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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류현진, '땅꾼→삼진쇼' 똘똘한 변신 빛난 이유 [SQ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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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류현진, '땅꾼→삼진쇼' 똘똘한 변신 빛난 이유 [SQ포커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9.03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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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발군의 위기관리 능력으로 이뤄낸 미국 메이저리그(MLB) 평균자책점(ERA) 1위. 그러나 성과에 비해 평가절하됐던 류현진(33·토론토 블루제이스)이 이젠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최고 투수로 거듭나고 있다.

류현진은 3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말린스파크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와 2020 MLB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99구를 던지며 5피안타 2볼넷 8탈삼진 1실점만 내줬다.

살얼음판 리드 속에 임무교대했지만 불펜진이 리드를 지켜내며 2-1 승리, 류현진은 시즌 3승(1패) 째를 수확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이 3일 마이애미 말린스와 2020 MLB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AFP/연합뉴스]

 

지난해 류현진은 ERA 2.32로 빅리그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아시아 선수 최초 영예로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올랐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평가는 박했다. 홈구장 다저스타디움이 대표적인 투수 친화구장이었고 류현진이 탈삼진보다는 땅볼 타구를 유도하는 스타일로 야수들의 수비 덕을 많이 봤다는 게 이유였다.

투수 무관 평균자책점(FIP)은 클래식 스탯보다는 훨씬 구체적이고 세밀해진 지표였지만 류현진의 최대 강점 중 하나인 위기관리 능력은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류현진으로선 다소 아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시즌을 마치고 토론토는 FA 투수 최고액 4년 8000만 달러(949억 원)를 투자해 류현진을 영입했다. 강타자가 즐비한 아메리칸리그 이동은 류현진에겐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지만 토론토는 이러한 점을 감수하면서까지 그에게 과감한 투자를 했다.

시즌 초반 2경기 5이닝도 채우지 못하고 많은 실점을 하며 아쉬움을 남겼지만 3번의 실패는 없었다. 특히 류현진은 8월 5경기에선 ERA 1.29로 호투하며 시즌 기록을 2.92까지 낮췄다.

포수 대니 잰슨(오른쪽)과 걸어나고 있는 류현진. 둘은 완벽한 호흡을 보이고 있다. [사진=토론토 블루제이스 트위터 캡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탈삼진과 볼넷이었다. 볼넷이 적기로 유명한 류현진이지만 올 시즌 볼넷은 오히려 늘었고 맞춰잡는데 집중했던 데에서 정면승부 비중을 늘리며 탈삼진이 크게 늘었다.

바뀐 환경에 맞춘 전략이었다. 토론토 수비는 다저스와 달리 불안함을 자주 노출했다. 실제로 지난해 RA9 def(동료의 수비 도움)에서 0.81 이득을 봤던 류현진은 올 시즌 0.35를 손해봤다. 구장 파크팩터(PF)도 2019년 베이스볼 레퍼런스 기준 95.7에서 102.2로 크게 증가해 여러모로 맞춰잡기엔 불리해진 여건이었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류현진은 적극적으로 마이애미 타자들을 상대했다. 첫 타자 존 베르티에게 허를 찌르는 슬로 커브로 삼진을 잡아낸 류현진은 1회를 무사히 마쳤지만 2회 위기에 몰렸다. 브라이언 앤더슨에게 행운의 안타를 내주고 코리 디커슨 타석에선 2루수 조나단 빌라르의 실책으로 무사 1,2루에 주자를 내보냈다.

그러나 흔들리지 않았다. 루이스 브린슨에게 존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체인지업을 던져 첫 아웃카운트를 잡아냈고 호르헤 알파로에게 하이패스트볼을 던져 유리한 카운트를 만들더니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재즈 치솜을 상대로는 느린 커브로 연속 삼진을 잡아내고 위기를 스스로 지워냈다.

3회 탈삼진 하나 포함 삼자범퇴로 마친 류현진은 4회 볼넷을 내주고도 이번엔 컷패스트볼(컷터)을 무기로 브라이언 앤더슨에게 삼진을 잡아내는 등 위기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5회 10구 승부 끝에 컷터로 알파로를 돌려세운 류현진이지만 2사 후 연속 3안타를 맞고 1실점했다. 하지만 제수스 아길라를 체인지업을 던져 7번째 탈삼진을 기록하며 더 이상 실점하지 않았다.

시즌 3승째를 따낸 류현진. ERA도 2.72까지 끌어내렸다. [사진=토론토 블루제이스 트위터 캡처]

 

6회 2루타를 맞고 시작한 류현진이지만 아웃카운트를 무난히 늘렸고 알파로에게 컷터로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이날만 8개의 삼진을 잡아낸 류현진은 올 시즌 9이닝 당 탈삼진(K/9)을 10.05까지 끌어올렸다. 지난해(8.03)과 큰 대비를 이룬다. 반면 9이닝 당 볼넷(BB/9)는 지난해 1.18에서 2.51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처럼 수비에 크게 의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조금 돌아가더라도 최대한 어려운 승부를 펼친 결과다. 볼넷은 늘었지만 그 결과 타자들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일이 늘어난 것이다. 

더불어 지난해 6이닝을 훌쩍 넘겼던 평균 이닝 소화도 올 시즌은 5⅓이닝을 조금 넘어서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보다 많아진 투구수가 영향을 미친 탓이다. 점점 나아질 기미가 보이기는 하지만 팀과 리그 변화로 인한 어쩔 수 없는 변화로 풀이할 수 있다.

이러한 전략적 변화 속에 류현진은 ERA를 2.72까지 떨어뜨렸다. 지난달 아메리칸리그 ERA 1위를 차지했던 류현진은 아쉽게 이달의 투수 수상엔 실패했지만 고전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순항하고 있다.

지난해 뛰어난 ERA(2.32)에도 FIP(3.10)와 괴리로 인해 저평가를 받기도 했던 류현진이지만 올 시즌엔 ERA(2.72)와 FIP(2.73)가 거의 차이가 없어 스탯에 비해 고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영리한 ‘코리안 몬스터’의 전성시대는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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