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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잡알 기고④] 은퇴선수 취업지원 프로그램의 치명적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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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잡알 기고④] 은퇴선수 취업지원 프로그램의 치명적 문제점
  • 스포츠잡알리오
  • 승인 2020.07.20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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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잡알리오 김선홍 대표이사] 대한체육회는 2009년부터 체육인의 인생 2막을 돕는다는 목적으로 은퇴선수 일자리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원 대상은 선수 경력 3년 이상, 만 20세 이상 은퇴선다. 교육비 지원, 멘토링 특강, 취업 상담 등으로 구성돼 있다. 

취지는 훌륭하지만 프로그램 운영의 전문성에 짙은 아쉬움을 느껴 몇 자 적는다. 

몇 년 전, 한 은퇴선수 출신이 필자에게 찾아와 하소연을 했다.

"얼마 전 센터에 찾아가 선수 트레이너 직업 관련해 상담을 진행했는데 도움을 받기 보다는 오히려 제가 더 알려주고 왔습니다. 그 자리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필기까지 하더라고요." 

은퇴선수 지원사업 홍보 중인 대한체육회 소속 직원들. [사진=연합뉴스]

 

센터가 신뢰성을 잃어버린 순간 아닐까. 구원의 손길을 갈망했던 은퇴선수는 "실망감을 느꼈다"며 "다시는 그곳에 찾아갈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이 최근 들어 스포츠산업 일자리 관련 프로그램을 '무료'로 진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려 기업이 구성한 상담과 자기소개서 커리큘럼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구매자들이 공공기관의 전문성과 정보력이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즉, 현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품는다는 것이다. 

은퇴선수 취업지원 프로그램은 선수 출신이라는 배경과 체육계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수반돼야 한다. 또한 스포츠산업은 취업에 상당한 정보력이 요구되는 분야다. 

그렇다면 왜 진로지원 프로그램은 전문성과 정보력을 확보하지 못한 것일까. 

우선, 조직문화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제도를 갖췄으니 알아서 잘 돌아갈 것이라는 안일함이다. 일자리 관련 사업은 탁상행정으로는 절대 안 된다. 끊임없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상담사 대다수가 체육 전공자가 아닌데다 스포츠산업에서 일한 경험, 일하려 준비한 경험도 없는 분들인 게 현실이다.  

실제로 국민체육진흥공단(KSPO) 일자리센터의 상담사가 "체육계는 다른 분야에 비해 특수성이 강해 이해하는데 꽤 어려움을 겪었다"고 고충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이는 스포츠쪽에 연관이 없는 상담사가 단순히 상담 기법만으로 스포츠일자리를 논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직업상담사 2급 자격증 시험 난이도가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자격 조건 또한 까다롭지 않은 것도 이유가 될 수 있겠다. 

대한체육회가 프로그램을 외부 기관에 맡기는 것도 큰 문제다. 운영 조직이 2년에 한 번 꼴로 교체되는데 바뀔 때마다 전문성을 상실하기 마련이다. 일반 상담원이 스포츠 분야에 적응했다 싶으면 계약이 만료되는 꼴이다.

또 상담원이라는 직업이 양질의 일자리라 볼 수 없어 상담원들이 한곳에 오래 있지 못한다는 특성도 한 몫 한다고 본다. 

은퇴선수 취업지원 프로그램. [사진=체육인 진로지원 통합센터 홈페이지 캡처]

 

연속성이 떨어지면 전문성도 떨어진다. 네트워킹은 어불성설이다. 상담원들이 겪는 고충 중 가장 큰 게 업계 네트워크다. 특강이나 멘토링 섭외가 쉽지 않다. 결국 양질의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한계를 느낀다. 정보력도 떨어지게 된다.

이는 결국 도움이 절실한 은퇴선수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 운동선수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게 네트워킹과 정보력이다. 이는 결코 혼자 힘으로 해낼 수 없다. 중요한 시기에 시야를 넓히지 못하고, 방향성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위탁기관들은 대개 스포츠취업 전문이 아니기 때문에 업계 현황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렇다고 2년에 한 번 입찰을 통한 재계약하는 구조를 공공기관 특성상 바꿀 수는 없을 터다. 정규직 담당 실무자들도 순환보직으로 자리를 이동해 연속성은 더욱 하락한다. 

은퇴선수들이 일자리센터의 도움을 받고 싶은 가장 큰 이유가 취업 기회라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현 제도 속에서는 성과를 내기 힘들다는 게 필자의 견해다. 

프로그램이 닻을 올린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은퇴선수 재사회화가 너무 더디다. 이렇게 변화가 없다면 확실한 개혁, 혁신이 필요하다 본다. 행정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네트위킹과 정보력을 가진 전문가가 필요하다. 사무실에 앉아 상담하는 것만으로는 도움을 줄 수 없다. 실무자들을 만나 두루 정보를 얻고 연락망을 촘촘히 다져 수혜를 누릴 은퇴선수를 늘려야 한다.

믿음을 심어주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만 잃는 건 한순간이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전문성만 갖추면 이 프로그램은 우수한 스포츠산업 인재를 양성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체계 확립을 위한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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