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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 이대성-KCC 라건아 '훨훨', 다 보낸 현대모비스는? [KBL 컵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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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 이대성-KCC 라건아 '훨훨', 다 보낸 현대모비스는? [KBL 컵대회]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9.23 2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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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지난 시즌 충격의 트레이드의 주인공 울산 현대모비스. 팀을 떠난 이대성(30·고양 오리온)과 라건아(31·전주 KCC)가 적응 우려를 지우고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둘을 모두 보낸 현대모비스는 어떨까. 미래를 내다보고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선택을 했기에 당장 성적보다는 더 먼 곳을 바라보고 있지만 과연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일까. ‘만수’ 유재학 감독은 난국을 헤치고 명장의 품격을 다시 한 번 증명할 수 있을까.

고양 오리온 이대성(왼쪽)이 우려를 씻고 맹활약하며 팀을 KBL 컵대회 4강에 올려놨다. [사진=KBL 제공]

 

◆ 강을준과 크로스! 이대성, 물 만났다

지난 20일 개막한 2020 MG새마을금고 KBL컵이 4강 토너먼트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B조 서울 SK가 지난 시즌 공동 1위팀 원주 DB를 꺾고, C조에선 오리온이 이대성의 맹활약 속에 나란히 2승을 거두고 4강에 선착했다.

이대성은 왜 오리온이 거그만큼 이대성이 거액을 들여 영입한지 증명했다. 지난 시즌 도중 현대모비스에서 라건아와 함께 KCC로 트레이드 된 이대성은 이후 FA로 오리온에 새로 둥지를 텄다. 현대모비스에서 팀 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우기도 했으나 그만큼 이대성이 없어선 안 될만큼 핵심 자원으로 분류되지 않았다는 걸 의미했다. KCC도 마찬가지였다.

절치부심한 이대성이지만 닻을 올리기도 전부터 불안불안했다. 공 점유 시간이 많은 이대성이 ‘팀 농구’를 중심하는 강을준 감독 아래서 잘 융화될 수 있을까하는 의심 어린 시선이 적지 않았다.

상무와 첫 경기 27분간 뛰며 11점 3리바운드 7어시스트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지만 야투 성공률은 44.4%에 그쳤다.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기우였다. 제대로 된 상대를 만나자 날아올랐다. 이대성은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자원이라는 걸 단박에 증명해냈다. 양 팀 최다인 24점 3리바운드 8어시스트 2스틸, 직전 시즌 MVP 허훈(10점 8어시스트)의 부산 KT를 완벽히 제압해냈다. 외국인 선수 제프 워디의 결장 속에서 만들어낸 성과라는 점도 의미가 있다.

강을준 감독은 몇 차례 무리한 공격을 펼친 이대성의 플레이를 지적하면서도 전반적으로 팀원을 아우르고 ‘팀 퍼스트’ 퍼포먼스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부상을 털고 돌아온 라건아(가운데)도 업그레이드 된 실력과 함께 전주 KCC의 4강행을 이끌었다. [사진=KBL 제공]

◆ 외곽포 장착 라건아, '전창진 농구' 적응완료

지난 시즌 트레이드 후 무릎 내측 인대 파열로 시즌을 조기 마감해야 했던 라건아도 이를 갈았다. 서울 삼성전 33점 20리바운드로 경기를 지배했는데 몸 상태를 완전히 되찾은 것뿐 아니라 새로운 시도가 눈길을 끌었다.

라건아는 골밑 파괴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점수를 쌓아가는 스타일이다. 반면 외곽슛과는 거리가 멀었다. 9시즌 동안 3점슛 성공률이 12.2%에 그쳤다.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평가받아 귀화까지 했지만 철저히 분석돼 상대팀의 타깃이 됐다. 더구나 지난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신장 제한도 사라지며 200㎝가 채 되지 않는 라건아로서는 고민이 커졌다. 이에 라건아는 슛거리를 늘리기로 했다.

표본은 적지만 결과는 놀라웠다. 당초부터 미들슛 성공률이 좋았던 라건아는 3점 라인 밖에서도 안정적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50% 적중률(2/4)은 ‘3점슛터 라건아’를 기대케 만들고 있다. 외곽슛을 순조롭게 장착할 경우 봉쇄법을 찾기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또 전창진 감독의 농구에 완벽히 녹아들었다는 점도 눈에 띄는 변화다. 지난 시즌 잘 나가던 KCC는 라건아와 이대성의 합류 이후 제대로 공이 돌지 못한다는 평가와 함께 성적도 내리막을 탔는데, 비시즌 동안 이러한 점을 완벽히 보완한 것처럼 보인다. 이날 삼성과 2차전에서도 27점 13리바운드로 분전하며 골득실차 팀의 4강행을 이끌었다.

기승호(오른쪽), 장재석 등 새 얼굴들이 활약을 해주고 있지만 울산 현대모비스는 여전히 영건들의 성장이 동반돼야 하는 과제를 떠안고 있다. [사진=KBL 제공]

 

◆ 기대이상 기승호 장재석, 영건 없이 리빌딩은...

이 둘을 보낸 현대모비스는 어땠을까. 현대모비스는 둘 대신 김국찬과 박지훈 포함 4명을 받아왔는데, 특히 김국찬 지난 시즌 이후 크게 성장하며 현대모비스의 미래 자원으로 호평을 받았다. 여기에 양동근의 은퇴로 생긴 주축 가드진과 경험 많은 베테랑의 공백은 김민구와 기승호, 이현민으로 메웠다. 센터 장재석까지 영입해 높이를 더했다.

김국찬이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이현민마저 제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김민구도 2경기 19점 9리바운드 17어시스트로 가능성을 보였지만 턴오버 12개를 남발하며 불안함을 노출했다.

그러나 장재석은 골밑에서 존재감을 나타내며 2경기 21 20리바운드로 매 경기 더블더블급 활약을 할 수 있는 선수라는 걸 보여줬다. 실전경험이 부족한 이종현이 보다 여유 있게 컨디션 회복할 수 있다는 건 바람직한 점이다.

가장 돋보인 건 기승호다. 창원 LG전 13점을 올린 그는 또 다른 친정팀 안양 KGC인삼공사를 상대로 팀 최다인 22점을 퍼부으며 새로운 득점 루트로서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미래를 기약했던 현대모비스가 새 얼굴 혹은 베테랑들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보이는 건 아쉽다. 이들의 안정적인 활약과 함께 이종현, 김국찬, 서명진 등 20대 선수들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다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만에 하나 좋은 성적이 난다고 하더라도 리빌딩에 있어선 반쪽짜리 성공에 불과할 것이다. 현대모비스가 떠나보낸 이들을 바라보며 배 아파하지 않으려면 가능성을 던져준 새 얼굴들과 함께 신진 세력들의 급성장이 동반돼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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