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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없다", 벤투 시선은 원두재 향한다 [SQ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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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없다", 벤투 시선은 원두재 향한다 [SQ초점]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10.06 0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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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파울루 벤투 감독은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에 대한 언급을 아꼈다. 새롭게 팀에 합류한 선수들에게 벤투호 특유의 철학을 주입시키는데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벤투호가 10개월 만에 모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해 말 동사이아축구연맹(EAFF)컵 대회 이후 5일 처음 소집됐다.

파주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만난 벤투 감독의 기대감도 컸다. “많은 국민들이 코로나 때문에 힘든 시기를 보낸 것처럼 대표팀도 마찬가지였다”며 “기회가 생겨 반갑고 설렌다. 다른 소집 때와 성격이 다르기도 하지만 최대한 팀을 정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표팀에 처음 발탁된 원두재(왼쪽)가 5일 파울루 벤투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대표팀은 K리거들로만 구성됐다. 대표팀에 처음 발탁되는 선수만 4명이다. 늘 말해왔던 것처럼 자신의 축구 스타일을 잘 살려보겠다는 걸 강조했다. “평소보다 소집 기간도 짧다. 기존 선수들 뿐 아니라 새로운 선수들도 잘 적응해 우리 축구와 철학을 짧은 시간 내에 잘 익히도록 돕겠다”며 “일주일동안 준비한 게 잘 나와 수준 높은 경기를 치러 팬들을 만족 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새로 소집된 선수들은 물론 손흥민을 향한 관심도 컸다. 손흥민은 리그 4경기 만에 6골을 몰아치며 최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대표팀 주장에 대한 감독의 생각이 궁금했다.

하지만 벤투는 손흥민을 잠시 잊어뒀다. “대표팀 감독으로서 손흥민만이 아니라 누가됐든 어디서 뛰든 관심 있는 선수가 잘하면 만족감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라면서도 “다만 손흥민이 이번엔 함께하지 않기에 많은 걸 언급하기 보다는 여기 선수들과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집중하겠다”고 전했다.

승리에 대한 부담감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오는 9일과 12일 치러질 올림픽대표팀과 2연전엔 기부금 1억 원이 걸려 있는데, 형들의 자존심을 지키며 1억 원의 주인이 돼야 한다는 무언의 심리적 압박감이 있다.

벤투는 “부담감이 있다면 우리 쪽이 더 할 것이다. 승리에 대한 부담은 부임 이후 쭉 따라왔다. 대회 뿐 아니라 친선경기 때도, 상대가 누구든 그런 것은 존재했고 직업상 그런 건 안고가야 하는 게 당연한 일”이라며 “조금이라도 경험 있는 선수들이 그렇지 않은 선수들을 이끌며 즐겁게 훈련하려고 한다. 항상 그랬듯 훈련이 경기력과 결과로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준비를 하겠다”고 밝혔다.

원두재는 대표팀 훈련을 앞두고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하던 대로만 잘 하면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대표팀에서 뛰어본 선수들은 벤투 감독의 지도 스타일이 기존에 경험했던 것과 다르다는 이야기를 한다. 좁은 공간에서도 패스 위주로 풀어가는 축구는 물론이고 기본적인 체력 관리 등에서도 차이가 있다는 것. 그렇기에 벤투 감독은 자신과 함께 하는 시간에 대해 선수들이 잘 적응하고 소속팀에 돌아가서도 잊지 않기를 바란다. 어쩌면 평소 새로운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이번엔 그 타깃이 더 많아졌지만 특히 원두재(23·울산 현대)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으로 보인다. 올 초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팀의 중원을 맡아 우승을 이끌었던 그는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는 울산에서도 단숨에 주전 우위를 점하며 K리그에서 핫한 인물이 됐다.

대표팀엔 처음 합류한 원두재는 “대표팀에 오고 싶었고 기대가 된다. 긴장하기보단 빨리 훈련해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기성용(FC서울)의 대체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플레이스타일은 다소 다르지만 3선에서 안정감을 보인다는 점에서 지금껏 벤투 감독이 간절히 원했던 ‘제 2의 기성용’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다.

원두재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걸 보여드리도록 노력할 것이다. 수행할 수 있는 부분에서 더 집중해보겠다”며 “보여주고 싶은 욕심보다는 하던 대로만 잘 하면 어필할 수 있을 것이다. 잘하려고 하기보다 편안하게 한다는 생각으로 훈련을 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원두재가 환한 표정으로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훈련장에 들어선 벤투 감독은 훈련에 앞서 꽤나 긴 시간 동안 선수들과 미팅을 가졌다. 새로운 선수들은 물론이고 오랜 만에 소집된 선수들과 훈련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보였다.

특히 원두재를 따로 불러 많은 이야기를 건넸다. 기성용 은퇴 이후 확실한 대체자를 찾지 못한 자리에 투입될 인물이라는 점 외에도 원두재가 최근 보이는 활약에 벤투 또한 기대감을 나타내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상대는 U-23 대표팀. 원두재와 이동준(부산 아이파크), 이동경(울산)까지 내줘 출혈이 큰 상태다. 다만 송민규(포항 스틸러스)와 엄원상(광주FC), 오세훈(상주 상무) 등이 이끄는 공격진은 절대 A대표팀에도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원두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수비 앞선을 보호해줘야 하는 역할은 물론이고 벤투호에서는 공격 시에도 다급하지 않게 침착히 ‘볼 줄’ 역할을 해줘야 한다. 소속팀에서 잘 해오던 부분이지만 부담감은 다를 것이다.

백승호(다름슈타트), 황인범(루빈카잔) 등 해외파가 합류하지 않는 이번 같은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수 있다. 원두재로선 자신의 각오처럼 벤투 감독 앞에서도 얼마나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뽐낼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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