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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프로야구 시구, 스토리 입고 감동을 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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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프로야구 시구, 스토리 입고 감동을 뿌리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5.13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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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불치병-장애 선수 초청 비중 늘어, MLB처럼 스토리 입힌 시구 비중 증가

[스포츠Q 민기홍 기자] # 장면 1. 지난 6일. 백혈병과 싸우고 있는 김태환(8) 군이 잠실구장 마운드에 올랐다. 정수빈의 열혈팬인 김 군은 두산 유니폼을 갖춰입고 힘차게 공을 뿌렸다. 시구를 마친 그는 선수들 모두와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국민의례까지 마쳤다.

# 장면 2. 12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 한팔 장애 야구선수인 용인 수지구 주니어야구단의 김성민(15)이 자동차를 타고 그라운드 중앙에 나타났다. 호흡을 가다듬은 그는 글러브를 낀 오른손으로 이홍구를 향해 있는 힘껏 공을 던졌다. 장내 아나운서와 인터뷰에서 김성민은 “KIA 타이거즈 파이팅”이라고 우렁차게 외쳤다.

▲ 한팔 장애 야구선수 김성민은 12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시구자로 나섰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 인생을 바꾸는 시구, 같은 말 다른 의미 

시구로 인생이 바뀐 사례가 있었다. 2013년 잠실에서 펼쳐진 LG-두산전. 클라라는 상의는 두산 유니폼을, 하의는 LG를 연상시키는 줄무늬 레깅스를 입고 시구자로 나섰다. 8년간 이름없던 연예인이었던 클라라는 이 ‘한방’으로 섹시스타로 떠올랐다.

같은 말이지만 다른 의미. 김성민과 김태환 군의 인생도 바뀌었다.

KIA 열성팬인 김성민은 시구를 앞두고 “이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내가 언제 이런 기회를 얻어보겠나”며 설렘을 전했다. 시구를 마치고는 “마운드에서 긴장을 많이 해서 노바운드로 못 던지게 아쉬웠다”는 느낌을 전했다.

지난달 28일 우천으로 인해 시구가 취소됐을 때는 강한울과 캐치볼을 하고 윤석민의 사인이 새겨진 유니폼을 받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김성민의 어머니 송달미 씨는 “아들의 입이 귀에 걸렸다”며 기쁨을 표현했다.

김태환 군은 두산 선수가 됐다. 김태형 감독이 직접 나서 유니폼을 입혀줬다. 김승영 사장과 오재원이 참석한 가운데 입단식도 열렸다. 김 군은 계약서에 사인까지 했다. 라커룸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모든 선수들의 사인을 받았고 그토록 좋아하는 정수빈에게 시구 레슨을 받았다.

▲ 두산의 열혈팬 김태환 군은 지난 6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입단식을 가졌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 스토리를 입는 시구, 한국도 변해가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잊을 법하면 감동적인 시구가 나와 팬들의 눈시울을 적시곤 한다. 파견 군인인 아버지가 딸 모르게 마스크를 쓴 채 공을 받는다. 양팔이 없는 남성은 발을 사용해 공을 뿌린다. 희귀 혈액장애를 앓고 있는 소년이 원격으로 신호를 보내 로봇이 포수에게 공을 던진 적도 있다.

반면 한국의 시구는 걸그룹 또는 무명 생활이 긴 여자 연예인들의 이름 알리기, 유력 정치인과 지역 유지들의 입지 과시용 성격이 짙었다. 마케팅팀 직원들의 주 업무가 시구자 섭외가 아니고 매번 감동 스토리를 자아낼 수는 없기에 이를 안 좋게 볼 필요는 없다.

분명한 것은 한국 구단들도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SK는 지난해 김광현의 열혈팬인 백혈병 환자 김문경 군을, 삼성은 이승엽의 광팬인 시각장애인 공민서 군을 시구자로 초청한 적이 있다. 롯데는 올해 개막전에서 고 최동원의 어머니 김정자 여사를, 넥센은 어버이날 위암으로 투병중인 김숭수 씨와 그의 딸 김예림 씨를 시구-시타자로 불렀다.

시구는 단순히 공 하나를 던지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야구의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자연히 시구가 갖는 비중도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 지역 연고와 팬을 우선시하는 시구 문화가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것, 진화하는 프로야구 구단들이 칭찬받을 일이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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