘황선홍 더비’를 들었다 놓았다.

박주영은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2(2부) 대전과 2020 하나은행 대한축구협회(FA)컵 16강전에 후반 교체 투입됐다. 

전반 대전 바이오에 프리킥 골을 내줘 0-1로 뒤진 상황에 투입돼 페널티킥을 실축했지만 인플레이 상황에서 동점골을 만든 뒤 승부차기에서 마지막 키커로 나서 승리를 결정지었다. 최근 부진한 서울이 앞으로 나아갈 동력을 얻은 경기였다.

박주영(오른쪽)이 '황선홍 더비'를 지배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서울은 이른 시간대 실점 후 줄곧 경기를 주도했지만 쉽사리 골을 만들지 못했다. 후반 30분 조영욱이 페널티박스 안에서 반칙을 얻어내며 가장 결정적인 기회를 맞았다.

예상대로 박주영이 키커로 나섰다. 하지만 박주영이 공에 오른발을 대는 순간 디딤발이 미끄러졌고, 그는 넘어지고 말았다. 공은 골문을 크게 벗어나 허공에 떴다. 마치 데이비드 베컴(은퇴·잉글랜드)이 2003년 유로 2004 지역예선 터키전에서 만든 페널티킥을 실축을 연상시켰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용수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페널티킥에서 그런 실수가 나올 줄 상상도 못 했다. 그라운드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이해가 되지 않는 슛이었다”고 표현할 만큼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패색이 짙어진 서울을 구한 것 또한 박주영이었다. 후반 36분 왼쪽에서 고광민의 크로스가 올라오자 껑충 뛰어올라 머리를 갖다 대 골망을 출렁였다.

하지만 서울은 후반 종료 직전 센터백 김남춘이 퇴장 당하면서 다시 수세에 몰렸다. 서울은 수적 열세를 안고 연장 30분을 더 소화했고, 실점 없이 버텨낸 뒤 승부차기에서 승부를 뒤집었다.

대전 네 번째 키커 황재훈의 슛이 골포스트에 맞고 나왔다. 서울이 3-2로 앞선 상황에서 박주영이 마지막 키커로 나섰고, 이번엔 실수 없이 침착하게 차 넣었다. 박주영이 어김없이 승부사 기질을 뽐냈다. 과거 서울에서 함께할 당시 불화설이 있던 황선홍 감독과 맞대결에서 직접 승부를 결정지었다.

박주영(왼쪽 첫 번째)은 동점골과 승부차기 킥 성공으로 페널티킥 실축을 만회했다. [사진=연합뉴스]

박주영은 2018시즌 황선홍 감독과 그 바통을 이어받은 이을용 감독대행 체제에서 경기에 거의 나서지 못했고, R(리저브)리그 경기를 뛰는 등 외면 받았다. 하지만 최용수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경기에 나서기 시작해 진가를 발휘하며 서울을 강등 위기에서 건져냈다. 지난 시즌에는 10골 7도움을 적립하며 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복귀를 견인했다.

박주영은 “후반전 페널티킥 때는 강하게 차다 미끄러졌다. 마지막에는 넣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면서 “(승부차기 킥을 성공했을 때) 동료들이 ‘죽다 살았네’라고 얘기해줘 더 기쁜 마음이었다”며 미소지었다.

서울은 올해 리그에서 극도의 부진에 빠졌다. 3승 1무 7패(승점 10)에 그치며 10위에 처져있다. 승강 플레이오프(PO)까지 치러야 했던 2018시즌을 떠올리게 하는 행보다. FA컵 8강 대진표에 이름을 올린 건 분위기 전환 계기가 될 수 있다. 또 FA컵에서 우승할 경우 ACL 진출이 가능해 동기 부여 면에서도 고무적이다.

박주영은 “FA컵도 ACL 티켓이 걸린 중요한 대회”라며 “반등의 좋은 기회라 생각했고, 선수들의 의욕 덕분에 결과를 가져왔다”고 의미 부여했다.

한편 FA컵 최다 우승팀(5회)이자 ‘디펜딩챔프’ 수원 삼성도 연장 승부 끝에 타가트의 결승골을 앞세워 제주 유나이티드를 꺾었다. 성남FC도 대구FC와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이겼다. 

이밖에 부산 아이파크는 수원FC를 1-0, 울산 현대는 K3리그 경주한수원을 2-0으로 제압했다. 포항 스틸러스와 전북 현대는 나란히 연장 접전 끝에 상주 상무, 전남 드래곤즈를 3-2로 물리치고 8강에 합류했다. FA컵 8강전은 오는 29일 치러지며 대진 추첨은 21일 오후 1시 축구회관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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