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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환향 김광현, '아! 애증의 코로나' [SQ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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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환향 김광현, '아! 애증의 코로나' [SQ현장]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10.23 12: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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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메이저리그(MLB) 새내기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게도 큰 시련을 안겼다. 자칫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던 그는 결국 견뎌냈고 MLB가 주목하는 ‘특급 루키’로 떠올랐다.

김광현은 23일 서울시 영등포구 켄싱턴호텔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메이저리거로선 보낸 첫 시즌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그의 입에서 나온 무수히 반복된 단어 중 하나는 ‘코로나’였다. 끊임없이 그를 괴롭힌 바이러스는 빅리거 김광현을 성장시킨 촉매제가 됐다.

김광현이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메이저리그 첫 해를 보낸 소감을 전하고 있다.

 

KBO리그 정상을 찍고 과감히 꿈의 무대를 향해 도전장을 던진 김광현. 스프링캠프에서 호투하며 선발 자원으로 낙점 받았음에도 시작도 전 크나 큰 역경을 만났다. 

미국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고 눈덩이처럼 확진자가 불어났다. MLB 개막도 미뤄질 수밖에 없었다. 연고가 없는 김광현은 팀원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간 뒤에도 전지훈련지인 플로리다주 주피터에 고립됐다. 

좀처럼 힘든 내색을 하지 않는 김광현에게도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다. 자신의 SNS에 “나한테만 불행한 것만 같은 시기. 이 또한 지나가리라 수없이 되뇌어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며 “다른 사람보다 많은 성공과 실패를 경험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어떤 시련이 있어도 잘 참고 견뎌낼 줄 알았다”고 좌절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세인트루이스와 한국행을 논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다림을 택했다. “여기 왜왔나 싶었다. 야구하고 싶어 왔는데 야구도 못하고 눈물나고 힘들었다”는 김광현은 “한국이 안전했고 코로나 비율도 적었지만 혹시나 미국이 (외국인) 입국금지를 하면 어쩌나 걱정됐다. 첫 시즌인데 기회조차 받지 못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김광현은 코로나19로 인해 힘겨웠던 시기를 회상하면서도 "첫 시즌인데 기회조차 받지 못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고 한국행을 고려하지 않은 이유를 전했다.

 

팀 연고지 세인트루이스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개막이 미뤄지며 불안감은 커졌다. 답답한 상황에 동고동락하던 통역사에게 빨리 경기에 나서고 싶다고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스무살 이후 실내에서만 답답하게 운동을 해오던 그에게 또 다른 비보가 전해졌다. 긴 기다림 끝 시즌. 코로나19로 미뤄진 기간 동안 경쟁자가 회복하며 낯선 보직인 마무리로 시즌을 열게 됐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전화위복이 되기도 했다. 갑작스레 다시 선발 전환 통보를 받았는데 “(보직 이동이) 몸 관리가 힘들다는 걸 주변에서 들어 알고 있었지만 팀에 코로나가 퍼지며 오히려 준비할 시간이 생겼다”고 성공적인 선발 전환 비결을 밝혔다.

힘겨운 시간을 겪고 더 단단해진 것도 큰 수확이었다. “그때 잘 버텼기에 운이 따르지 않았나 싶다. SNS에도 적었듯 행운을 잡으려면 그 당시 버텨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4개월 버틴 게 약이 됐다”는 그는 “가장 중요한 건 할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된다는 걸 올 시즌을 통해 느꼈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시즌이 조기 마감된 것도 어찌보면 행운이었다. 제한적인 환경 속에 8경기, 39이닝만 소화한 김광현은 3승 무패 평균자책점 1.62로 시즌을 마쳤다. 클로저로 시작했고 부상까지 겪어 규정이닝(60)에 모자랐지만 훌륭한 성적이다. 김광현은 “내년에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계기”라며 단축 시즌 덕을 봤다고 말했다.

밝은 미소와 함께 기자회견장에 입장하는 김광현. "방역에 신경써야겠지만 많은 사람들과 만나 인사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사람에 대한 그리움은 어떠한 보상들로도 쉽게 해소되지 않았다. 관중 없이 시즌을 치른 것도, 뜨거운 환대 속에 더 많은 팬들을 만나지 못한 것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TV에서만 보며 동경하던 선수들과 인사도 나누고 싶었던 바람도 이루지 못했다. 경기를 앞둔 양 팀 선수들은 철저히 차단됐다. KBO리그에서 최고 투수 자리를 두고 겨뤘던 조시 린드블럼(밀워키 브루어스)과 맞붙은 지난 9월 20일 경기를 앞두고는 너무도 반가운 마음에 손을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인사를 했던 기억을 웃으며 소개하기도 했다. 그만큼 외로움과 사투를 벌여야 했던 한 해였다.

코로나로 인해 미용실도 잘 갈 수 없어 영화 ‘아저씨’의 원빈처럼 바리캉으로 스스로 머리를 밀어야 했던 김광현. 자가격리가 해제된 뒤 모처럼 미용실에도 들러 깔끔하게 머리를 단장하고 세인트루이스를 상징하는 빨간색 니트를 입고 이날 기자회견장을 찾았다.

“(헤어스타일이) 많이 너저분했는데 깔끔히 인사드리고 싶어서 잘랐다”는 그는 “방역에 신경써야겠지만 많은 사람들과 만나 인사도 하고 마음껏 몸도 만들고 치료도 하려고 한다”고 소박한 계획을 나타냈다. 

올해는 발만 담가보는 시즌이었다는 김광현. 간절히 코로나 종식을 기원한 그는 보다 안전한 한국에서 마음 편히 2년차 MLB 생활을 준비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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