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레알 마드리드가 3년 만에 스페인 라리가 왕좌를 되찾았다. 레알의 전성기를 이끈 지네딘 지단 감독이 풀 시즌을 지휘하자마자 우승 트로피라는 결과로 답했다. 물론 라이벌 바르셀로나가 자멸한 측면도 배제할 수는 없다. 

레알은 17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 경기장에서 열린 2019~2020 라리가 37라운드 비야레알과 홈경기에서 카림 벤제마의 멀티골을 앞세워 2-1로 이겼다.

26승 8무 3패(승점 86)를 기록한 레알은 시즌 종료 한 경기를 남겨놓고 2위 바르셀로나(24승 7무 6패·승점 79)와 승점 차를 7로 벌리며 우승을 확정했다. 같은 날 오사수나에 진 바르셀로나의 3연패를 저지하는 데 성공하며 통산 34번째 리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벤제마가 전반 29분 선제골에 이어 후반 32분 페널티킥으로 추가골을 만들며 지난 시즌(21골)에 이어 두 시즌 연속 20골(21골) 고지를 돌파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가 레알을 떠난 뒤 처음 들어 올린 리그 트로피라 더 값지다.

레알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리그가 중단됐다가 재개된 뒤 저력을 발휘했다. 강제로 맞은 휴식기 동안 에당 아자르, 티보 쿠르투아, 마르코 아센시오, 마르셀로 등 주요 자원이 부상에서 복귀했고, 레알은 일정이 다시 시작된 뒤 10전 전승을 기록했다.

재개 전 레알(승점 56)은 선두 바르셀로나(승점 58)에 승점 2 뒤진 2위였다. 레알이 10연승을 구가할 동안 바르셀로나는 6승 3무 1패로 미끄러졌다. 레알이 리그 중단 전 컵 대회 포함 7경기 2승 1무 4패로 부진했던 것과 비교하면 극적인 반전이다.

바르셀로나 역시 패배가 많진 않았지만 상대적으로 무승부가 잦았다. 최근 리오넬 메시 등 주축과 키케 세티엔 감독 등 코칭스태프 사이에 불화설이 나왔다. 아르투르 멜루, 앙투안 그리즈만 활용법에 의문부호가 붙기도 했다. 경기 외적으로도 흔들렸고, 스스로 무너졌다.

바르셀로나 주장 메시는 오사수나전 패배 뒤 “이런 결과는 바라지도 상상하지도 않았다”면서 “결국 우리가 만든 결과다. 우리는 꾸준하지 못했다. 강하지 않았고 동기부여도 부족했다”며 일갈했다. 메시는 이날 후반 프리킥 동점골을 만들었지만 패배까진 막지 못했다. 올 시즌 리그 22골 20도움을 생산하며 라리가 최초 20-20을 달성한 그는 3시즌 연속 득점왕과 도움왕을 모두 휩쓸 공산이 크다. 

코파 델 레이(국왕컵)에서도 탈락한 바르셀로나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정상에 서지 못할 경우 2007~2008시즌 이후 처음 ‘무관’으로 시즌을 마친다. 다음달 9일 나폴리(이탈리아)와 16강 2차전 홈경기를 치른다. 1차전 방문경기에선 1-1로 비겼다.

‘우승 청부사’ 지단 감독은 이력에 또 하나의 우승을 추가했다.

지단 감독은 지난 2016년 1월 레알 지휘봉을 잡은 뒤 2년 반 동안 UCL 3연패, 라리가 우승 1회,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우승 2회, UEFA 슈퍼컵 우승 2회, 스페인 슈퍼컵 우승 1회 등 화려한 족적을 남긴 뒤 2018년 5월 박수받으며 떠났다.

하지만 레알의 부진이 이어지던 지난해 3월 친정에 복귀했고, 다시 팀을 정상에 올리며 레알의 자존심을 살린 것은 물론 우승 청부사 면모를 뽐냈다. 전임 사령탑 체제에서 늘 문제가 됐던 선수단 장악 면에서 능력을 십분 발휘했다. 지단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엄청난 일을 해냈다. 선수들이 자랑스럽다”며 기뻐했다.  

레알은 이제 UCL 우승에 도전한다. 내달 8일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와 16강 2차전 원정경기에서 역전을 노린다. 1차전 홈경기에선 1-2 역전패를 당해 최소 2골 이상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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