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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현장Q] 공부하는 학생선수, 인식 전환이 우선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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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현장Q] 공부하는 학생선수, 인식 전환이 우선돼야
  • 신석주 기자
  • 승인 2014.03.26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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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체육진흥법 시행 1년, 학생선수의 변화와 앞으로의 대책

[300자 Tip!] 2013년 2월 학생선수들의 학습권 보장을 골자로 학교체육진흥법이 시행된 이후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학교체육진흥법은 학생선수 학습권 보장 및 최저학력제 도입, 학기 중 상시 합숙훈련 근절 등 선수의 경기력 차원보다 학생이라는 신분을 고려한 정책방안들을 담고 있다. 이 때문에 학원체육의 발전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지만 좀 더 구체적인 방안들이 제시돼야 한다는 의견도 서서히 나오고 있다. 법률 시행 1년 동안 나타난 학교체육진흥법의 문제점과 학생선수들의 현 상황, 그리고 앞으로의 대책을 정리했다.

[스포츠Q 신석주 기자] ‘공부하는 학생선수’를 만들기 위해 2013년 2월 학교체육진행법이 시행됐다. 이를 통해 학생선수들은 학습권을 보장받았고 합숙훈련도 사라지는 등 많은 변화를 겪었다.

다양한 정책방안들이 제시되면서 학생선수들에게 이로운 점도 많았지만 운동에만 전념하던 이들이 공부까지 해야 하는 변화가 달갑지만은 않아 보인다.

한국체육협회는 지난 21일 중앙대 법학관 대강당에서 ‘학교체육진흥법 시행에 따른 학교체육활동의 변화와 과제’라는 주제를 놓고 논의를 펼쳤다.

▲ 전병관 한국체육학회장은 "이 토론을 통해 학교체육의 안정화를 위한 중요한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사진=한국체육학회 제공]

이 세미나에서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체육진흥법에 나타난 문제점을 생각하고 앞으로의 대책에 관해 토론했다. 일선 학교에서 직접 학생선수를 지도하는 교사를 통해 현재 학생선수들의 생각을 전해 듣는 뜻깊은 시간도 이어졌다.

◆ 학생보다 선수가 어울리는 아이들

체육진흥법이 시행되면서 가장 큰 변화를 겪은 것은 학생선수들이다. 학생들은 왜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지 아직 인식이 부족하다. 학생선수들의 가장 큰 목표는 열심히 운동해서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다.

이들은 학생이기보다 ‘선수’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공부가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떨어진다.

학생선수들은 그동안 새벽, 오후, 야간 훈련을 했고 오전에만 수업을 들었다. 이는 그들이 습관처럼 반복했던 일상이었다. 이를 단번에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많은 시간을 훈련에 전념하다 보니 피로감이 느껴져 수업시간에는 잠을 자는 악순환이 반복됐고 교사들도 이를 묵인하면서 형성된 환경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이다.

비인기 종목의 경우 학교 내에서 훈련을 진행하기 어려워 훈련장소로 공공시설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담당 직원들이 퇴근하기 전에 훈련하기 위해 오후에 진행될 수밖에 없는 상황도 발생한다.

이처럼 그동안 학생선수들은 운동을 전부로 생각하고 살아왔기 때문에 다른 삶을 받아들이기가 조금은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 학생선수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2013년 2월 학교체육진흥법이 시행됐다. 이후 학생선수들은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고교야구 60번째 팀으로 탄생한 파주 율곡고 선수들의 훈련 모습. [사진=스포츠Q DB]

◆ 최저학력 학생선수, 멘토링이 필요하다

학생선수들은 운동하는 것이 더 익숙하다. 하지만 공부하는 습관을 만들기 위해 책상에 앉았다.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도 학생선수들의 학력 신장에 도움을 주겠다는 방침으로 최저학력제를 도입했고 미달한 학생선수는 60시간 이상 기초학력 수업을 받고 경기 출전을 제한하는 등의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한국스포츠개발원 수석연구원인 이용식 박사는 최저학력제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나타내며 구체적인 방안 제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박사는 “최저학력제 규정은 모든 학생선수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최저학력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학생선수에게 60시간 이상의 기초학력 보장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받은 학생선수는 거의 없다고 이 박사는 강조했다. 우선 학교에서 최저학력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선수를 파악하기 어렵고 간혹 있다 하더라도 경기 출전을 제한하기 쉽지 않다. 또한 최저학력 학생을 위한 특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 박사는 이어 멘토링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좋은 대비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우 학생선수 중 최저학력에 미달한 선수에 대해 멘토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도 모든 학생선수에 대한 학력 증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최저학력에 미달하는 선수만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우선하여 운영할 필요가 있다.”

