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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A 8.00' 류현진, 토론토 에이스는 왜 흔들리는가 [SQ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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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A 8.00' 류현진, 토론토 에이스는 왜 흔들리는가 [SQ포커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7.31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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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평균자책점 8.00, 2경기 연속 조기강판.

8000만 달러(951억 원) 사나이 류현진(33·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비록 시즌 초반이라고는 해도 과거와는 확연히 다르다.

류현진은 31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D.C. 내셔널스파크에서 열린 워싱턴 내셔널스와 2020 미국 메이저리그(MLB) 홈경기에서 4⅓이닝 93구 9피안타(1피홈런) 1볼넷 5탈삼진 5실점했다.

류현진은 대체 왜 1년 만에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된 걸까. 단순한 적응 실패일까 아니면 더 복잡한 원인이 있는 것일까.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가운데)이 31일 워싱턴 내셔널스와 홈경기에서 5회를 마치지 못한 채 강판되고 있다. [사진=UPI/연합뉴스]

 

류현진이 2경기 연속 5회 이전에 강판된 건 1년 전으로 돌아간다. 1점대 평균자책점(ERA)를 기록 중이던 류현진은 8월 고비를 넘기지 못했는데 당시 3경기에서 13⅓이닝 동안 17실점하며 ERA가 치솟았다.

다행스럽게도 당시엔 이후 빠르게 안정을 찾고 MLB ERA왕에 오를 수 있었지만 올 시즌은 개막전부터 2경기 연속 부진하다는 점에서 걱정이 커진다.

◆ 코리안 몬스터도 못 피한 코로나 변수?

물론 우려되는 부분은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MLB를 강타했는데, 토론토가 3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캐나다 연고라는 점이 변수로 작용했다. 플로리다에서 무사히 스프링캠프를 이어가던 MLB 전체가 단체 훈련을 중단하며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캐나다가 국경을 폐쇄하며 한동안 플로리다에 머물러야 했고 토론토에서 짧은 서머캠프만 거친 뒤 시즌을 맞이 했다.

류현진만의 문제도 아니다. 휴스턴 애스트로스 저스틴 벌랜더, LA 다저스 클레이튼 커쇼, 텍사스 레인저스 코리 클루버, 워싱턴 스티븐 스트라스버그는 부족한 준비 기간 탓인지 부상으로 이탈했다.

류현진과 첫 대결을 벌인 탬파베이 레이스 찰리 모튼은 ERA 8.00,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자니 쿠에토도 5.87로 부진에 빠져 있다.

 

[사진=게티이미지·AFP/연합뉴스]
5회 스탈린 카스트로(가운데)가 류현진을 상대로 2루타를 날리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AFP/연합뉴스]

 

◆ 의심스러운 구속, 에이징 커브? 부상?

더 문제는 에이징 커브(노쇠화로 인한 기량 급감) 혹은 부상에 대한 우려다. 이에 대한 증거는 크게 감소한 구속이다.

류현진의 최고 강점은 정교한 제구를 바탕으로 다양한 구종을 원하는 곳에 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창 잘 던질 때에도 구속 자체가 MLB 상위권이라고 볼 수는 없었지만 구속에 따라 경기력의 차이는 컸다. 평균 시속은 146㎞를 기록했다. 150㎞를 오가는 공을 뿌려가며 커브와 체인지업의 위력을 배가시켰다.

그러나 올해 2경기에선 좀처럼 타자를 압도하지 못하고 장타도 많이 나오고 있다. 2경기 연속 홈런을 허용했다. 구속 영향이 크다. 이날은 첫 경기 때보다도 구속이 떨어졌고 경기 내내 140㎞ 초반대 공을 뿌렸다. 체인지업과 컷패스트볼, 커브도 큰 위력을 발휘하기 힘들었다. 속구의 위력이 떨어지다보니 상대는 더욱 노림수 승부를 펼쳤고 연이은 장타와 실점으로 이어졌다.

지난 시즌 MLB를 정복한 류현진이 몇 개월 만에 갑자기 에이징 커브를 겪을 수 있을까. 보통 투수들은 시즌 도중 부진에 빠지는 경우보다 다음 시즌 전혀 달라진 기록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한 시즌을 무리해서 치른 후폭풍이 몰아닥치는 것이다. FA를 앞뒀던 류현진 또한 지난해 무리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 결과로 FA 대박을 이끌어 냈지만 에이징 커브 혹은 잠재적인 부상이 생겼을 수도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고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심상찮은 부진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UPI/연합뉴스]<br>
류현진은 다음달 초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 3번째 선발 기회를 가질 전망이다. 명예 회복과 함께 무너진 신뢰를 되살려야 한다. [사진=UPI/연합뉴스]

 

◆ 답은 시간에 있다

야구는 평균의 스포츠다. 큰 문제가 없는 한 결국엔 평균으로 회귀하는 게 야구다. 평소에 비해 크게 잘하던 선수도, 못하던 선수도 대부분은 통산 기록과 비슷해진다.

지난해 압도적인 성적을 썼다고는 하지만 류현진은 MLB 커리어 내내 정상급 투수였다. 통산 54승 34패로 승리가 훨씬 많았고 ERA도 3.04로 한 팀의 에이스라고 부를 만한 기록이다.

부상이든 단순히 몸이 아직 준비가 안 된 것이든 시간이 지나며 등판횟수가 늘어 가면 답을 찾게 돼 있다. 부상이라면 쉬어가며 재정비를 하면 되고 적응이나 컨디션의 문제였다면 점차 회복해 갈 것이다.

강타자들이 즐비한 아메리칸리그(AL)로 이적했지만 다른 세계의 타자들을 상대하는 건 아니다. 그보다 중요한 건 지금은 우리가 알던 류현진의 공을 던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류현진의 다음 등판일정은 4일 혹은 5일 휴식을 취한 뒤 애틀랜타 브레이스브스 방문경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애틀랜타는 타율은 0.237로 높지 않지만 홈런 9방을 앞세워 33득점, 탬파베이와 워싱턴에 비해 화력이 밀리지 않는다. 철저한 분석 등 대비와 함께 문제점을 보완해 불안해하는 토론토 코칭스태프와 팬들의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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