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7:11 (금)
기성용과 FC서울,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상태바
기성용과 FC서울,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7.22 11: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상암=스포츠Q(큐) 글 김의겸·사진 손힘찬 기자] 홍상수 감독과 주연 김민희로 화제가 됐던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영화 내용과 상관없이 제목만 놓고 보면 현재 K리그(프로축구)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기성용(31)과 FC서울의 관계를 묘사하는 듯하다.

FC서울은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기성용 입단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미드필더 기성용의 친정 복귀 소식에 취재 열기는 상당했다. 기성용도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답게 자신의 생각을 조심스럽고도 분명하게 꺼내놓았다.

역시 가장 궁금증을 자아낸 건 지난겨울 어긋났던 양 측이 이번 여름 어떻게 합의점에 이르게 됐는지다. 기성용이 그 전말을 상세히 전했다.

기성용은 계약기간 3년 6개월에 사인하며 11년 만에 다시 서울 유니폼을 입게 됐다. 연봉 등 구체적인 사항은 밝히지 않았지만 팀 최고연봉자로 꼽히는 고요한과 비슷한 수준의 급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성용 본인 말을 빌리면 “금전적인 부분보다는 내 스스로가 팀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했다고 한다.

기성용이 11년 만에 FC서울로 복귀했다.

기성용은 “많은 분들이 아시는대로 겨울에는 협상하는 과정에서 나도, 구단도 섭섭한 점이 있었다.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고, 스페인에 갈 때도 고민을 많이 했다. 6월까지 마음을 추스르자는 생각을 많이 했다. 코로나19로 가족과 떨어져 있으면서 가족에 대한 생각도 깊어졌다. 이 시기에 가족을 데리고 외국에 나가는 것에 대해서도 고민이 있었다”며 운을 뗐다.

이어 “마음 한 켠에 항상 K리그 복귀를 염두하고 있었다. 2차 협상에서는 서로 좀 더 이해했고, 구단에서 내가 다시 동기를 갖고 뛸 수 있게끔 이끌어줬다. 그때 내 감정이 상하지 않았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지금부터 내가 경기장 안팎에서 팀을 위해 더 희생하고 좋은 모습 보여준다면, 팬들도 더 응원해주실 거고 더 책임감을 갖고 서로가 좋은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기성용이 지난 2월 스페인으로 출국할 당시 서울 복귀 무산에 코칭스태프 의견이 반영됐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당시 팀 전력이 이미 갖춰진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이후 줄곧 “기성용 같은 선수를 마다할 구단은 없다”고 강조하며 기성용 영입 의지를 드러냈다. 기성용이 서울에 입단한 2006년 서울에서 은퇴한 최 감독과 기성용이 보여줄 시너지에 기대가 고조된다.

기성용은 “내가 팀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내가 이 팀에 어떤 걸 해줄 수 있고, 이 팀이 내가 잘할 수 있게 어떤 지원을 해줄 수 있는지다. 금전적인 부분보다 늘 그런 점을 중시했다. 1월에는 서로 그런 면에서 이해가 부족했다”며 “(최용수) 감독님과 통화했고, 이 팀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마쳤다”고 강조했다.

또 “서울에 내 포지션에 선수가 많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런 부분을 고민한 것도 사실이다. 어떤 식으로 내가 이 선수들과 협력할 수 있을지 생각했다. 특히 주세종과는 (2018 러시아) 월드컵 등 대표팀에서 함께 했기 때문에 기대된다. 또 (박)주영이 형, (고)요한이, (윤)영선이 등 아는 친구들이 많아 편하게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기성용(오른쪽)이 K리그에 돌아오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기성용은 지난겨울에도 스스로 팬들 앞에서 만족할만한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 때 K리그로 돌아오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항상 언젠가는 내가 꿈을 꿨던, 그 꿈을 이루게 해줬던 K리그에 복귀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시기를 고민했는데, 1월에 말했듯 내가 좀 더 건강하고, 퍼포먼스에서 자신 있을 때 돌아오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항상 나를 응원해주신 분들께 내가 잘 성장해서 돌아왔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바람이었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며 “긴 시간 기다려왔고, K리그에 서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는데 드디어 오게 돼 행복하고 기대가 많이 된다. 팬들이 만족할 수 있는 플레이를 보여드리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힘줬다.

기성용은 지난겨울 이적시장에서 K리그 복귀가 좌절되자 스페인 라리가 마요르카와 6개월 단기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과 무릎 부상 여파로 1경기밖에 소화하지 못한 채 스페인 생활을 마무리해야 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풀타임을 소화한 지 어느덧 1년 3개월이나 흐른 만큼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게 최우선이다. 8월부터 차츰 피치를 밟는 시간을 늘릴 전망이다.

기성용의 복귀에 벌써부터 큰 기대가 쏟아진다. 본인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서울과 기성용이 다시금 동행을 시작했다. 서로에게는 물론 한국축구 판을 놓고 봐도 부흥을 이끌 요소로 꼽힌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