류춘옥 인일여고 교사는 “학생선수들에게 학습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강조하는 것보다 공부를 병행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시급한 문제다. 선수이기 전에 학생이라는 인식을 강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류 교사는 이어 “나는 운동부 학습 노트나 책 읽기 등을 통해 기본 소양을 갖추게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처럼 학생선수들이 무조건 수업에 따라가게 하는 방법보다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할 시기”라고 덧붙였다.

▲ 이번 세미나에서 학생들에게 운동과 공부를 병행해야 한다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고 선수이기 전에 학생임을 인식시켜 나가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사진은 일찍부터 공부와 운동을 모범적으로 실시해온 송곡여고와 송곡여중 필드하키팀의 연습 장면. [사진=스포츠Q DB]

◆ 유연성 부족한 합숙제도, 부분적인 합숙을 인정하라

학원 체육은 그동안 합숙을 바탕으로 더 많은 훈련을 진행하면서 실력 향상에 집중했다. 하지만 학교체육진흥법이 시행된 이후 합숙훈련을 금지하면서 학원체육에 변화가 찾아왔고 문제점도 거론되고 있다. 합숙훈련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학원 체육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용식 박사는 “합숙은 웬만하면 근절해야 한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해야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여러 지역의 선수들을 모아 팀을 운영하는 현재 실정에서 무조건 합숙 금지는 원거리 통학하는 학생이나 기숙사가 없는 학교에서는 추진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현재 학원 체육은 좋은 선수들을 모으기 위해 여러 지역의 선수들을 데려와 팀을 운영하고 있어 지역의 연고가 없는 학생선수들이 많다. 이들은 합숙하지 않으면 학교생활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다.

이에 이 박사는 “초등학교의 경우 합숙을 전면 금지하는 것이 맞지만 중학교부터는 여러 지역에서 온 학생들을 고려해 원거리 합숙을 허용하면서 철저히 관리하는 방식의 유연성이 필요해 보인다. 이를 위해 독일의 인터낫(기숙사) 제도처럼 학교 밖에 운동부 합숙소를 설치 운영하는 것도 효과적일 것이다”고 주장했다.

◆ 미래에 대한 비전, 학생들의 꿈을 보장하라

학생선수는 현재 14만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중 10% 정도만이 선수로 대학에 진학하고 1%만이 운동을 직업으로 가진다고 한다.

그만큼 학생선수들은 불투명한 미래와 힘든 훈련 등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운동을 떠나는 경우도 발생한다.

더 큰 문제는 학생선수들이 운동을 그만둘 경우 직업 선택의 폭이 매우 좁다는 데 있다. 게다가 새로운 직업을 갖고 싶어도 그 직업에 필요한 절차나 방법 등을 모르기 때문에 선택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학습권 보장과 함께 직업에 대한 대비책 마련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류춘옥 교사는 “학생선수들의 미래에 대한 대비책을 위해서라도 운동 후 다양한 직업군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만나거나 직업 탐방할 기회를 제공하는 진로 탐색 프로그램들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학생선수들을 지도하는 지도자들의 처우개선도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학생선수 중 상당수는 지도자를 꿈꾸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 지도자들의 처우가 상당히 열악한 실정이다.

▲ 토론자들은 학교체육진흥법 시행 1년을 평가하고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진지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 왼쪽부터 김택천(강일고 교사), 류춘옥(인일여고 교사), 신기철(전주교대 교수), 이예훈, 권민정(이하 중앙대 교수), 김승겸(교육부 인성체육예술교육과 교육연구사) [사진=한국체육학회 제공]

인기 종목을 제외한 대부분 종목의 운동부 지도자들은 실제로 평균 월급이 170만원을 넘지 않고 게다가 비정규직이다. 종사하는 동안 메달 등 실적을 쌓아야 살아남을 수 있는 형편이라는 것이 류 교사의 설명이다.

류 교사는 “운동 지도자들을 보면서 훈련하는 학생선수들은 운동부 지도자에 대한 회의감이 들 수도 있어 미래에 대한 비전도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이들의 처우 개선이야말로 지도자를 꿈꾸는 학생선수들의 진로에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취재후기] 학생선수들은 그동안 ‘메달’이라는 한 가지 목표만 바라보며 훈련했다. 때문에 이들에게 당장 ‘공부’라는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장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학습권 보장이라는 목적으로 1년 동안 진행된 학교체육진흥법이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더욱 구체적인 정책들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이번 세미나를 통해 전문가들의 고민이 크다는 것을 알았다. 앞으로 더욱 활발한 논의를 통해 실현 가능한 정책 반영으로 학생선수들에게 미래에 대한 다양한 길을 제시하길 희망한다.

chic423@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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