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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컵] 작년 트라우마 씻은 아스널, FA컵 우승+UEL 진출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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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컵] 작년 트라우마 씻은 아스널, FA컵 우승+UEL 진출 성공
  • 김준철 명예기자
  • 승인 2020.08.03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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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준철 명예기자] 아스널FC(이하 아스널)가 이번에는 웃었다. 유럽 대항전 자력 진출을 앞두고 강등권 팀에 발목이 잡히고 이후 첼시와 결승전을 치르는 상황이 2년 연속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갔으나, 작년 실패를 극복하고 값진 우승과 유로파리그 진출권을 따냈다.

아스널은 2일 오전 1시 30분(한국시간)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 잉글랜드 FA컵 결승 첼시FC(이하 첼시) 전에서 2-1로 승리했다. 전반 6분 풀리시치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전반 26분과 후반 22분 오바메양 멀티골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UEFA 유로파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첼시를 꺾고 FA컵 우승을 차지한 아스널 [사진=연합뉴스]
첼시를 꺾고 2019-20 잉글랜드 FA컵 우승을 차지한 아스널 [사진=연합뉴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아스널 상황은 작년과 유사했다. 2018~19시즌 아스널 시작은 좋지 못했다. 맨시티와 첼시에 연이은 패배를 당하면서 시즌 시작부터 2패를 떠안았다. 하지만 이후  에미리 감독 색깔이 팀에 녹아들면서 리그 14경기 무패라는 엄청난 기록을 썼다. 상승세를 탄 아스널은 순식간에 선두권으로 올라갔고, 이대로 시즌이 흘러간다면 UEFA 챔피언스리그(UCL) 진출권은 따 놓은 당상이었다.

그러나 아스널은 리그 후반기 3연패로 UCL 진출 안정권이던 3~4위에서 밀려났다. 그들이 UCL 티켓을 따기 위해선 리그 37라운드 브라이튼 전에 사활을 거는 수밖에 없었다. 사실상 자력 진출이 무산된 상황에서 이 경기를 이기고 경쟁 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강등권이었던 브라이튼을 상대로 손쉬운 승리를 거둘 것이라 예상했던 아스널은 졸전을 보여준 결과, 1-1 무승부를 거둬 UCL 진출에 실패했다. 

그래도 UEFA 유로파리그(UEL)라는 기회가 남아있었다는 점은 호재였다. 조별 리그 5승 1무라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토너먼트에 진출한 아스널은 32강과 16강에서 홈경기 3-0 완승을 거두며 8강에 진출했고, 이후 난적 나폴리와 발렌시아를 가볍게 누르며 우승 기대감을 높였다. UEL 우승을 차지하면 UCL 진출권이 주어지기 때문에 아스널은 첼시와 결승전에 모든 것을 걸었다.

하지만 아스널은 1-4 대패로 허무하게 UCL 티켓을 날렸다. 후반전 상대가 지속적으로 공격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수비가 허무하게 무너졌다. 불필요한 태클로 페널티킥을 헌납한 것은 물론, 경기 내내 첼시 공격진 패스워크에 정신을 못 차리며 연속 골을 내줬다. 

약 1년 3개월이 지난 시점 아스널은 작년 트라우마를 씻고 UEL 진출에 성공할 것이냐, 또 다시 미끄러지느냐의 기로에 섰다. 우선 아스널은 이번 시즌을 8위로 마쳤다. 시즌 초부터 부진한 결과 UCL 진출은 일찍 물거품이 됐고, 유럽 대항전에 나가기 위해서 6위까지 주어지는 UEL 진출권을 획득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들은 시즌 막판까지 분전했으나, 이번에도 37라운드에서 강등권 팀인 아스톤 빌라에 0-1로 져 자력 진출에 실패했다.

이제 아스널에 남은 것은 FA컵 우승밖에 없었다. FA컵 우승에 성공하면 UEL 진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승 상대는 얄궂게도 1년 전 아스널에 비극을 선사했던 첼시였다.

전반 초반 아스널은 첼시 공세에 주춤했다. 마운트-지루-풀리시치로 이어지는 간결한 패스를 막지 못해 전반 6분 만에 풀리시치에게 쉽게 실점을 허용했다. 첼시 공격진 압박과 빠른 공격 템포에 수비가 무너지는 약점을 노출한 작년 UEL 결승전 악몽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쿨링 브레이크를 갖고 재정비를 마친 아스널은 반전을 만들었다. 중앙에서 측면으로 넘어가는 빠른 공격 전환으로 상대 수비를 무너뜨렸다. 전반 26분 오바메양이 자신이 얻은 페널티킥을 쉽게 처리하며 1-1 동점에 성공했다. 아스널 수비는 콤팩트한 수비로 라인 간격을 좁혀 공격진들이 한층 앞선 지역에서 공격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탰다. 이 과정에서 첼시 수비는 급격히 흔들렸고, 후반 22분 오바메양이 상대 수비 라인을 완전히 뚫어내 또 다시 골문을 흔들었다. 

분명 작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선수들은 우승이라는 목표를 향해 투지 넘치게 뛰었고, 아르테타 감독 역시 상대 기세가 오를 때마다 적재적소의 교체로 그 분위기를 끊었다. 전반 막판 아스필리쿠에타 부상과 후반 28분 코바시치 퇴장을 놓치지 않고 계속해서 상대를 몰아친 집중력도 칭찬할 만했다.

아스널은 경기 막판까지 자신들의 플레이를 잘 구현한 결과, FA컵 우승과 다음 시즌 UEL 진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작년 비슷한 상황에서 실패를 겪어 자신감이 결여될 수도 있는 어려움 속에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챙긴 뜻깊은 성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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