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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후배폭행 사과 영상, 묘한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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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후배폭행 사과 영상, 묘한 시점
  • 민기홍 기자
  • 승인 2020.08.05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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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무척 송구스럽다.”

동계종목 간판스타 이승훈(32‧대한항공)이 입을 열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를 수확한 스피드스케이팅 레전드인 그는 “불미스러운 일로 물의를 일으킨 점에 관해 사과드린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체육계가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국가대표를 지낸 고(故) 최숙현 폭행 사건, 프로야구단 SK 와이번스 퓨처스(2군) 선수단의 일탈, 인천시청 여자핸드볼 실업팀 오영란의 성희롱 건으로 시끄러운 가운데 나온 사과라 세간의 관심이 쏠린다.

이승훈이 후배를 폭행한 과거를 반성한다는 영상을 올렸다. [사진=이승훈 유튜브 캡처]

 

이승훈은 4일 유튜브 개인채널 ‘데이리승훈’에 ‘안녕하세요. 스케이트선수 이승훈입니다’란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그는 “처음에는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어떻게 해명해야 할지 답답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승훈은 지난해 7월 대한빙상경기연맹 관리위원회 스포츠공정위원회로부터 출전정지 1년 징계를 받았다. 2011, 2013, 2016년 국제이벤트 참가 중 숙소, 식당 등에서 후배선수 2명을 폭행하고 가혹행위를 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식사 도중 밥풀이 튀었다는 이유로 때렸고 물구나무서기를 시킨 정황이 감사 결과 알려졌다.

이승훈이 1988 서울 하계대회 이후 30년 만에 안방에서 개최한 올림픽(2018 평창)에서 매스스스타트 금메달, 팀추월 은메달을 획득해 ‘국민 영웅’ 대접을 받고 있을 때라 그 충격은 갑절이었다. 태극마크 박탈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출전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지난해 9월. 스포츠공정위원회 재심에 출석했던 이승훈.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징계가 종료됐고 이승훈은 사과 창구로 유튜브를 택했다. “지난 2년 동안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는 그는 “이유 불문하고 내 불찰과 잘못이라는 점을 깨닫고 자숙하고 반성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운동하면서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주변을 둘러보지 못했다. 내 불찰”이라며 “앞으로 같은 일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주의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여론은 싸늘하다.

“그냥 조용히 자숙하고 살아라”

“메달도 딸 만큼 땄으니 이제 안 나오면 안 되나?”

“잊고 살았는데 2년 뒤에 갑자기 주어목적어 생략한 사과문만 기재한다?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 코치나 감독으로라도 활동할 계획이라 그런가?”

“피해자들에게 먼저 사과는 했나?”

“뭘 잘못했고 뭘 사과하는 건지 구체적으로 말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 나중에 코치가 되어서 학생들을 다시 구타할지 우리는 믿을 수 없다. 그냥 빙상계에서 떠나달라”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영웅으로 추앙받았던 이승훈. [사진=연합뉴스]

 

등 부정적인 댓글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상화, 모태범과 더불어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황금기를 열어젖힌 주인공 이승훈이다. 그러나 체육계의 폭력‧비리 근절, 운동선수 인권 신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슈로 대두된 현 시점에서 굳이 영상을 올렸어야 했는지 의문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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